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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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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012년 두 패자 정동영·문재인의 엇갈린 선택

피하고 싶었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출마 선언한 문재인,
진보적 대중정당 건설하는 ‘국민모임’에 동참할
정동영… 쪼개진 두 당이 2016년 총선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
등록 2015-01-08 15:39 수정 2020-05-03 04:27
2012년 대선에서 진 뒤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왼쪽)가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정동영 당 상임고문의 위로를 받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2012년 대선에서 진 뒤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왼쪽)가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정동영 당 상임고문의 위로를 받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박근혜의 승리’는 ‘정동영·문재인’이란 두 패자를 낳았다. 자신들의 패배와 함께 무너져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에 대한 두 사람의 평가는 비슷하다. ‘서민 대중이 기댈 수 없는 정당’ ‘기능을 상실한 정당’ ‘대안이 되지 못하는 정당’ ‘창당 이후 최대 위기의 정당’. 대선 패배 당사자의 정치활동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이제 두 사람은 2017년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야권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엇갈린 선택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문 의원은 매력 없는 제1야당을 신제품으로 바꾸겠다며 당대표 선거에 나섰고, 정 상임고문은 제1야당의 혁신이 사실상 어렵다며 진보적 대중정당이란 창당을 모색하고 있다. 각각의 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은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font size="3">“안 나가면 다음에는 친노 프레임 제기 안 할까”</font>

먼저 문재인의 선택. 그는 오는 2월8일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출마를) 피하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출마로 인해 언론과 당 안팎에서 대표 선거를 ‘친노 대 비노 대립’의 분열 구도로 볼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친노 진영에서도 “대표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정책에 집중해 다음 대권을 준비하자”는 의견과, “당대표가 독배이더라도 마시자”는 견해가 엇갈렸다. 문성근 전 대표 등이 출마 만류파였지만, 결국 출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문 의원 주변의 얘기는 이렇다.

“친노-비노 갈등 구도가 걱정돼 이번 대표 선거를 피하고, 다음 대선 경선에 나온다면 그때는 (언론과 상대 쪽에서) 친노 프레임을 제기하지 않을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대표가 돼 계파 문제를 극복하고 다음 대선에 모두 힘을 합치자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당을 바꾸지 않으면 어차피 다음 대선도 (승리의) 가망이 없다고 봤다. 지난 대선을 경험해보니 후보 지지율과 정당의 지지도가 10% 이상 벌어지면 어려운 측면이 많더라. 문 의원이 정당·정치 혁신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으니, 당의 변화와 혁신에 모두 걸자고 결정했다.”

문 의원은 “지는 정당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바꾸겠다”면서 “(무력한) 당을 살려내는 데 실패하면 정치인 문재인의 시대적 역할은 거기가 끝이라는 각오”라고 말했다. 위험한 선택이지만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다는 뜻이다. 문 의원의 당선 전망은 분분하다. 문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던 한 의원조차 “(또 다른 출마자인) 박지원 의원이 언제 적 정치인인데 새 비전과 가치를 줄 수 있겠느냐”며 문 의원의 우위를 점쳤다. 반면 당의 다른 관계자는 “총선과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친노가 또 아랫목 권력을 차지하려 한다는 반감이 당내에 있어 문 의원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당대표가 되더라도 문재인 리더십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여나온다. “친노가 정치 계파로 존재한다면 해체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정면승부를 택한 문 의원은 투명한 공천을 통한 계파 공천 극복, 정책정당화 등을 내걸었다. 한 재선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개혁공천을 하려면 몇몇 인물을 물갈이해야 하는데 그러면 또 친노 보복이라고 반발하는 등 뭘 해도 언론과 당 내부에서 친노-비노 대립을 부각시킬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 생활을 오래 한 한 인사는 “소 1300마리를 이끌고 북한에 데리고 가는 것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130명의 우리 당 의원을 이끄는 것이 더 어렵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적 상상력이 미흡한 문 의원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휘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 의원이 당의 변화와 혁신의 책임을 맡겠다고 나섰다면, 정동영 고문은 “새정치연합이 우경화의 늪에 빠졌다”며 쇄신의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그래서 ‘정동영의 선택’은 무너진 진보정치까지 복원한 대안 야당을 창당하려는 이들에게 합류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font size="3">‘2009년 탈당, 복귀’의 역사</font>

정 고문은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정지영 영화감독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에 참여해 진보적 대중정당을 건설하는 데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진보 성향의 학자, 노동·문화계 인사로 구성된 국민모임 쪽은 정 고문이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미국에 갔다가 돌아온 뒤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의 현장을 찾으며 노동과 서민을 대변하는 정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행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 고문도 “(새 야당의 출현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박근혜 정권 2년 동안 야당이 야당 노릇을 못한 업보”라며 창당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국민모임은 정 고문 외에 광주에서 정치 행보를 강화하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수도권 쪽의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등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야권의 한 인사는 “(신당 추진 세력은) 제1야당에 실망한 호남과 진보 유권자를 규합하면 신당이 다음 총선에서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해 원내 3세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고문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2009년 4월 재보선 때 탈당해 전북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당에 복귀했고 이번에 창당을 위해 다시 탈당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활동 공간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 정 고문이 창당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노리려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한 재선 의원은 “정 고문이 노동을 위한 진보정치를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체의 선출직 공직(국회의원 등)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진보적 대중정당을 세우겠다면 그 진정성을 좀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의원은 “야당이 다시 나뉜다면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정 고문이 (창당 대신) 우리 당이 더 진보적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고문의 최근 모색이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 계산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측근은 말했다. 이 측근은 “사실 정치인한테는 탈당했을 때 받을 비난에 대한 부담이 크다. 정 고문 지지자 중에도 이런 정치적 혹한기에 (당을) 나가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대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정 고문의) 소명의식이 강했다”는 것이다.

<font size="3">서로 밀접한 영향권에서 ‘밀당’ </font>

흥미로운 것은 문재인과 정동영의 선택이 서로 밀접한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문 의원이 당대표가 돼 제1야당이 국민적 신뢰를 얻으면, 정 고문을 포함한 신당 추진 세력이 힘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체제’ 출범 이후 ‘친노-비노 갈등’이 격화하면, 새정치연합에서 이탈하는 인사들이 신당 추진 세력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야권에서 걱정하는 것은 ‘공천 지분 다툼’을 벌이는 마지막 세 번째 경우다. “친노-비노 대립으로 새정치연합에서 일부가 이탈한 뒤 (정 고문 등의) 신당에 합류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쪼개진 야당이 선거연대를 하면서 (공천) 지분을 나누는 행태를 반복하면 야권이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새정치연합 경기 지역 의원)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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