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수출 상품이다. 등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국에 뿌려져 걷어올린 경제·문화적 가치는 수조원에 이른다. 일본·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제작·판매가 파생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만판 <꽃보다 남자> 작가 치시린
세계적으로 드라마 시장이 커질수록 아시아 방송작가들의 고민은 더 깊어진다. 밀가루란 똑같은 재료를 갖고도 나라별로 라면·국수·스파게티를 뽑아냈듯, 이들도 ‘가족’과 ‘사랑’이란 벗어날 수 없는 주제로 자기 나라를 넘어 세계 시청자의 취양에 맞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아시아 방송작가들이 더 나은 경쟁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해마다 열리는 ‘아시아 방송작가 콘퍼런스’에서 만나 서로 교류하며 드라마 발전을 위해 모색 중이다. 올해로 벌써 네 번째 만났다. 지난 6월3일부터 6일까지 3박4일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는 아시아 9개국의 작가 80여 명과 드라마 제작자 40여 명이 참가해 ‘아시아 대히트 드라마의 공통성과 상이성’이란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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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대만판 드라마 을 만든 치시린(齊錫麟) 작가도 콘퍼런스 발제자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등의 작품으로도 국내에서 유명한 대표적인 대만 작가다. 최근에야 자신의 작품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걸 알았다는 그에게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드라마에 대해 물었다. 무엇보다 그가 한국판 를 어떻게 봤는지가 궁금했다.
= 대만에서 이제 방영을 시작해 몇 회밖에 못 봤다. 원작이 같기 때문에 내용보다 스타일을 더 눈여겨봤다. 8년 전에 만든 보다 확실히 스케일도 크고 화려한 것 같다. 한국 제작사 쪽에 물어보니 보다 제작비가 3배 더 들었더라.
= 캐릭터 구축이 잘된 만화 원작의 힘이다. 캐스팅이 잘된 덕도 본 것 같다.
= 대만은 드라마의 주 시청층이 14~25살이다. 이 때문에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드라마 시청층의 연령대가 높다. 한국과 일본이 주 시청층을 잡느라 놓친 연령대를 공략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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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에서는 어떤 드라마가 사랑을 받나.
= 이 나온 8년 전부터 아이돌 스타가 중심이 된 트렌디 드라마가 꾸준히 인기였다. 최근엔 이런 드라마에 식상해졌는지 가족이나 현실 문제를 다룬 드라마들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 세계적으로 만화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아지는 것 같다. 드라마 작가들의 상상력 부재를 꼬집을 수 있지 않나.
= 성공한 작품을 새로운 형태로 선보일 때도 어려움이 있다. 허구인 만화를 영상으로 옮기려면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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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
= 가정적이고 보수적인 면이 많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 더 필요하다. 대만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게 쉽진 않다. (웃음)
= 대만에서도 그런 드라마들이 20살 이하의 어린 시청층에 인기가 있다. 일부 일본 드라마도 그런 설정을 갖고 있다. 이런 설정의 일본 만화가 5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았듯 드라마도 계속 나올 것이다. 대신 나이 든 시청자에게는 외면을 받지 않을까.
- 대만도 한국 드라마처럼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높나.
= 한국과 다르지 않다. 지난해 농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드라마 를 선보였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엔 의 언승욱, ‘비륜해’ 멤버인 오존 등 인기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한다. 드라마의 인기를 보면서 캐스팅이 적중했다고 생각했다. 아시아 드라마 시장에서 사랑받는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 명의 스타가 나오면서 이들의 출연 비중을 맞춰야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많은 방송작가들이 가지는 공통된 고민이 될 듯하다. 물론 아이돌 스타나 유명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시청률이 늘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극본에 맞는 배우 캐스팅이 제일 중요하다.
- 이번 콘퍼런스 주제가 ‘대박 드라마’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이다. 각 나라의 드라마를 본 소감은.
= 최근 경제위기 탓인지 각국의 인기 드라마들은 밝고 경쾌한 로맨스물이 많은 것 같다. 시청률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걸 달성한 방법이 다르다. 나라별로 드라마 주 시청층이 차이가 난다. 작가들이 이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
= 드라마의 성공 여부는 시청률에 달렸다. 하지만 시청률에 따른 광고수익이 투자에 못 미칠 때가 있다. 그래서 방송작가나 드라마 제작자들이 더 나은 품질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럴 때 아시아 방송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국의 드라마를 보고 의견을 나누는 건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듯하다. 각 나라 드라마의 장단점을 보면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 다음 작품은 뭔가.
=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을 새로 찍을지 모르겠다. 속편은 아니고 리메이크다. 8년 전에 만들었던 스태프와 배우들이 다시 모여 세련되게 다시 찍으면 어떨까 논의 중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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