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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원·김인환…6년 만에 ‘경력직’ 신인왕 탄생 임박?

고졸 새내기 신인왕이 대세였지만, 2022년엔 늦게 데뷔한 정철원·대기만성형 김인환 등 후보로 꼽혀
등록 2022-10-28 08:58 수정 2022-10-28 13:30
2022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역투하는 두산의 마무리투수 정철원. 한겨레 자료

2022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역투하는 두산의 마무리투수 정철원. 한겨레 자료

처음은 늘 어렵다. 하물며 생애 처음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월급을 받는 첫 직장에서는 오죽할까. 프로야구 선수도 마찬가지다. 새내기는 힘들다. 아마추어 때는 비슷한 또래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면 됐지만 프로는 20살 이상 차이 나는 선배와도 경쟁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글이다.

30이닝, 50타석 미만 모든 선수 대상

2022 케이비오(KBO)리그 개막 전 여러 굵직한 신인이 언급됐다. 2003년생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에게 ‘초고교급’ ‘슈퍼 루키’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었다. 김도영(KIA 타이거즈), 문동주(한화 이글스) 등도 그중 한 명이었다. 김도영은 시범경기 때 4할대 타율(0.432)을 뿜어내며 ‘제2의 이종범’이라는 찬사까지 받았으나 정작 정규리그 때는 부진을 이어갔다. 데뷔 첫 달(4월) 1할대 타율(0.179)에 머물렀다. 수비에서 미숙한 모습도 여러 차례 보여줬다.

문동주는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55㎞ 강속구를 꽂으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지만 웬걸, 두 차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9월 중반부터 다시 마운드에 올라 프로 경험을 쌓고 있다. 2022년 성적은 10월3일 현재 13경기 등판, 1승3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5. 28⅔이닝만 던져서 2023년에도 신인왕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 한화가 2022년 전체 1순위로 뽑은 김서현(18·서울고)과 신인왕 다툼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대형 프로 새내기 선수들이 주춤한 사이 신인왕 자격을 갖춘 ‘경력직’ 선수들이 부각했다. 두산 베어스 정철원(23)과 한화 이글스 김인환(28) 등이다. 아무래도 프로 옷을 입은 세월을 무시할 수 없다. 정규리그 최우수 신인선수의 경우 KBO 표창규정 제7조(KBO 신인상)의 자격 요건에 따라 2022년 입단 또는 처음 등록한 선수를 비롯해 2022시즌을 제외한 최근 5년(2012년 이후 입단 및 등록 기준) 이내의 기록이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을 넘지 않는 모든 선수가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문동주는 2023년에도 신인왕 자격이 있다. 반면 김도영은 60타석을 넘어서 자격이 없다.

2018년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로 지명된 정철원은 2022년 5월 1군에 올라왔다. 팀 입단 동기 곽빈이나 박신지보다 늦게 1군에 데뷔했다. 퓨처스(2군)리그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2018년에는 4경기에서 3⅓이닝만 던졌는데 평균자책점이 18.90에 이르렀다. 2019년 성적은 11경기 등판, 2승3패 평균자책점 4.69. 2020~2021시즌에는 군대를 다녀왔다. 상무나 경찰청이 아닌 현역이었다. 군 제대 뒤 2022년 2군에서 3경기 평균자책점 2.38의 기록을 내고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두산 불펜 사정이 좋지 않아서 기회가 왔다.

정철원은 1군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어갔다. 8월에는 10경기 14⅓이닝 투구에 무실점을 기록했다. 정철원의 장점은 빠른 구속. 속구가 시속 140㎞ 후반에서 150㎞ 초반까지 찍힌다. 게다가 마운드에서 두려움이 없다. 정철원은 9월29일 한화전에서 시즌 21번째 홀드(4승3패 3세이브)를 기록하며 2007년 팀 선배 임태훈이 보유하던 KBO리그 신인 최다 홀드 기록(20개)을 15년 만에 넘어섰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희생플라이를 치는 김인환. 한겨레 자료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희생플라이를 치는 김인환. 한겨레 자료

2021년에도 ‘미래 가능성’에 점수 줘

꼴찌팀 한화의 희망, 김인환은 대기만성형이다. 2023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 되는 김인환은 고교, 대학 졸업 학년에 두 차례 신인 드래프트(지명)에서 떨어진 뒤 2016년 육성 선수로 한화에 입단했다. 육성 신분이었기에 지명받은 선수들과 비교해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는 못했다.

