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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우림 원목이 톱밥으로…한국 신재생에너지 정책, 인도네시아 원시림을 베다

한·일 바이오매스 수입 뒤 벌목 1365배 급증… 목재펠릿 생산기지 실태조사한 세실리아 연구원 인터뷰
등록 2025-11-21 08:38 수정 2025-11-24 07:08
2024년 10월 바이오매스 공급을 위해 훼손된 인도네시아 고론탈로 지역의 숲.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아우리가 누산타라’가 고론탈로 지역(술라웨시 섬 북부) 열대우림의 벌채 실태를 고발한 뒤 인도네시아 내외신 취재가 이뤄졌다. AP 연합뉴스

2024년 10월 바이오매스 공급을 위해 훼손된 인도네시아 고론탈로 지역의 숲.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아우리가 누산타라’가 고론탈로 지역(술라웨시 섬 북부) 열대우림의 벌채 실태를 고발한 뒤 인도네시아 내외신 취재가 이뤄졌다. AP 연합뉴스


 

“‘숲을 태워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허구에 기반한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한국 국민도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최대 바이오매스 수입국이다. 2021~2023년 인도네시아 전체 수출량의 61.1%에 이르는 목재펠릿(목재나 목재 부산물을 분쇄·건조·압축해 작은 알갱이 형태로 만든 연료)을 사들였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아우리가 누산타라’의 세실리아 마하라니 푸트리 연구원은 한국 등에서 땔감을 ‘바이오매스’로 명명하는 걸 두고 “‘바이오’라는 접두어가 붙었다고 해서 환경에 무해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라고 꼬집으며 “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파괴의 요인으로 한국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트리는 2024년 한국 목재펠릿 최대 생산기지이기도 한 고론탈로 지역(술라웨시섬 북부) 열대우림의 벌채 실태 조사에 참여해, 원시림이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무차별적으로 훼손되고 멀쩡한 원목이 톱밥으로 바뀌는 현장을 기록했다. 2024년 10월 아우리가 누산타라와 ‘포레스트워치인도네시아’(FWI), 기후솔루션 등 7개 환경단체는 공동으로 ‘ 무시된 경고: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에 대한 산림 바이오매스의 위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앞서 탄소흡수원인 산림의 파괴를 부채질함에도 태양광보다 더 높은 신재생에너지 보상금 가중치(REC·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를 부여받는 국내 산림 바이오매스 제도의 각종 문제점을 보도(제1584호 참조)한 한겨레21이 2025년 10월29일 세실리아 연구원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자크라 안경원숭이 등 고론탈로 고유종 사라지나

—고론탈로 산림파괴 현장 조사 결과는 어땠나요.

“고론탈로 지역에서 목재펠릿을 생산하기 위해 원시림이 파괴된 사례들을 확인했어요. 2020년 이전까지 산림파괴 흔적이 없던 곳이죠. 한국과 일본으로 수출이 이뤄진 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BTL(Banyan Tumbuh Lestari·‘지속 가능하게 자라는 반얀나무’라는 뜻) 등 직접적인 벌채 면적만 최소 1372㏊에 달했습니다. 2년 새 벌목 면적이 1365배 늘어났죠. 거대한 원목을 잘라 공장으로 옮긴 뒤 작은 목재펠릿으로 만들어냈어요. 벌채된 목재를 운송하기 위해 길을 내고 운반차량 등이 다니는 운송구역을 포함하면 2만7천㏊ 이상이 위협받았고, 이 중 96%(2만6706㏊) 정도가 원시림 상태였습니다.

생물다양성이 높은 숲을 베어낸 자리엔 빠르게 자라는 글리리시디아나무 단일수종으로 대체했습니다. 또 다른 플랜테이션(대규모 단일작물 농장)으로 바꿔놓는 거죠. 한국의 바이오매스 수요는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지역의 생물다양성에 큰 위협이 됩니다. 술라웨시섬에는 영장류만 해도 17종이 살아가는데, 자크라 안경원숭이 등이 고론탈로에만 삽니다. 윗송곳니가 자기 이마에 닿을 듯 길게 휜 바비루사도 고론탈로 지역 고유종입니다. 바이오매스 공급을 위한 벌채 확대로 숲이 파괴되면 살 곳을 잃게 될 존재들입니다. 또 산림 벌채는 고론탈로 지역의 산사태와 홍수를 악화해 인근 마을들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공동연구위원회(JRC)는 2021년 1월 낸 보고서에서 “생태계나 생물다양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5년 이내 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목재 바이오매스 공급원은 (잔가지나 낙엽 같은) ‘미세 목재 잔재물’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이 또한 수확(채취) 과정에서 산림 재생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한국 정부는 목재 바이오매스, 즉 땔감을 ‘청정에너지’라고 정의합니다. 산림청은 누리집에 ‘목재펠릿 1t을 사용하면 유연탄(석탄) 604.65㎏을 대체한다’고 소개합니다.

