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중에서 주민들이 움막을 짓고 농성을 하고 있는 4개 지역(101번, 115번, 127번, 129번)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4곳에서 농성 중인 주민들에게 4월14일까지 움막과 시설물들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계고를 했다. 농성 중인 주민들은 움막에 해자를 만들고 철조망을 두르며 결사항전의 뜻을 보이고 있다.
101번 송전탑 공사 현장으로 올라가는 좁은 산길이 시작되는 입구에는 물이 가득 담긴 페트병과 산을 오를 때 쓰기 위한 막대기가 널려 있다. 산 위 농성장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페트병을 이고 등산을 한다. 30분 넘게 가파른 산길을 오르자 움막과 텐트들이 보인다. 아직 이른 새벽인데도 고준길씨와 박영권씨가 한전의 움막 철거에 대비해 경계를 서고 있다. 용회마을, 동화전마을, 우불리 등 단장면 곳곳에서 온 주민 10여 명이 일주일 넘게 산 위에서 숙식을 하면서 경찰과 한전 직원들의 움막 철거에 대비하고 있다. 고씨는 “죽을 각오를 하고 이곳에 올라왔다. 송전탑 건설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129번 농성장 아래에는 2m 깊이의 구덩이가 있다. 구덩이 안에는 가스통, 휘발유, 라이터, 쇠사슬 등이 놓여 있다. 부북면 평밭마을 할매들은 이곳에서 매일 밤을 지새운다. 새벽에 작은 소리만 나도 할매들은 구덩이에서 나와 한전 직원들이 오는지 살핀다. 한옥선씨는 “경찰들이 들어와 농성장을 철거하면 가스통에 불을 붙여 내 목숨을 걸고 송전탑 건설을 막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4월15일 한전 직원 25명과 경찰들이 농성장의 상태를 보기 위해 127번과 129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 동시에 들어왔다. 건장한 남자들이 구덩이를 덮고 있는 천막을 걷고 안의 상황을 보려 하자 할매들은 몸을 던져서 막았다. 힘으로 상대할 수 없자 윗옷을 벗고 맞섰다. 경찰과 한전 직원들이 물러난 뒤에도 할매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밀양의 할매들은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작은 몸을 이끌고 2시간 넘게 산을 올랐다. 용역들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듣고 손자 같은 경찰들에게 매일 끌려나와야 했다. 힘으로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어서 윗옷을 벗고 경찰들에게 몸을 던졌다. 깊은 세월의 주름이 새겨진 손과 몸에는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다. 서울에 와서는 한전과 국회 앞에서 노숙을 하며 제발 송전탑 공사를 막아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할매들의 요구에 정부와 한전은 대답이 없다. 단지 돈 몇백만원을 손에 쥐어주며 회유할 뿐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보라마을이 지난 3월 한전과 합의를 하면서 할매들은 더욱 외로워졌다. 언론과 국민은 이제 끝난 싸움이라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송전탑 반대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산동면 고답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장찬수(76) 할머니는 송전탑 반대 농성을 하다가 두 번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두 번 입원을 했다. 할머니의 감농장 바로 위로 송전선이 지나간다. 장 할머니는 “송전선이 연결되면 감나무 가는 길에 송전선을 세 번 지나야 한다. 줄 지나가면 뭐해먹겠는고”라고 한탄하며 “죽을 때까지 송전탑 공사를 막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밀양=사진·글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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