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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입’ 치열한 신경전?

같은 정책도 엇박자 설명… 갈등 양상 보이는 이동관 대변인 vs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록 2008-10-02 16:54 수정 2020-05-03 04:25

‘청와대의 입’으로 불리는 두 사람. 이동관 대변인과 박형준 홍보기획관의 신경전이 날카롭다. 이 대변인이 청와대 1기 참모진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았을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면, 박 홍보기획관 역시 6월24일 단행된 조직개편 때 ‘소통 부재’로 어려움을 겪던 청와대의 구원투수로 전격 발탁될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대변인은 핵심을 짚는 언론 감각과 정무적 판단 능력이 장점으로 꼽히는 반면, 박 홍보기획관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정책기획 능력을 인정받았다.

청와대와 대통령의 입 역할을 담당하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맨 왼쪽)과 박형준 홍보기획관(맨 오른쪽)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7월11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대화중인 두 사람.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와 대통령의 입 역할을 담당하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맨 왼쪽)과 박형준 홍보기획관(맨 오른쪽)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7월11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대화중인 두 사람. 청와대사진기자단

유사한 업무 속 ‘대통령 눈에 들기’

두 사람 모두 대통령과 청와대의 홍보를 맡지만, 굳이 나눈다면 박 홍보기획관은 청와대의 홍보기획과 대통령 연설 및 메시지 관리, 인터넷 여론 수렴 등의 업무를 관할하고, 이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과 대통령의 일일 메시지를 총괄한다. 하지만 최근 유사한 업무를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분담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충돌이 빚어지는 지점은 어디일까. 이 대변인과 박 기획관을 모두 잘 아는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이 충돌하는 이유가 스타일의 문제인가, 아니면 업무 영역의 중복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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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후자 쪽이라고 보는 게 맞다. 홍보기획관 자리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대변인이 과거 홍보수석의 기능 일부를 수행했다. 하지만 중간에 홍보기획관이 들어오면서 대변인 기능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밖에 없었다. 정해진 업무 분장이 있더라도 일을 하다 보면 업무가 중복되고 충돌하는 일이 다른 조직에도 있지 않나.”

대표적 사례가 9월5일 60여 가지 ‘생활공감 정책’을 발표할 때 벌어졌다. 이날 오후 먼저 기자들 앞에 선 이동관 대변인은 ‘잠자는 소득세 환급금 찾아주기’와 ‘전통시장 영세상인 소액대출 확대’ 등 10대 생활공감 과제와 각 부처가 보고한 57개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각 부처가 보고한 57개 추진 과제에 대해서는 생활공감형 정책으로서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면서 10대 과제 이외의 다른 정책에 대해서는 보완을 지시했다”며 “결론적으로 기타 부처들이 추진하기로 한 것은 보완 지시하고 10대 과제만 공식 채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뒤어어 기자실을 찾은 박형준 홍보기획관의 말은 달랐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말씀드리면 67개는 생활공감 정책으로 분류되든 안 되든 이미 각 부처에서 실행하기로 확정됐던 것이다. 이 가운데 (생활공감 정책으로) 분류되지 않는 정책이 몇 개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여기 있는 것은 다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두 사람이 각각 기자실을 찾아 서로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고 나가버린 것이다. 물론 이 대변인과 박 홍보기획관이 사전에 조율했더라면 이같은 해프닝이 빚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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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내강형’과 ‘카리스마형’의 대립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불협화음이 단순히 업무 혼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이력과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경쟁관계에 놓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한나라당 관계자는 두 사람의 특성을 각각 ‘외유내강형’과 ‘카리스마형’으로 분류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대선 당시 캠프 대변인으로서 확실한 결정권과 대표권을 갖고 모든 홍보 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지만 조직을 장악하거나 휘어잡으려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반면 공보상황실장으로 있던 이동관 대변인은 서열로는 박 홍보기획관 아래라고 할 수 있지만 일에 대한 욕심도 많고 조직을 관리하는 카리스마도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의 현재 위치는 대선 때와 달리 수평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6월24일 청와대 조직개편 때 홍보수석을 두는 대신 홍보기획관이라는 직제를 신설한 것은, 없앴던 홍보수석을 폐지했다가 다시 부활시킨다는 비판을 1차적으로 고려했겠지만 이와 함께 두 사람의 관계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은 서열 관계를 따질 때 홍보수석 아래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이 대변인과 박 홍보기획관 모두 수석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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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두 사람이 동일한 서열에 있다 보니 가뜩이나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은 대통령의 눈에 더 들기 위해 더욱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즐겨 활용하는 인사 방식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경쟁은 엉뚱한 양상으로 번지기도 한다. 최근까지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회자되는 ‘주요 갈등 사례’는 홍보기획관실 위치를 둘러싼 신경전이다. 9월 말 현재 홍보기획관실은 청와대 외부에 마련돼 있다. 직제개편은 6월에 이뤄졌지만 최근에야 홍보기획관 개인 집무실 형태의 사무실만 청와대에 설치됐고 나머지 홍보기획관실 사무실은 아직 외부에 남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적인 이유는 청와대에 홍보기획관실 전체를 들일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면서도 “일각에서 두 사람 관계가 홍보기획관실 위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하지만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여러 가지 일들이 모두 ‘두 사람 갈등 때문’이라고 해석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6월23일 청와대 조직개편 발표 때 이 대변인이 박 홍보기획관 인사 부분을 ‘지나가듯’ 브리핑하고 말았다는 사실도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의 껄끄러운 관계를 대변하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당시 이 대변인은 다른 수석급 인사의 경우 서면 자료를 제공하는 듯 상세히 브리핑했던 반면 유독 박 홍보기획관 내정 사실은 ‘단신’으로 처리했다. 물론 설명이 많이 필요한 기타 수석급 인사와 달리 박 홍보기획관은 워낙 기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에 간략하게 브리핑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를 엿보게 해준 일임에는 틀림없다.

“충돌 거의 가라앉아” 양쪽 다 손사레

두 사람의 갈등 문제가 불거지는 것에 대해 당사자 쪽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박 홍보기획관과 가까운 한나라당 관계자는 “두 사람 사이가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박 홍보기획관 성격이 갈등에 매몰되는 성품이 아니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과 가까운 청와대 관계자도 “초기에는 업무 분담 과정에서 다소 엇박자가 났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그같은 충돌은 거의 가라앉았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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