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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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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표지는 혁명이었다

사회적 의미와 개인적 취향, 두 마리 토끼 다 잡은

독자가 꼽은 ‘2018 최고의 표지’
등록 2018-12-22 14:41 수정 2020-05-03 04:29

독자들이 꼽은 최고의 표지는 무엇일까요? 독편3.0에 참여하는 독자에게 셋을 꼽아달라 부탁드렸습니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80여 명의 독자가 응답해주셨습니다.

1위는 ‘1차 남북 정상회담’을 다뤘던 제1210호 표지였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의미에 앞뒷면 연결표지라는 획기적인 편집으로 발행 당시에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까지 진출한 바로 그 표지입니다. 군사분계선에 선 문재인 대통령과 성큼성큼 걸어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한 컷에 담은 대형 사진을 잡지 앞표지와 뒤표지를 연결해 담았죠. 두 사람이 만나기 직전의 사진이기 때문에 앞쪽엔 문재인 대통령이, 뒤쪽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배치돼 ‘극적 효과’까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의미 점수’ 100점, ‘예술 점수’ 100점이라고 할까요. 독자들은 “올해의 사건이기도 하면서 앞으로 계속 지속 가능해야 할 주제인 것 같다” “시의적절했고, 특히 앞뒤 연결표지는 혁명이었다” “잡지의 표지가 둘로 나뉜 동시에 하나라는 특징을 정말 잘 살렸다” “올해의 표지 하니까 저것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이런 날이 오다니’의 감동을 제일 잘 표현한 벅찬 사진이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혀주셨습니다.

‘예술 점수’ 100점

투표에 참여한 독자 중 많은 분이 2018년 가장 뜨거웠던 이슈 가운데 하나로 사실상의 종전을 이룬 남북 화해 이슈를 꼽았습니다. 실제 2018년 한 해 이 두 차례 이상 보도한 단일 이슈 남북문제(6회), #미투 운동(5회), 난민 이슈(3회), 청소년 자해(2회) 가운데 남북문제는 6회 중 4회가 독자 5명 이상이 지지한 15개 표지에 포함됐습니다.

2위는 고 노회찬 정의당 대표의 영결식 전후를 다룬 제1223호 표지로, 독자 27명이 선택했습니다. 이 표지는 한 독자가 적은 글로 대신합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타까운 사건이었고, 그런 사건에 대한 평범한 일상의 사진이 표지로 나와서 더욱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투쟁하거나 노력하는 모습이 아닌 노회찬 의원이 원하던 평범한 일상의 연주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표지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통해 그의 감정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어 가슴이 반응할 때에 참 좋은 표지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3위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가 있었던 2018년 1월 마지막 주에 제작된 제1199호 ‘#미투에서 #위드유’로, 4위는 두 번째로 만난 남북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서 손을 맞잡은 사진을 제1210호처럼 연결표지로 만들었던 제1231호였습니다. 공동 5위는 안희정 1심 재판 기록을 입수해 분석했던 제1226호 ‘무죄를 벗기다’와 양승태 사법 농단의 실체를 파헤친 제1234호 ‘위선을 벗기면 윗선이 보인다’였습니다. ‘정의의 여신’ 얼굴을 벗기니 뒤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얼굴이 노출되는 제1234호 표지에 대해서는 ‘예술 점수’가 높았습니다. “비유와 풍자를 통해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예전에 이라는 영화의 포스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선을 벗기면 윗선이 보인다’라는 표제의 라임(운율)도 좋고, 정의의 추를 들고 있는 동상으로 덮여 있는 걸 들춰내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독자의 선택을 받은 표지들을 훑어보면 세 번의 기회를 안배한 독자들의 ‘투표 전략’이 발견됩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한 공통의 이슈에 ‘사회적’ 선택과 의 고유한 의제 가운데 관심사가 있는 ‘개인적’ 선택을 적절히 혼합하는 방식이죠.

