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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외

등록 2009-09-16 17:46 수정 2020-05-03 04:25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조지 쿠퍼 지음, 김영배 옮김, 리더스하우스(02-395-1147) 펴냄, 1만4천원

지난해 중순부터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유례없는 대재앙은 어디에서 촉발된 것일까? 이 책은 지금까지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자유방임주의에 바탕을 둔 효율적 시장이론이 금융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하이만 민스키(Hyman Minsky·1919∼96)의 ‘금융 불안정성 이론’을 들어 설명한다. “시장을 균형으로 이끈다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는 경기의 호·불황 국면을 불규칙적으로 이끌면서 오히려 금융 질서를 ‘파괴하는 손’으로 전락하고 있다.”

민스키는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본질을 연구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비주류 경제학자다. 포스트 케인시언 학파로 분류된다. 그는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금융시장의 취약성과 투기적인 거품을 연계해 설명하는 이론을 제시했다.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내재한 불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마르크스가 생산과정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 위기를 찾아냈다면, 민스키는 화폐와 금융 쪽에서 자본주의 위기와 불안정성의 동학을 발견해냈다.

“고수익을 노린 고위험 투자가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과열되면, 불안해진 금융기관은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게 되고 투자자는 건전한 자산까지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로 인해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 붕괴가 시작되는 바로 그 시점이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다.”

이 책은 딱딱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장치를 여러 곳에 배치하고 있다. 물리학자 뉴턴이 영국의 조폐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금화를 거둬들여 그 동전 끝단을 깎아낸 뒤 여분의 금을 재주조해 추가적인 금화를 만들어냈다. 물론 이를 국가 재정에 충당했다. 이런 일탈 행위는 금융위기의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문명전쟁〉

〈문명전쟁〉


로렌스 라이트 지음, 하정임 옮김, 도서출판 다른(02-3143-6478) 펴냄, 2만9천원

9·11을 빈라덴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테러가 아닌 문명 간의 전쟁이라는 시각으로 다룬 책. 현대 이슬람 근본주의의 탄생과 진화, 분열의 역동적인 과정 속에 9·11이 위치하고 있다. 빈라덴과 알카에다 철학의 기반은 이집트 반정부 학자인 사이드 쿠트브에서 연유한다. 그는 이슬람을 지키기 위해 서구와 성전을 치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정교한 글을 남겼다. 빈라덴, 알자와히리, 알투르키 왕자와 미연방수사국(FBI) 정보국장 존 오닐 등 9·11 관련 중요 인물 4명을 공평하게 해설했다.


〈씩씩한 남자 만들기〉

〈씩씩한 남자 만들기〉


박노자 지음, 푸른역사(02-720-8921) 펴냄, 1만2900원

동유럽 여성들은 ‘주먹질 못하는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명문대 졸업생’ ‘엘리트 대기업 사원’이면 그 정도 결함은 ‘애교’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남자는 ‘학력 자본’이 절대적이다.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에 안성맞춤으로 가다듬어지는 데 대한 선호와 맞닿는다. ‘훈련주의’는 한국 남성의 일상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이상적인 ‘남성상’은 1900년대 후반 가다듬어졌다. 19세기 말 서양과 일본의 자본주의적 근대가 엄습하기 전 이상적 남성상과는 어떻게 다른지, 어떠한 현실이 이러한 남성상에 영향력을 끼쳤는지 등을 살펴본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진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진실〉


량러 지음, 김인지 옮김, 비즈니스맵(02-728-0248) 펴냄, 1만3천원

량러는 ‘서늘하면서도 뜨겁다’라는 뜻으로, 해외에 체류하는 한 중국 정치경제평론가의 필명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이 생겼다. 멜라민 분유, 산시 광산 붕괴, 헤이룽장성 광산 폭발사고다. 개혁·개방 30년 동안 여러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 수 역시 증가 추세다. 거짓·짝퉁·위조·저질·독이라는 다섯 가지 독(五毒)이 중국산 상품의 특질이 되었다. 저자는 중국 상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과 언론 통제가 이 5독의 원인임을 비판적으로 이야기한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031-955-8888) 펴냄, 1만원

“뭔가를 예감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유화물감처럼 뻑뻑한 코발트블루의 짙은 빛을 하늘 복판까지 밀어붙이면서 동풍이 불어왔다.” “그 후로 십삼 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여러 번 어린 케이케이가 수영을 했다던 그 냇물을 상상했다.” “여름, 바다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늙어가고 있었다.” 에 실린 단편들의 첫 문장이다. “수많은 첫 문장들. 그 첫 문장들은 평생에 걸쳐서 고쳐지게 될 것이다. 그들이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서.”(‘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 김연수 네 번째 단편집의 주인공들이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그 순간 삶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으로 떨어진다. 언제든 첫 문장이 고쳐질 수 있는 견고한 삶에 대한 부정, 이를 내재한 삶의 미세한 균열을 소설집은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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