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박 터지는’ 권력다툼

“다음 정권에서도 살아남자” 친박-비박,

제 살 뜯어먹기식 이전투구 벌이며 갈등 커져
등록 2014-04-25 14:31 수정 2020-05-03 04:27
1

1

애초 친박의 목표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였다. 그 목표는 2012년 대선에서 이미 이뤄냈다. 이제 친박에게 남은 목표는 뭘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도록 정권 운영을 돕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권력다툼을 보건대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다음 정권에서의 생존뿐인 것 같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올해 초부터 해묵은 계파 갈등이 다시 터져나왔다. 5월에 있을 차기 원내대표 선거와 7월에 치르는 전당대회(당대표 선출)를 앞두고 있는 탓이다. 친박 지도부로서는 두 선거에서 ‘비박’ 세력에게 자리를 뺏기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차기 당권은 곧 20대 총선의 공천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내대표-당대표 선거, 물러설 수 없는 승부처

친박은 우선 5월 중순에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박 견제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대표적인 소장파로 오랫동안 원내대표 선거를 준비해온 남경필 의원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차출했기 때문이다. 남 의원은 한창 차출론이 불거질 때 “경기도지사 선거 불출마 선언이라도 해야겠다”고 말할 정도로 원내대표 선거 출마 의지가 강했다. 그랬던 그를 친박 지도부가 ‘지방선거 인물난’을 명분으로 당 밖으로 빼낸 것이다. 새누리당 3선 의원은 “지도부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효과였을 것이다. 선거는 선거대로 이기고, 견제 세력을 당 밖으로 몰아냈다. 당내 권력 구조에서 경쟁자가 확 줄어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원내대표 후보였던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청와대가 빼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경질한 뒤 이 자리에 이주영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의원도 범친박으로 분류되지만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와 경쟁을 벌이는 등 주류 친박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인물이다. 당시 선거에서 이 장관은 최 원내대표에 단 8표 차이로 패했다. 주류 친박이 이 장관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차기 원내대표는 친박 이완구 의원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다른 원내대표 출마자로 거론되는 유기준·정갑윤 의원도 친박으로 분류돼, 원내 지도부 구성은 어찌되든 친박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7월14일에 치러질 예정인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훨씬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의원과 비박계를 대표하는 김무성 의원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면 차기 공천권까지 거머쥘 수 있다는 점에서 계파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다급한 친박계는 노골적인 ‘세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친박 지도부는 지난 2월 말 서울 일부 지역 조직위원장에 친박계로 알려진 인물을 무리하게 임명해 갈등을 빚었다. 당시 서울 동작갑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된 손영훈 미래 CTI 대표가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열흘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손 대표 뒤에는 서청원 의원이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당시 비박계인 김성태 서울시당위원장은 “특정 당 권력인의 사적 연유로 임명한다면 천막당사 이전의 밀실 공천, 돈 공천, 줄세우기 공천의 구태정치와 무엇이 다르겠느냐”며 반발했다. 이에 지도부는 손 대표의 조직위원장 임명을 철회했다.

다급한 친박계 ‘세불리기’에 나서

전당대회 개최 시점도 서청원 의원에게 유리하게 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 황우여 대표의 임기는 5월15일에 끝난다. 그러나 지도부는 6·4 지방선거를 명분으로 7월 중순 이후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이를 두고 비박계에서는 “서 의원이 당내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갈등이 불거질 당시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은 “8월쯤 당권을 잡은 사람이 잘 버텨서 2016년 공천까지 하겠다는 소리 말고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결국 비박계의 ‘조기 전당대회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계파 간의 다툼은 점점 도를 넘고 있는 모양새다. 양쪽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온갖 소문들이 당내에서 끊임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IMAGE2%%]

당 일각에서는 “서 의원이 당대표가 아닌 국회의장으로 돌아섰다”는 말도 나돈다. 의원과 당원들의 다수가 이미 김 의원으로 기울었기 때문에 서 의원은 애초 당대표를 하려던 계획을 접고 명예직인 국회의장을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것이다. 대신 당대표가 될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경환 원내대표를 최고위원으로 만든다는 것이 이 소문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서 의원 쪽에서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서 의원 쪽 관계자는 “지금 판세는 절대적으로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당 지도체제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도다. 당원들은 대통령을 흔드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그런 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상대 쪽 상황이 쉽지 않음을 거꾸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서 의원이 건강이 나쁘다거나 직접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난청이라서 그렇다는 소문 등 별별 흑색선전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화 목소리 낼 초선은 침묵

제 살 뜯어먹기식의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당내 정화작용을 담당해야 할 초·재선 의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젊은 소장파든 초선이든 당내 권위에 도전하는 모습이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 초·재선을 중심으로 ‘민본21’ 등 모임을 꾸려 활발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왔던 18대 국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무기력함이 깃든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초선 의원들의 ‘쓴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초선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을 줘서 들어온 사람들 아니냐”고 말했다. 권력에 저항할 수 없는 ‘박근혜 키즈’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당시 공천을 주도했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한계로도 지적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9대 비례 의원들은 특히 정치적으로 유능하지 않고 조용조용한 사람들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차기 공천에만 목매는 초선 의원들의 모습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크게 한자리는 못해도 줄 잘 서 있으면 공천은 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의원들은 언제나 여론이 강한 쪽에 붙어 있게 돼 있다. 아마 상당수의 초선 의원들은 지금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지 헷갈리고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1008호 주요 기사
  [표지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됐다
  [표지이야기] 땅끝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신의 땅
  [이슈추적] 이런 막장드라마, 다시 없습니다
  [이슈추적] 이념적 쌍둥이 남매의 분리 불안
  [기획] 친박 ‘전멸의 경고등’ 깜박깜박
  [특집] STX의 몰락, 샐러리맨의 몰락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