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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기획

우리는 어찌하다 문자드립에 빠졌나


통화를 넘어서게 된 문자메시지…
20~50대 479명 설문조사, 하루에 평균 19.4건의 문자 보내고 57.2%는 통화량 줄었다

제835호
등록 : 2010-11-09 16:43 수정 : 2010-11-1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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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다 먼저 5천만을 돌파했다. 지난 9월1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5천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한국인 4887만 명(올해 추정인구)의 이동전화 보급률이 102.4%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대포폰도 있을 것이다.

이동전화의 기본은 ‘통화’다. 그런데 문자메시지가 ‘기본’의 자리를 꿰찰 태세다. ‘cellphones.org’의 기사(여러 사이트 통계 종합)에 따르면 미국인이 하루에 보내는 문자 건수는 17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평균 통화 시간은 2007년 3.13분에서 2009년 2.03분으로 줄어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닐슨에 의뢰해(청구서 분석) 발표한 결과도 이와 다르지 않다(10월14일치). 청소년(13~17살)은 한 달 3339건(하루 111.3건)이었으며, 45~54살 성인은 323건(하루 10.8건)이었다. 전년보다 75%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월스트리트저널>은 ‘텍스트 혁명’이라고 불렀다.

<한겨레21>은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의뢰해 한국인의 문자 사용량을 체크해보았다. 하루에 보내는 문자량, 문자를 보내는 이유, 문자를 보내는 시간 등을 물었다. 20~50대 총 479명이 전자우편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응답자의 하루 평균 문자 건수는 19.4건이었다(스마트폰 내의 문자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무료 문자 서비스 등을 합친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더 많았다. 21.6건이었다. 비스마트폰 사용자는 18.5건이었다(50건 이상의 문자 사용에는 평균값 60을 적용했다). 응답자 중에 10대는 없다. 10대를 포함한 미국인의 평균값보다 한국 성인의 평균 문자 건수가 많은 것이다. 우리는 왜 통화를 그만두고 문자질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일까. 과거로부터 살펴보자.


#장면1: “메리 크리스마스”

“1996년 외국에서 실용화 단계에 들어선 ‘단문메시지서비스’(SMS·Short Message Service)의 표준을 시험했다. 기술적 시험은 아니었다. 보내는 길은 하드웨어가 만들어놓았고, 그 정보의 길 위에 문자 정보를 어느 정도 싣느냐는 선택을 하는 거였다. 그 길은 80바이트로 결정됐다. 한글로는 40자였다. 문자 서비스라…. ‘이런 것도 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에게 전화 거는 것을 어려워하던 시절이었다. 문자라는 게 어떻게 이용될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용직 책임연구원

“메리 크리스마스.” 개인 컴퓨터에서 휴대전화 ‘오비텔 901’로 맨 처음 날려진 문자였다. 영국 보다폰 GSM 네트워트를 이용해서였다. 1989년 12월3일이었다. 초기 SMS는 주로 음성메일이 와 있음을 알릴 때 쓰였다. 휴대전화가 꺼져 있거나 통화가 불가능한 지역에 있을 때, 가능할 때까지 보관돼 전달됐다. 보조적 수단이었다.

한국에서는 1997년 SK텔레콤에서 ‘데이터 메신저’라는 이름으로 처음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러나 메뉴 등이 모두 영문으로 돼 있고 문자 또한 영문으로 오갔다.

1998년 문자 입력체계를 갖춘 PCS 단말기가 시장에 풀렸다. 버튼을 눌러 자음을 고르고 다시 버튼을 눌러 모음을 골라서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귀찮았다. 그래서 ‘삐삐’처럼 전화를 걸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서비스가 있었다.

1999년 KT프리텔·한솔텔레콤·LG텔레콤 이동통신 PCS 3사 간 문자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연동 합의가 이루어진다. 이후 셀룰러 사업자(SK텔레콤·신세기통신)도 여기에 합세한다. 2000년 버튼에 자음과 모음을 할당해 조합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천지인(삼성), 나랏말(LG) 등이다. 곧 엄지족이 등장했다.

#장면2: 동해물과백두산이마르고닳도록문자한다는

고양시 백마중학교의 박유영(15)양은 친구와 잡담할 때 주로 문자를 이용한다. 지난 9월 초 저녁 8시 항간의 화제인 곱등이로 시작한 문자는 곱등이가 나타난 친구 집 이야기를 거쳐 그 애가 사귀는 남자친구 이야기, 두 반의 커플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문자가 끝난 것은 1시간 뒤인 9시, 약 50통씩 100통이 오고 갔다. 유영양은 문자 500통 쓰는 요금제를 이용하다가 최근 휴대전화를 바꾸면서 ‘무한문자’를 쓰고 있다. 500통 요금제 때는 개시 일주일 만에 문자가 다 떨어진 적이 많았다.

