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집짓기는 순식간이다. 착공 열흘쯤 지난 11월7일, 집 바닥을 이룰 공간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있다. 시공사 ‘건축중심’ 제공
시절이 하 수상해도 기왕 시작한 집짓기는 끝을 봐야 했다. 나라가 엉망이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 집은 꼴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난 10월5일 집 지을 땅에 팻말이 세워지고 코팅한 종이가 붙었다. ‘건축허가서-건축주 홍○○·오○○, 다가구(2가구) 주택신축공사, 지상 2층’. 관할 지역 주민센터에서 “서류 절차를 잘 끝냈으니 이제 집을 지어도 좋다”고 허가한 것이다.
까다로운 서류 정리를 끝냈다. 여기까지 절차는 대략 이렇다. 땅 계약(2015년 8월), 건축사무소와 설계 계약(2016년 5월·선정기간 2개월), 실제 설계(3개월), 토지대금 완납, 토지사용승낙서 발급(LH 공사), 시공사 선정, 등록면허세 납부·국민주택채권 구입(이상 9월), 건축허가서 발급(10월).
사전 준비를 마치면 단독주택이 모양을 드러내는 건 순식간이다. 목조주택은 4개월 정도면 착공해서 입주까지 끝난다. 서두르면 더 빨리 지을 수 있다. 우리 집의 경우, 시공사는 착공 3개월 20일 뒤 입주하도록 꼼꼼하게 공정표를 짜놓았다.
건축허가 3주 만에 ‘역사적인’ 땅파기가 시작됐다. 11월11일 현재 1층 기초공사가 마무리됐고,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1층 바닥도 완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달 말이면 목조 뼈대가 모두 올라가고 전기·에어컨·설비·창호 공사도 끝낼 예정이다. 한 달 뒤면 지붕과 외벽이 자리잡아 꽤 집의 형태를 띨 것이다.
콘크리트를 붓고, 목조를 세우고, 인테리어를 한다. 그러나 집 짓는 것도 결국 사람의 일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건축주와 시공-설계사와의 갈등은 흔한 일이다. 돈을 대지만 집짓기에 아마추어인 건축주와, 돈을 받지만 집짓기 선수인 시공사 간에 의견이 안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집 짓다 10년 늙는다”는 말도 여기에서 흔히 비롯된다. 갈등이 충돌로 번지면 집짓기는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어느 한쪽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막상 시작한 집짓기 과정은 꽤 즐겁다. 집이 올라가는 모습을 눈으로 보는 단계여서 그럴 수 있겠지만, 좋은 사람들과 어떤 것을 도모하는 재미가 더 크다. 10월26일 착공 뒤 시공사는 거의 매일 아침 ‘카톡’으로 공사 진척 상황을 사진으로 전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다시 교체할 수도, 볼 수도 없는 콘크리트 내부 자재 상태와 성능까지 꼼꼼한 설명을 곁들인다.
건축주와 생각이 충돌할 때 능수능란하게 의견을 조율하는 시공사가 좋다. 기초·설비 공사를 맡은 소장님은 푸근한 인상에 수십 년 경력의 전문가다. “일하는 데 방해되니 행여 음료수 같은 거 사오지 마라. 구경하는 건 방해되지 않으니 아무 때나 와서 이것저것 물어라”며 그는 첫인사를 건넸다. 집이란 게 비슷비슷할 텐데 소장님은 “집이 예쁘게 나올 것 같다”는 따뜻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다시 가족을 생각한다. 집짓기의 또 다른 보람이다. 가장 좋은 공간을 누구에게 할애할까? 결국 특정 개인 공간을 줄이는 대신 1·2층에 가족이 언제든 모일 수 있는 두 개의 ‘가족실’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내는 주방 모양과 크기, 배치, 창 사이즈를 놓고 주로 설계를 담당한 내 의견을 꺾었다. 좀처럼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아내가 ‘욕심’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도 이번 집짓기에서 얻은 큰 성과다. 집 얘기를 할 때마다 5살 큰딸은 “꽃무늬가 많은 방”을 주문했고, 아직 멋모르는 3살 둘째딸은 엉뚱하게 ‘초콜릿’을 요구했다. 앞으로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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