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암 발병률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제는 보편화된 정기 건강검진이 암 발병률 증가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건강검진을 받다가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아진 것이다. 그중에서도 위 또는 대장에서 종양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내시경검사 도중에 종양이 발견되면 검진기관에서는 일단 그 종양을 제거해 조직검사를 한다. 혹시 악성(암)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검사 결과가 악성도 아니고 양성도 아닌 ‘경계성 종양’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경계성 종양은 양성과 악성(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아직 악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암에 비해 덜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보험회사는 경계성 종양으로 진단받은 보험가입자에게 암보험금의 10분의 1 정도만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그런데 이런 경계성 종양 중 어떤 것은 암으로 인정돼 몇천만원의 암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보험가입자는 몇 명이나 될까? 내시경검사를 받다가 종양을 제거한 경우에도 수술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데 암보험금이라니.
만약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고 용종을 제거한 뒤 보험회사에 제출한 진단서에 ‘D37.5 직장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이라고 적혀 있다면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은 경계성 종양에 해당되는 보험금 몇백만원만 지급하고 보험금 지급을 종결한다. 그런데 이때 ‘carcinoid tumor’(유암종)라고 적혀 있는 ‘조직검사 결과지’를 첨부해 다시 보험금을 청구하면 그제야 보험회사는 수천만원의 암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직장의 모든 유암종은 크기가 작아도 잠재적으로 악성 경과를 보일 여지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보험계약상 암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즉, ‘직장유암종’은 경계성 종양이 맞지만 악성(암)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보험계약에서는 암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보험회사들이 직장유암종을 암으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몇 년 전부터 널리 판매되는 보험상품 중에는 암으로 진단받으면 암보험금 외에도 중대한 질병에 대한 진단보험금(CI보험금)을 함께 지급하고 그 이후부터는 전체 보험료의 납입을 면제해주는 것이 있다. 만약 이와 같은 보험상품에 가입한 보험가입자가 직장유암종으로 진단받는다면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경계성 종양에 비해 스무 배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고 그 이후부터는 보험료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많은 보험회사들이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직장유암종에 대해 암보험금 지급을 꺼리는 것이다. 급기야 보험회사들은 최근 들어 ‘대장점막내암’은 암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다가 종양을 제거했다면 관련 서류를 꼭 확인해보기 바란다. 그 종양이 유암종이라면 적극적으로 암보험금을 청구하고 보험료 납입도 면제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윤용찬 (주)보험금숨은그림찾기 교육센터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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