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월28일 경남 밀양 춘복산의 모습. 이곳에선 2년9개월 전인 2022년 5월 산불이 난 뒤 막대한 돈과 인력이 투입돼 재개발식 벌채와 조림이 이뤄졌다. 조림한 묘목은 대부분 말라 죽어 있었다. 나무들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상관없이 모조리 베어졌다. 지표면의 낙엽층이나 벌목 뒤 남은 잔가지와 잔해까지 수거돼 모두 ‘미이용 바이오매스’로 화력발전소에 공급된다. 김양진 기자
신재생에너지 하면 태양광을 떠올리기 쉽지만 정작 정부가 더 강하게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산림 바이오매스, 즉 ‘땔감’이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생산·공급을 늘리기 위한 ‘보상책’으로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발전사는 ‘아르이시’(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판매하고 기존 대형 발전사에 이를 의무 구매(2025년 기준 발전량의 14%)하게 하는데, 산림 바이오매스 발전의 가중치는 최대 2.0이다. 태양광(최대 1.6)이나 육상풍력(1.2)보다 높고, 해상풍력(2.2)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한국의 ‘목재 펠릿(목재나 목재 부산물을 분쇄·건조·압축해 작은 알갱이 형태로 만든 연료) 발전량’은 2012~2023년 79배 늘어났다. 영국·일본에 이어 세계 3대 땔감 수입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태양광에 이어 두 번째 규모, 전체 신재생에너지의 19.7%(2023년)를 차지한다. 정부는 ‘나무는 또 자라나니 태워서 탄소가 배출돼도 그만큼의 나무만 다시 심으면 탄소를 다시 흡수할 수 있다’는 가정에 따라 땔감을 ‘친환경 연료’로 규정한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탄소흡수원’이기도 한 산림을 땔감 공급을 이유로 대책 없이 파괴한다는 이유 등에 따라 산림 바이오매스는 ‘가짜 신재생에너지’라는 지적이 국내외 학계·시민단체에서 제기돼왔다. 전세계 과학자 750명은 2022년 12월 세계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화석연료에서 나무를 태우는 방식으로 에너지원 전환을 하는 것은 기후목표와 생물다양성을 동시에 훼손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논란을 반영해 2024년 12월18일 ‘바이오매스 연료·발전시장 구조 개선 방안'를 발표했다. 목재 펠릿·칩 등 ‘일반 바이오매스’ 이용 발전에 대한 REC 가중치를 1.5에서 2027년까지 0.5(나무만 태우는 ‘전소’ 발전 공기업’의 경우)로 낮추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2025년 1월10일 고시 내용을 행정예고까지 했지만, 업계 반발에 산자부는 고시 개정을 미루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이후 8개월 만에 만들어진 ‘수정안’이 9월17일 업계 간담회에서 공개됐는데, ‘조건 충족시’라는 단서를 달아 2050년까지 가중치를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유턴했다. 기후솔루션·그린피스 등 15개 환경·시민단체는 9월24일 성명을 내어 “윤석열 정부도 공감·추진한 바이오매스 지원 축소를 이재명 정부가 뒤집고 있다. ‘2040 탈석탄’ 공약을 세계 숲을 태워 완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10월1일부로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분야 등 업무를 이관받은 기후에너지환경부 담당자는 “시설투자, 지역경제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 결과 급격한 (가중치)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서 만들어진 절충안”이라며 “전소 발전소의 경우 바이오매스 중 ‘미이용 바이오매스’를 40% 이상 쓴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나머지 60%에 대해 기존 가중치(1.5)를 적용하게 된다. 조건 미충족 물량에 대해선 REC 가중치가 단계적으로 0.5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바이오매스 이용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미이용 바이오매스’의 본래 뜻은 ‘다른 용도로 이용되지 않아 버려지는 잔가지·잎사귀 같은 산림 부산물’이다. 2018년 ‘산림 바이오매스 이용·보급 촉진 규정’이 제정됐다. ‘일반 바이오매스’와 달리 ‘어차피 버려질 걸 활용해 전기까지 만든다’며 ‘미이용’에 대한 REC 가중치를, 기존 최고 가중치(1.5)를 넘어선 ‘2.0’으로 높였다. 