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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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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 도민준이 아니다!

보험가입자는 모르는 부담보의 비밀
등록 2014-03-15 17:37 수정 2020-05-03 04:27

별에서 온 남자를 사랑하는 지구 여자는 불행하다. 상대의 건강을 위해 키스도 참아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이 요상한 임상 반응은 외계인 도민준의 수려한 외모 덕분에 강한 설득력을 갖는다. 돈 많지, 잘생겼지, 게다가 초능력까지 있는 남성이 자신을 사랑해주는데 그까짓 키스 좀 못한들 어떠랴. 하지만 어디 그런가. 제아무리 도민준이더라도 한평생 보고만 살 수는 없지 않나. 그때부터 당신의 사랑은 욕구불만이라는 고통으로 바뀔 텐데. 그래도 천송이가 되겠느냐고 물어보면 아마 싫다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말이다. 보험에 가입할 때도 이런 경우가 있다.
건강에 자신 없는 사람일수록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허리에 디스크 증상이 있는 사람은 허리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험에 가입하려 한다. 문제는 보험회사가 그냥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보험회사는 허리에 대해서는 죽을 때까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보험가입자가 받아들이면 보험계약을 인수한다. 이렇게 특정 신체 부위나 특정 질병에 대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건을 보험용어로 ‘부담보’라고 한다. 보험회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보험에 가입하기 전부터 아픈 사람을 건강한 사람과 똑같은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보험가입자 처지에서는 억울하다. 보험에는 가입되지만 정작 걱정되는 허리에 대해서는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보험가입자들은 부담보 조건을 받아들이고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 없이 살기에는 국민건강보험이 그리 믿음직스럽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체념 반 걱정 반으로 보험에 가입하는데, 그 체념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부담보라고 해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있다는 걸 확인하지 않는다.
외계인만큼이나 요상한 비밀이 많은 것이 보험인데, 부담보에도 보험가입자들이 모르는 비밀이 숨어 있다. 만약 보험에 가입할 때 디스크 증상이 있는 허리에 대해서 부담보가 걸려 있더라도 그 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계단에서 구르는 등 사고로 인해 입원이나 수술 같은 치료를 받게 된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보험에 가입할 때 부담보가 걸린다는 것은 특정 신체 부위의 현재 상태 또는 특정 질병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할 뿐이지, 보험계약 뒤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까지 보험금 지급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보험가입자들은 부담보가 걸린 신체 부위를 다치는 경우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부담보가 걸렸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을 청구하자. 다행히 보험은 도민준이 아니라서 청구 좀 했다고 다른 별로 가거나 죽지 않는다.

윤용찬 (주)보험금숨은그림찾기 교육센터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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