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지승호 인터뷰, 시대의창 펴냄, 1만4500원
지난 2월 정년퇴임하기까지 20년간 서울대에서 강의한 한국의 대표적 마르크스 경제학자 김수행(66)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정리한 에서 말한다.
“케인스는 증권거래소를 굉장히 싫어했어요. 심지어 금리생활자를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 사실 증권거래소가 발달한 것은 완전히 미국×들 때문에 그런 거예요.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IMF에서 기업들에게 자기자본 비율을 200퍼센트까지 하라고 했는데, 다른 방법이 뭐가 있어요? 주식하고 채권 발행해서 자본금을 늘리는 수밖에요. 그러니까 주식을 헐값으로 발행할 수밖에 없고, 결국 미국×들이 그것을 사들여서 떼돈을 벌었잖아요. 지금도 증권거래소에서 사고파는 것을 크게 보면 외국 펀드들이 와서 장난치는 거죠.”
“미국은 금융부문은 엄청나게 발달했지만,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나 생산업에 들어가면 이익을 볼 데가 없어요. 그러니까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자본을 자유화하고 개방해서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해서 이익을 보겠다고 작정하고 오로지 금융화로 나아가는 겁니다. … 노름을 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는 이제 미국으로부터 자주적인 노선을 취할 필요가 있어요. 한-미 FTA를 반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어요. 한-미 FTA를 해버리면 완전히 미국 체제에 포섭됩니다. … 한국과 미국의 보수가 대연합을 하면 서민은 죽습니다.”
“이명박은 한물간 신자유주의나 시장중심주의라고 할까, 시장근본주의로 가려고 하다 보니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을 억압하려고 하는 거거든요. 지금은 공안정국이에요. 아무도 말을 못하게 하려고 온갖 짓을 다 하고 있잖아요. … 이명박 뽑힐 때는 경제를 살린다 해서 된 거잖아요. 그런데 경제가 더 나빠지면 국민이 그 사람을 믿겠어요? 겁주니까 시청 앞에서 촛불은 못 들더라도 마음속으로 ‘이 사람 가만 보니 형편없다’고 자꾸 생각할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되면 정부는 아무 일도 못할 겁니다.”
비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본격 도입 때 이미 시작됐단다. 그렇다면 대안이 있나?
“내수 중심의 경제를 한번쯤 해보라는 겁니다. 수출 위주의 경제정책을 하다 보면 세계경제가 어려워 수출이 잘 안 되면 금방 타격을 입잖아요. 내수시장을 키운다는 것은 사실은 복지국가를 만든다는 것과 같아요. 사회보장제도를 확장해서 서로 나눠 가지는 식으로 정책을 바꾸면 내수시장이 확 커진다구요.”
“양극화 해소→ 내수기반 확충→ 경제의 안정적 성장→ 인권유린과 증오 해소→ 사회적 타협의 확대로 나아가는 것이 유럽 선진국들이 걸어온 길”이라는 그의 생각은 “자신들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올리기 위해 사회보장제도를 줄이고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해 점점 더 야만적인 사회를 만들어온” 미국·영국과는 사뭇 다른 길을 간 스웨덴 모델에 가깝다. 다른 말로 하면 국가와 시민의 역할이 커지는 “계획참여 경제나 계획참여 자본주의”다.
김 교수 정년퇴임 뒤 뉴라이트 학자들이 포진한 서울대 경제학과는 지금 교수 정원에서 몇 자리가 비어 있는데도 그의 후임으로 정치경제학 전공자를 받아들이는 걸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자신의 서울대 경제학과 채용을 1987년 6월항쟁이 가져다준 민주화의 선물이라고 한 김 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허허 웃었다. “원래 마르크스 경제학 하는 비주류를 뽑을 생각이 선생들한테 없었다구요.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 20년 전 일을 또 되풀이하고 있는 거예요. 주류경제학 하는 ×들도 어지간한 ×들이야.”
한승동 한겨레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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