맨 먼저 문자메시지를 폭발적으로 수용한 것은 청소년이었다. 40대 이상이 문자가 오면 어떻게 확인하는지도 모르던 시절, 청소년은 ‘넋 놓고 문자 보낸다’ 경지에 도달했다. 이들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눈을 맞추면서 문자를 보냈다. 네 손가락이 휴대전화를 받치고 자판 위를 옥구슬처럼 구르는 것은 엄지 하나였다.

2000년 이미 “문자메시지 전송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그들만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형성하고 있다”(박준범, ‘청소년들의 이동전화 이용 현상에 나타나는 하위문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는 진단이 나왔다.

서강대 나은영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동성·즉시성·직접성을 지닌 매체로 휴대전화를 본다. 그중 메시지라는 것은 ‘동굴’에 있는 사람에게 출구가 된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공간 안에서 경계를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특히 한국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압박이 많고 몸이 부자유스럽다. 문자로는 청소년들이 은밀한 이야기를 몰래 나눌 수 있다.” 청소년들의 부자유와 비밀스러운 관계는 문자메시지와 ‘깔맞춤’한 것이다.

#장면3: 디지털 하이쿠 쓰는 사람

아, 오늘은 어떤 문자를 보낼까. 예스대리운전의 김승윤 사장은 주말을 빼고 매일 대리운전을 신청한 이력이 있는 고객에게 문자를 보낸다. “엄청 생각을 많이 하죠. 어떨 때는 3시간씩 문구를 다듬기도 합니다.” 7년 전부터 고객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저희 예스대리운전의 소중한 고객이십니다” 식의 문자는 “그만 보내라”는 거부 전화로 이어졌다. 손님들도 식상했고 보내는 사람도 재미없었다. 5년 전부터 대리운전임을 직접 밝히 않는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올해 대리운전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맨 처음 마케팅 수단으로 떠올린 것도 문자였다. 그때부터 매일 문자를 보내고 있다. 식상하지 않은 것도 중요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것도 필요하다. 문자가 나간 뒤 “거기 어디야. 너 누구야” 하는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밤늦게 온 문자를 부인이 발견하고 부부싸움을 했다는 것이다. 가장 무난한 문자는 ‘날씨’와 ‘계절’ 문자다. “국화 향기 가득한 가을!” “밤부터 내일 오전까지 짙은 안개. 조심운전 하세요!” 시간도 잘 골라야 한다. 술자리를 공략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고객의 생활에 지장을 줘서도 안 된다. 문자는 밤 8시30분부터 9시 사이에 보낸다. “마케팅 효과요? 잘 모르겠지만 저 나름으로는 확실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1년 엠프리아이닷컴 주최로 ‘문자 & 이모티콘 경시대회’가 열렸다. “너의 마음/ 다운로드중/ ■■■■□90%/ 다 줄거지?” “1생동안/ 2몸 다바쳐/ 3백년이 지나도/ 4랑할 것입니다/ 5직 당신만을” “손가락이 삐었는가/ 삼십원이 아까운가/ 죽었는가 살았는가/ 기척이나 하고살자” 등이 수상작이다. ‘디지털 하이쿠’, ‘손바닥 문학’보다 작은 ‘엄지 문학’이랄까.

문자는 ‘문학’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갔다. 40자 내로 써야 했기에 띄어쓰기를 무시했고, 축약어를 만들어냈다. 어솨, 드뎌, 비됴. 발음하는 그대로 적어넣었다. 칭구, 마니, 조아, 이러케, 글케, 왜일케. 애교 섞인 말에는 콧소리를 넣고 어말에는 딱딱하지 않게 다듬어 감정을 담았다. 했다공, 알쥐, 좋아여. 의성어가 발달했다. 오잉, 허걱, 크크, 아하, ㅋㅋㅋ. 눈에 보이는 듯한 의태어도 많았다. 데굴데굴, 휘리릭, 삐질삐질. 문자는 보디랭귀지요 감성랭귀지다.

#장면4: 화장실에서도 차 안에서도 문자 중

칼럼니스트 김소희(40)씨의 전화벨이 울리는 적은 거의 없다. 전화벨이 울려서 받아보면 택배거나 경비실이거나 우체부 아저씨다. 전화 통화를 해야 할 때도 먼저 문자로 ‘노크’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예의 같다. 동네에 같이 어울려 지내는 엄마들끼리는 특히 그렇다. 아이를 키우느라 시간이 ‘자기 통제적’이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사이다. “우리는 너무 불쑥불쑥 상대방에게 개입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문자는 그걸 조절해준다.” 문자를 보내고 기다려야 하는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 “여유와 관조의 미학이 있다.” 문자의 반응 속도를 통해 그와의 네트워크 밀도도 관찰할 수 있다. 어느 간격으로 보내고 언제 문자를 끊어야 할지 조절하는 것도 미묘하다.