한반도·#미투도 좋지만 너도 있구나

“1.올해 최고의 이슈(제1210호 연결표지) 2.보고 싶다, 정말로(제1223호 노회찬 첼로 표지) 3.새해에는 비건이 될 거야(제1230호 슬픈 돼지의 경고)”

“미투, 남북 정상회담, 사법 농단. 2018년을 관통하는 3가지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삼바도 한 자리 끼워넣고 싶은데 ^^)”

“평소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관심이 많습니다. 올 한 해의 화두는 미투와 남북 정상회담이겠죠.”

“올해 한반도의 굵직한 세 가지 이슈는 미투, 평화, 폭염이었던 것 같습니다. Best 3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돼지의 경고가 주는 울림이 가장 크긴 했습니다.”

“올해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미투 운동, 남북 화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선택한 자해 문제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여서 특종에 해당한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미투 이전에 이미 2018년의 화두를 반성폭력으로 제시했던 제1194호 ‘싸우는 우리가 이긴다’, 사회적 난임의 문제를 다룬 제1213호 ‘난임이 찍은 낙인’, 백혈병에 걸린 대한항공 승무원의 산재 신청을 처음 보도한 제1216호 ‘KAL의 황유미’, 양심적 병역거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다룬 제1219호 ‘양심의 자유를 지켜낸 사람들’, 지하철 장애인 리프트 사망 사건을 다룬 제1227호 ‘목숨 걸고 지하철 타는 사람들’, 원전 폐쇄 국면에서 또다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고리·월성 원전 인근 지역을 르포한 제1239호 ‘원전만 살고 지역은 죽었다’ 등도 꼽혔습니다.

“남북관계보다 더 오래된 숙제, 여성이 겪는 부당함을 없애기 위해 일어서는 여성들을 응원합니다.”

“대한항공 승무원 산재 사건은 칼의 황유미라 불릴 만큼 파급력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승무원을 화려한 직업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 전한 승무원들의 숨은 뒷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지하철 투쟁 시위자의 표정이 절박함을 잘 드러내서 아픈 마음으로 기사를 읽게 되었고 양심적 병역 거부 합헌을 위해 싸운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고 그런 오랜 긴 싸움 끝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참 좋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역대급 표지, 찬사는 경신될까

“난임이 찍은 낙인이라는 표제가 라임(운율)이 딱 맞고, 부모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정들 속에서 소외되면서도 눈에 띄는 난임 가정의 실루엣이 인상 깊었다.”

“국내 원자력발전의 시작 및 과정을 정밀히 분석한 후 그것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공동체를 어떤 식으로 갈라놓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 게 인상 깊었다.”

제1193호 ‘평화의 창, 평창’부터 제1242호 ‘뉴스 부당거래’ 표지까지 은 2018년 한 해 모두 50권의 잡지를 발행했습니다. 50개 표지도 역사로 남았습니다. 다가오는 2019년 의 ‘진실과 정의’는 어떤 사건을 통해, 어떤 인물을 통해 드러날까요. 제1210호 연결표지와 같은 ‘역대급’ 찬사를 받는 스타가 또 나올 수 있을까요. 독편 카톡방에 ’2018년 총평’을 적어주신 두 독자의 글을 모든 독자가 에 보내주시는 응원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장 좋았던 표지 기사는 천안함 생존자분들의 얘기를 다룬 제1221호의 ‘살아남은 게 죄입니까’입니다. 여러 표지 기사들 중에서 제 생각과 인식을 가장 많이 바꿔주었습니다. 을 읽으며 때때로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나와는 다른 생각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힘들지만,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한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박서진)

“올 한 해 저에게 가장 큰 표지 하나를 뽑으라면 바로 제1226호 #미투 기사입니다. 저는 여성임에도 김지은 전 안희정 정무비서의 뒤늦은 미투, 수차례나 반복된 폭력을 내버려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형적인 피해자상을 설정한 뒤,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며 행했던 폭력들.… 결국 미투를 외친 여성들의 심정에 십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꿈뚱뚱이)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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