2018년 1군에 데뷔했지만 4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2019년에는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4(42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상무에 지원했지만 탈락해 현역병으로 입대했고, 포병 부대에서 측지병으로 복무했다. 제대해도 1군 출전은 여전히 요원했다. 그래도 2022년 개막 한 달간 2군에서 타율 0.302, 2홈런 21타점의 기록을 보이면서 5월 1군에 콜업됐다.

김인환은 기회를 꽉 붙들었다. 2022년 10월4일 현재 그의 성적은 타율 0.263(444타수 113안타) 16홈런 48득점 54타점. 팀 내에서 홈런 수는 가장 많다. 한화를 이끌어갈 차세대 거포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김인환이 최고 신인으로 뽑히면 2016년 신재영(당시 만 27살·넥센 히어로즈)을 넘어 최고령 신인왕이 된다. 만 28살을 넘겨 신인왕이 된 사례는 지금껏 없었다. 김인환 외에 김현준(삼성 라이온즈), 전의산(SSG 랜더스) 등이 ‘중고 신인’으로 좋은 활약을 보였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고졸 새내기 선수들이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시작이었다.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답게 데뷔 첫해 전 경기에 출장해 역대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다. 10년 만의 순수 고졸 신인왕이었다. 그다음은 강백호(2018년·KT 위즈)였다. 강백호는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29개)을 세웠다. 1994년 김재현(당시 LG 트윈스)이 세운 기록을 24년 만에 깼다. 이후 정우영(LG 트윈스)이 불펜 투수로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2020년에는 소형준(KT 위즈)이 고졸 신인답지 않은 투구로 13승(6패)을 거두면서 이견 없는 최고 신인으로 등극했다.

2021년 신인왕은 이의리(KIA 타이거즈)였다. 이의리는 시즌 성적이 4승5패 평균자책점 3.61로 좋지 못했지만 ‘미래 가능성’에서 점수를 얻었다. 사실 도드라진 활약을 보인 신인이 적었다. 이의리와 대적한 이가 데뷔 2년차인 최준용(롯데 자이언츠)이었다. 최준용은 4승2패1세이브 20홀드 평균자책점 2.85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으나 이의리에게 밀렸다. 프로 2년차 중간계투였다는 점에서 평가가 다소 박한 감이 없지 않았다.

리그 수준이 올라갔다? vs 기본기가 부족하다?

2022년에는 6년 만에 ‘경력직’ 신인왕 탄생이 임박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그만큼 리그 수준이 올라가서 고졸 선수가 기존 선수를 넘기 힘들어진 것”이라고 평했다. 2021년만 보더라도 이의리의 성적이 과거 신인 투수들의 성적보다 떨어진 게 사실이다. 혹자는 “최근 프로에 입단하는 신인들의 기본기가 많이 부족해서 프로 1~2년 동안은 2군에서 기본기를 익혀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고졸 신인들에게 프로는 더 이상 쉬운 무대가 아닐지도 모른다. ‘초고교급’이 ‘프로급’이라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달리 생각하면 이정후, 강백호가 이례적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팀에서 리그에 적응할 충분한 기회를 얻기도 했다. 조금은 관대한 시선으로 신인을 바라볼 필요성은 있다. 야구에서든 인생에서든 우리는 모두 ‘초짜’로 시작하니까. 처음이 아닌 적은 없으니까. 실패 속에서 배워가는 게 신인이니까.

김양희 <한겨레> 문화부 스포츠팀장·<야구가 뭐라고> 저자

*오랫동안 야구를 취재하며 야구인생을 살아온 김양희 기자가 야구에서 인생을 읽는 칼럼입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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