문자는 받은 사람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보여준다. 대리운전 문자를 받는 사람은 술을 많이 마시고, 신천지 게임 문자를 많이 받는 사람은 어딘가에서 컴퓨터게임을 즐긴다. 역세권 분양 정보를 받는다면 자가 소유자란 말이다. 보내는 사람도 드러낸다.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사람은 소심하고, 마침표와 띄어쓰기를 꼬박꼬박 챙기는 사람은 경계심이 많다. 감정의 결이 드러나기에 “가장 우아하게 거절하는 방법도, 잔인하게 거절하는 방법도 문자에 다 있다.”

문자가 특히 유용할 때가 있다. 오랜만에 지인이나 선생님 안부를 묻고 싶을 때다. 인크루트와 <한겨레21>의 설문조사에서 64.1%가 오랜만에 지인에게 안부를 물을 때 문자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72.0%가 ‘개인 안부연락’을 할 때 예전에는 통화로 하던 것을 문자로 한다고 말했다. 문자는 심리적으로 편하고(49.3%), 간단하고(62.0%), 효율적(40.1%)이기 때문이다. 문자는 어디서든 가능하다. 화장실에 이을 때(72.2%), 밥을 먹으면서(86.4%), 잠들기 전(81.0%)에도 문자를 받았다.

문자가 편하게 되니 통화량이 줄었다. 많이 줄었다고 한 25.7%, 조금 줄었다고 한 31.5%를 합쳐 57.2%다. 의외로 40~50대에서 비율이 높았다. 40대의 62.2%, 50대의 66.7%가 통화가 줄었다고 답했다.

#장면5: 제2의 문자시대

“♡★○♩♨☞★♧♡아빠 사랑해”

(김순배 기자의 4년10개월 된 아이가 보낸 문자, ‘아빠 사랑해’는 엄마가 대신 찍어준 것)

글자를 모르는 아이도 문자를 한다. 월터 J. 옹은 <구술문화와 문자문화>(1982)에서 ‘제2차 문자시대’ 도래를 선언한다. 문자가 등장하기 이전 ‘구술’을 통해 문화가 전달됐다. 인쇄술의 발명으로 문자가 이 구술을 대체했다. 20세기 이후 라디오·전화·텔레비전의 등장으로 문자언어는 구술언어로 바뀐다. ‘제2차 구술시대’이다. 그리고 지금 문화는 새롭게 문자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옹은 이를 ‘제2차 문자시대’라고 말했다.

‘제2의 문자시대’를 구성하는 것은 문자만이 아니다. 트위터는 문자의 확장이다. 140자라는 트위터의 자수 제한은 문자에서 나왔다. 160자(160바이트)는 문자를 처음 만들어낸 ‘알파벳 나라’의 표준이다. 160자로 정한 것은 엽서 등의 문자 수를 살핀 결과였다. 150자 정도로 거의 모든 의사전달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은영 교수는 트위터는 “동굴에서 광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문자들이 이제 트위터를 통해 공유된다. 트위터에는 개인과 공인이 혼재돼 있다. 광장 속에서도 끼리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개인에게 답글(답장)을 달 수도 있고, ‘쪽지’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다.

문자의 장벽이던 가격도 무너지고 있다. 문자메시지의 가격은 30원이었다가(제공업체에 따라 정액제, 10원도 있었지만 곧 통일됐다) 2008년 1월1일 20원으로 내렸다(청소년의 경우는 연령 요금제로 문자 요금이 싸다. 청소년의 폭발적인 문자 건수에는 저렴한 요금제가 한몫한다).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가 몇몇 인터넷 사이트에서 제공됐는데, 최근 스마트폰에는 과금 없이 문자를 보내는 애플리케이션이 많다. ‘홧츠앱’ ‘카카오톡’ 등이다. 스마트폰 가입자는 11월2일 현재 5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에서 개발한 카카오톡은 10월31일 현재 283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하루 3만7천 명씩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어서 올 연말까지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일주일에 보내는 메시지 수는 2억1100만 개다. 이는 가입자당 일주일에 96개, 하루에 13.7개에 이르는 것이다.

요금을 지불하는 문자메시지의 비율을 물은 설문에서 무료 문자를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 56.8%였다. 스마트폰 사용자에서는 69.1%였다. 20대는 56.2%, 30대는 63.8%였다. 봇물 터진 문자의 물결을 어찌 멈추랴.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인크루트(www.incruit.com) 회원 479명 대상 전자우편 설문조사(10월25~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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