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을 찾아서
‘시대정신’이라니. 불행히도 기자에게 이 단어의 이미지는 시쳇말로 ‘오글거림’이다. 어쩌면 살면서 이 단어를 입에 올리는 사람치고 ‘한남 꼰대’가 아닌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자신의 말과 가장 먼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이 이 단어로 핏대를 올렸다. “네 정신, 주변 사람 정신이나 챙기세요”라는 말을 자주 삼켰다. ‘누가’ 시대정신을 말하는가. 즉, 말의 내용보다 말의 화자가 중요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서 민간 독립 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시대정신 기획에는 솔깃했다. 희망제작소는 2006년 ‘21세기 신(新) 실학운동’이란 슬로건 아래 첫 문을 열었다. 기업·정부에서 독립해 시민 회원 5천여 명의 후원과 지지를 바탕으로 10여 년 동안 풀뿌리 지역에서부터 사회적경제, 협동조합, 소셜디자인, 사회혁신 등의 씨앗을 뿌리고 알찬 결실을 맺어왔다. 의제 발굴을 모색하고 해결을 위한 실험과 실천을 병행하는 보기 드문 연구소다.
(희망제작소 기획, 이원재·황세원 지음, 서해문집 펴냄)의 부제는 ‘절망사회를 건너는 11개의 시대정신’이다. 희망제작소가 직접 11개 분야 11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쉽게 풀어썼다. 인터뷰이에게 던진 질문은 딱 세 가지.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이대로 5년이 흐른다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양한 인터뷰이를 접촉한 덕분에 대화의 키워드도 사회양극화·사회안전망 등부터 ‘실패의 공포’ ‘인재다양성’ 등으로 폭넓다.
인터뷰 녹취록 전문 토대로 의미 연결망 분석도 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미래 가치로서의 시대정신’이 도출됐다. 바로 ‘안전한 놀이터’와 ‘지속 가능한 삶’. 전자는 “사회가 개인에게 제공해야 하는 바람직한 환경으로, 생존을 위협받지 않으면서 마음 놓고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는 열린 환경”을 의미하며, 후자는 “(놀이터 안에서) 개인이 공존·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시대정신’이란 단어의 의미는 이런 것이었을까. 내가 살고 싶은 일상과 사회의 모습. 지금 절실한 바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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