미이용 바이오매스 공급량은 2019년 22만t에서 143만2천t으로 6.5배 급증했다. 산림청은 2050년까지 300만t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2023년 10월 기후솔루션의 ‘대한민국 산림의 땔감화’ 자료를 보면, 제도 취지에 맞지 않게 ‘미이용 바이오매스’의 87%가 기존 숲을 남기지 않고 모두 없애는 ‘모두베기’ 방식으로 벌채됐고, 바이오매스 생산만을 위해 벌채 허가를 받은 경우도 40%에 달했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심지어 산을 다른 용도로 개발해 나무를 다시 심을 수 없는 ‘산지 개발’을 통해 나온 목재까지도 합법적으로 ‘미이용’으로 인정된다”며 “과거엔 원목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던 숲 가꾸기 사업에서 나온 목재나 산불 피해목도 지금은 모두 ‘미이용’”이라고 설명했다. 애매한 범위 탓에 미이용 바이오매스 규모도 ‘부산물’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다. 2023년 공급량은 89만2천㎥로 전체 바이오매스의 79.6%, 전체 국산 목재의 19.3%에 달한다.
REC 가중치는 ‘돈’과 직결된다. 미이용 바이오매스에 대한 ‘REC 2.0 가중치’ 부여 등에 힘입어 2018~2023년 5년간 국내 바이오매스 분야 매출은 2.6배 급증(1조3416억원→3조5433억원)했다. 태양광 분야 매출이 27%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경남 지역에서 산림 관련 일을 하는 ㄱ씨는 이렇게 말했다. “1㏊ 벌목하면 1500만원 정도 수익이 나는데, ‘미이용’ 인증을 받으면 (시세에 따라) 600만~750만원을 더 받는다. 최근 수년 새 벌목업 등록하는 후배가 많아졌다. 적극적으로 산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한다. 영남 쪽은 대규모 산불도 있었고, 소나무재선충병 때문에 모두베기 방제도 가능하고, 2014년 49년 만에 벌기령(벌목이 가능한 최소 수령)이 절반(참나무류의 경우 50년→25년)씩 낮춰져 쉽게 벌목이 가능한 환경이다. 이러다 우리나라 숲 전체가 조금만 자라면 베고 또 베고 하는 ‘연료림’(땔감용 숲)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후부 담당자는 이에 대해 “산림청과 협의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땔감은 정말 ‘탄소중립 에너지원’일까. 사실 벌채 후 조림한 묘목이 제대로 자라도 기존 숲처럼 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멀쩡한 탄소흡수원의 기능을 떨어뜨려 ‘훗날 갚아야 할 배출량’을 늘린다는 점에서 신재생 바이오매스는 ‘탄소 부채’라고 불린다. 송한새 연구원은 “목재 펠릿의 80%가 수입되는데, 우리 정부나 기업이 해당 지역 재조림 여부·상태를 확인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의 최대 목재 펠릿 수입국인 베트남 업체들은 산림인증서 위조로 국제산림관리위원회(FSC) 감사를 받아 인증 자격이 정지(2023년)됐지만 한국 정부의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도 “벌목 과정에서 중장비가 토양을 깡그리 뒤집고 다니면서 토양 생태계가 고정했던 탄소의 배출이나, 운송과 펠릿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은 무시된다”며 “역대 정부들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단기간에 손쉽게 올리려는 유혹에 빠져 태양광 등 ‘진짜 신재생’ 투자 여력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이 말했다. “한국도 모두베기로 사라진 숲을 어린나무로 재조림한다지만 그 목적이 제도 취지대로 탄소흡수원을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연료용 벌채를 반복하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생물 다양성 감소, 토양 탄소 유실, 산사태 등등의 다양한 피해에 대해서는 누구도 감시하지 않는다. ‘바이오매스(산업)’라는 건 ‘나무는 다시 자란다’는 이론에만 기댄 엉성하기 짝이 없는 핑계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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