“현행 바이오매스 관련 탄소회계 체제의 허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근거로 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기준을 따르더라도 목재펠릿으로 1TJ(테라줄)의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11만2천㎏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됩니다. 석탄(9만4600㎏)의 배출량보다 18.4%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합법이라는 점만 강조하지, 이 많은 탄소가 어디로 가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벌채가 이뤄지는 나라(공급국)에 탄소배출량 100%가 전가되지만, 이 사실이 제대로 보고되지도 않습니다. 반면 정작 이득을 보는, 발전소가 있는 나라(연소국)의 탄소배출량은 ‘0’으로 계산합니다. 이를 이용해 한국은 한 해 580만t가량(2022년 기준)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공급국가들의 책임으로 떠밀고 있습니다. 연소시 이산화탄소 배출을 계산하는 화석연료와 달라, 전세계 많은 과학자가 현행 탄소회계는 산림 바이오매스에 의한 탄소배출 책임을 희석하고 환경영향을 과소평가하게 하는 구조적 허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아우리가 누산타라’의 세실리아 마하라니 푸트리 연구원. 기후솔루션 제공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아우리가 누산타라’의 세실리아 마하라니 푸트리 연구원. 기후솔루션 제공


열대 원시림 없어지고 단일수종 플랜테이션화

—나무는 다시 자라 언젠가는 탄소배출이 ‘0’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합니다.

“목재를 재생 가능 자원으로 분류하는 것은 나무를 태울 때 즉각적으로 탄소가 배출되는 반면 그만한 탄소흡수원을 확보할 때까지 최소 30년 이상,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더욱이 전세계가 25년 뒤인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를 정하고 있습니다. 열대 지역의 오래된 원시림이 단일수종의 ‘에너지용’ 플랜테이션으로 바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생태적으로 원래대로 숲을 복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입니다. 다층 캐노피(나무들이 모여 형성하는 숲의 윗부분)와 영양 순환, 다양한 미세 서식지를 제공하는 등 복잡다단한 기능을 해오던 원시림을 제거하면서 발생하는 생태적 피해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산불 위험도 더 커져 탄소배출과 미래 훼손 가능성을 동시에 증가시킵니다. 언젠가 흡수하겠지라는 기대는 현실과 괴리된 오해입니다.”

2025년 8월 독일 헬름홀츠 지구과학센터(GFZ)가 전세계 산림 나이 변화와 탄소배출 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보면 열대우림이 전 지구적 탄소흡수 기능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2010~2020년 열대 지역의 200년 이상 된 숲 면적 중 1%만 20년 미만 어린 숲으로 바뀌는데, 이 때문에 지상 탄소손실 증가분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탄소가 더 발생했다.

 

2024년 10월 인도네시아 고론탈로(술라웨시섬 북부) 지역의 숲. 바이오매스 공급을 위해 벌목된 나무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훼손됐다. 아우리가 누산타라가 고론탈로 지역 열대우림의 벌채 실태를 고발한 뒤 인도네시아 내외신 취재가 이뤄졌다. AP 연합뉴스

2024년 10월 인도네시아 고론탈로(술라웨시섬 북부) 지역의 숲. 바이오매스 공급을 위해 벌목된 나무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훼손됐다. 아우리가 누산타라가 고론탈로 지역 열대우림의 벌채 실태를 고발한 뒤 인도네시아 내외신 취재가 이뤄졌다. AP 연합뉴스


한국 정부 보조금이 동남아를 위협

—한국 정부는 2024년 12월 바이오매스 보조금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가 10개월 뒤 ‘산업계 요구’를 근거로 후퇴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동남아시아 원시림을 벌채하고 단일수종의 조림지로 전환하도록 부추깁니다. 보조금 축소 결정을 뒤집었다는 것은 전세계적인 기후 대응 노력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탄소중립 성과를 보여주려는 정치적 욕구와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생겨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의 각종 보조금 및 정책 메커니즘은 없어도 될 시장을 만들어내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많은 나라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한국 기후에너지환경부 담당자는 ‘산림 바이오매스가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은 유럽연합(EU) 등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합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목재 바이오매스 보조금 정책을 통해 원시림,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 환경보호가 취약한 지역에서 목재를 조달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언론과 연구결과를 통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유럽 사례를 경고로 받아들여야 하지, 왜 한국의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까?”

보조금 축소 계획을 번복한 한국과 달리 유럽연합은 2025년 말 산림파괴방지규정(EUDR)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유럽 시장에 제품을 팔려면 현지에서의 합법 여부와 상관없이, ‘숲 파괴 없이 생산됐다'는 것을 실사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뼈대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아우리가 누산타라’의 세실리아 마하라니 푸트리 연구원. 기후솔루션 제공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아우리가 누산타라’의 세실리아 마하라니 푸트리 연구원. 기후솔루션 제공


 

2024년 10월 바이오매스 공급을 위해 벌목된 인도네시아 고론탈로 지역의 나무들이 목재펠릿으로 가공된 뒤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아우리가 누산타라’가 고론탈로 지역 열대우림의 벌채 실태를 고발한 뒤 인도네시아 내외신 취재가 이뤄졌다. AP 연합뉴스

2024년 10월 바이오매스 공급을 위해 벌목된 인도네시아 고론탈로 지역의 나무들이 목재펠릿으로 가공된 뒤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아우리가 누산타라’가 고론탈로 지역 열대우림의 벌채 실태를 고발한 뒤 인도네시아 내외신 취재가 이뤄졌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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