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에 좀비의 공습이 시작된다. 위험 지대는? 드라마, 영화, 웹툰, 게임…. 첫 공격부터 셌다. ‘갓 쓴 K-좀비’로 불리는 넷플릭스의 . 의문의 역병이 창궐한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재앙의 전말을 조사하는 왕세자 일행의 여정을 다룬 드라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2월에는 스크린에 좀비 코미디 영화 이 등장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불시착한 좀비와 기묘한 가족이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담은 작품이다. 여느 좀비물의 좀비와 다르다. 좀비는 양배추를 좋아하는 채식주의자이고, 인간을 젊어지게 하는 ‘회춘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웹툰으로는 (좀비딸)이 선보이고 있다. 제목 그대로 좀비가 된 딸을 지키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이뿐 아니다. 좀비물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의 연상호 감독이 좀비물 를 준비하고 있고, 의 이재규 감독이 주동근 작가의 좀비 웹툰 을 드라마로 선보일 예정이다.
2016년 개봉해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의 흥행 이후 2019년까지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좀비 콘텐츠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데 이 좀비물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보는지 모른다면? 공포도 재미도 반감될 터. 그래서 소개한다. ‘좀비 덕후’로 유명한 정명섭 소설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필름에 빠지다’님, 장르문학 출판사 황금가지의 김준혁 편집주간, 네이버 카페 ‘워킹데드’ 매니저 김준혁씨의 도움을 받아 좀비물을 즐기는 방법을. 웰컴! ‘2019 좀비랜드’.
제1관문: 좀비를 이해하라좀비(Zombie)는 살아 있는 시체다. 핏기 없이 썩은 얼굴에 기괴한 걸음으로 사람을 쫓는다. 그들은 인육을 즐긴다. 뇌가 파괴되거나 불타지 않는 한 살육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이런 특성 때문에 잔인하고 징그러운 ‘피칠갑’(고어)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좀비는 무서운 속도로 증식한다. 인간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어 물어댈수록 그 수는 폭증한다. 에서는 무한 증식하는 좀비가 주는 공포의 이유로 “어떤 대화도 불가능한 비이성적인 집단”이라는 점을 꼽는다. 최후의 인간을 잡아먹을 때까지 좀비는 살육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좀비의 모습이 달라졌다. 사람을 물면 물린 사람도 괴물이 되는 지금의 좀비 캐릭터는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 작품에서 좀비상의 원형이 나온 셈이다. 이때 좀비는 느릿느릿 걸어다녔다. 2002년에 나온 대니 보일 감독의 이후 좀비가 뛰기 시작한다. 빠르고 강인한 ‘뛰는 좀비’의 시대를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초자연적인 힘이 아니라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뛰는 좀비’는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괴물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좀비물은 좀비의 공격으로 인류가 종말 위기를 겪고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들의 사투를 주로 그린다. 김준혁 편집주간은 “좀비라는 대재난, 인류 종말이라는 두려운 상황이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좀비물은 “현실과 판타지 공포 중간”에서 느끼는 공포감을 안겨준단다.
네이버 카페 ‘워킹데드’의 김준혁 매니저는 좀비물에서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낀단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가 되고 좀비가 된 그들이 또 다른 가족이나 연인을 위협한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좀비가 된 가족을 둔 이들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제2관문: 친숙해져라이제 좀비를 알았다면 좀더 친해질 방법이 필요하다. 김준혁 편집주간은 좀비물 입문자들에게 같은 좀비 소설 등 문학 작품을 권한다. 잔인한 장면이 많은 영화나 드라마 영상물보다 활자 매체에서는 잔혹함이 덜해서다. 일기 형식으로 쓴 좀비 소설 , 영화 의 원작소설 도 추천한다.
김준혁 매니저는 좀비물을 보면서 감상평 후기를 쓴다. “‘내가 만약 좀비라면’ 이렇게 좀비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한번은 미국 드라마 를 보면서 (마치 좀비가 된 듯) 곱창이나 육회를 먹기도 했다.” 원작이 있는 좀비 영화라면 원작과 비교해 보거나 고전과 현대 좀비물이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는 것도 추천한다.
김준혁 매니저는 무엇보다 좀비물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 소통하는 것을 권한다. 좀비물을 보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즐겁단다. “좀비물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나누는 재미가 있다. 예를 들어 카페에 ‘지금 당신이 만약 릭이라면 어떻게 그룹을 이끌 것인가’라는 질문을 올린다. 회원들이 다양한 생각을 올린다. 그걸 보면 나 역시 또 다른 상상을 하게 된다.”
‘좀비 대통령’이란 별명이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필름에 빠지다’님은 “자기 취향에 따라 좀비물을 고르면 된다.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영화 를 보고, 스토리를 눈여겨보는 분들은 드라마 를 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좀비 드라마를 주로 본다.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해 보는 게 재미있다.”
제3관문: 메시지를 읽어라좀비는 유력한 상징이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좀비는 떼지어 다니며 의식 없이 먹는 욕구에만 집착하는 특징이 있다. 좀비의 이런 특징은 노동과 소비의 끝없는 순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상징한다. 에서는 “좀비는 노동환경, 커뮤니티, 인간관이 무너지는 시대의 상징”이라고 정의한다.
에서는 좀비물에 담긴 인간의 탐욕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본능적인 분노가 세상을 파괴하는 것처럼, 조지 로메로의 좀비 영화에서는 ‘욕망’이 모든 것을 파괴한다. 좀비의 식탐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 종말을 이끈다고 영화 는 말한다.”
특히 한국의 좀비물에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 많다. 외국의 좀비물이 고립 상황에 부닥친 인간의 생존에 방점을 찍는다면, 한국형 좀비물은 거기에 더해 사회계층 격차(), 권력층의 부조리함()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녹여낸다는 것이다. “좀비는 그저 장치일 뿐이다. 그 좀비를 통해 빈부 격차, 차별, 집단 이기주의 등 현대사회의 문제를 읽어내는 재미가 크다.” 김준혁 편집주간의 말이다.
제4관문: 끝까지 살아남아라문명이 파괴되고 좀비가 만연한 상황에서 내가 만약 살아간다면? 좀비 창궐 시대를 살아가는 것을 시뮬레이션해보는 재미도 있다. 좀비 작품 감상법 중 하나다. 정명섭 소설가는 자신만의 생존법을 공개한다. “호기심을 드러내지 않기, 상황 판단을 빨리하기, 오직 생존만을 생각하기.” 김준혁 매니저는 좀비가 없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러 나설 것”이라 하고, ‘필름에 빠지다’님은 “유람선을 탈취해 육지에 있는 좀비들이 올 수 없는 바다 한가운데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
좀더 구체적인 생존법을 알고 싶다면, 를 참고하기를 권한다. 좀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10계명을 전한다. “좀비는 두려움을 모른다. 당신도 두려움을 버려라. 최선의 방어는 딱 맞는 옷과 짧은 머리다. 늘 경계하라. 안전지대는 없다. 조금 더 안전한 곳이 있을 뿐이다. 좀비는 사라져도 위협은 남는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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