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지하를 알게 된 건 게이 친구 덕분이다. 그는 이반지하가 롤모델이라 했다. “그의 유머는 정말이지 탁월해. 인간의 모순을 잘 짚어낸다니까. 가장 역작은 이 노래야, 스팅의 <뉴욕의 영국인>을 개사한 <레즈바에 온 작은 헤테로>.” 레즈비언 술집에 간 이성애자(라고 믿지만 흔들리는) 여자의 속마음을 그려낸 곡이다. “사실 나 <성과 사회> 리포트 쓰러 온 거야. 설문지 나갑니다~ 어떤 아픔이 있나요?” 묻는 대목은 압권이다.
이반지하, 본명 김소윤은 2004년부터 활동한 퀴어 아티스트다. ‘이반’이라는 정체성과 ‘반지하’에서 작업하는 환경을 붙여 닉네임을 만들었다. 현대미술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가수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페미니스트, 레즈비언, 퀴어 정체성에 대한 농담들을 작업 소재로 삼아왔다. 최근 에세이집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문학동네 펴냄)를 출간해 천재성을 널리 알리는데 띠지엔 이렇게 적혀 있다. “감히 너희가 나를 기억하기보다는 너네는 그냥 나를 외워야 할 거야. 모든 역사적 사건처럼.”
“주로 보는 게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밖에 없네요. 박지선 교수(사진❶)가 나오는 편들 좋아해요. 그분이 보여주는 강력한 전문가적 포스와 중요한 말을 강조할 때의 표정, 목소리 톤 같은 것이 아주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알>이 대중에게 말 거는 방식도 흥미로워요. 예를 들면 고인에 대한 위로를 시청자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써요. ‘살아 있었으면 한 가정을 이루고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고 아이를 기르고 있지 않았을까요?’ 이런 식의 정상가정 판타지가 옳은 건 아니지만 또 시청자 대중의 입장에서는 듣고 있으면 설득이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예술도 비슷하죠. 개인이 사회에서 표현을 하려면 일정 부분 왜곡이 필요하거든요. 나쁘게 말하면 타협일 때도 있고, 좋게 말하면 작품의 설득력이기도 하죠. 그래서 대중 미디어는 어떤 왜곡을 하고 있나 보는 게 재밌어요. 아무래도 저와 제 주변이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쉬운 사회적 조건을 가졌기 때문에 시청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이반지하는 본인을 드러내며 예술을 해왔다. 사회에서 소비되는 여성의 몸을 넘어, 무대 소품으로서 자기 신체를 적극 활용하는 퍼포먼스도 해왔다. 이것이 가부장제와 성별 이분법 사회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굴절될지 알고 있음에도 그 방식을 택한 것이 이반지하라는 아티스트였다. 그럴수록 강해졌지만, 한편으론 취약해졌다.
“내 끼가 이만큼 엄청난데 그걸 뿜어내면 내가 너무 취약해지는 거예요. 사회적 안전망이 없으니까. 혐오세력이 와서 돌 던져도 저를 보호해줄 사람 없고, 이런 고민을 하다가 며칠 전엔 친구한테 포기하듯이 ‘나 그냥 엄청 잘될게’ 하고 넘어갔어요. 하지만 이런 삶의 태도를 누군가에게 권할 순 없죠. 그래서 요즘엔 노출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 자주 생각해요.”
평범한 사람이 유명해지는 과정에서 성별이 개입되고 젠더가 개입됐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사회는 더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것에 눌리고 살 사람들인가. 모두들 다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하며 살 수 있길.
“용기가 필요할 땐 김연아 경기 영상(사진❷)을 봅니다. 김연아 선수의 움직임 전부가 그냥 너무 아름답고, 시작과 완료가 있는 ‘공연’이라는 완결된 형식을 갖추고 있어서 내 복잡한 감정도 그 안에서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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