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명백히 드러난 ‘연설문 유출 사과’를 제외하면 최순실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모른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통령은 묵묵부답의 불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워터게이트’에서 리처드 닉슨의 사임에서 보듯, 잘못도 문제지만 잘못의 은폐는 더욱 결정적 문제가 된다. 은폐의 실패가 낳은 분노는 걷잡지 못한다.
민주주의국민행동 등 6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10월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더 이상 국민을 모욕하지 마라”는 펼침막을 걸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4년 전 대통령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선서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수십 년간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자유·복리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속았다!”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추대했던 새누리당이, 이들이 나라 살림을 맡기겠다며 꾸린 정부가 국민 모두를 속였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모든 진실을 솔직히 밝히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이 잘못의 크기만큼 책임을 지라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은 10월27일부터 이틀간 페이스북( facebook.com/hankyoreh21)을 통해 이번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받았다. 이를 지면에 가감 없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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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주어진 현재에서 발전적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하는 나인데, 지금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박근혜에 대한 대한민국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기에…. 국민들은 화가 풀릴 때까지 박근혜를 때리고, 박근혜는 처절히 맞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태풍 속으로 들어감에도 선장을 잃어버린 대한민국호를 살리는 대책을 다시 꺼내야겠다. 다가오는 태풍이 무섭고, 두렵지만 말이다….
박근혜에게 속은 나를 참회한다. 대중 앞에서 하는 약속, 반성 따위는 믿지 않겠다. 인간은 주변 환경에 철저히 영향받는 습관 덩어리임을 잊지 않겠다.” -김철홍
“최순실은 인형놀이를 했다. 옷도 입혀주고, 대사도 다듬어주고, 옆에 붙일 사람도 고르고, 나중에 살 자금과 집도 미리 마련했다. 소꿉장난 같다. 하지만 인형놀이는 끝났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 인형이 이천만이 넘는 사람이 직접 투표로 뽑은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완전한 관객이 되었다. 국민은 없다. 국가도 없고, 무대만 덩그러니 남았다.” -임준연
솔직히 초등학생 때 대통령 선거날 저는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말에 조금 아쉽기는 했어도 망했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큰 오판이었던 겁니다. 지난 임기 동안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되었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증세’ 그리고 ‘없는 복지’로 돌아왔으며, 아직도 세월호의 진실은 깊이 잠겨 있는데 정부는 진실을 인양할 의지조차 없어 보입니다.
다시, 저는 학생입니다. 언제부터 학생이 나라에 대해 걱정하고, 교과서의 편향성을 걱정하고, 자신이 먹고살 길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해야 했습니까? 학생의 본분인 공부보다 국가 걱정이 우선되고, 정치에의 불만인 국가가 왜 만들어져야 했습니까? 국가가 평안하면 국민의 정치 참여와 관심은 어느 정도 줄어듭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초등학생도 정치에 관심을 가집니다. 왜일까요? 국가가 이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한창 꿈 많은 아이들까지 최저시급을 궁금해하고, 일자리를 걱정하는 사회가 말이 되는 겁니까? 각하께 제 말은 전해지지조차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적어도 당신처럼 외면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원이것이 국가인가
“이게 나라냐?” 또 다른 이들은 국민을 보호하는 데 관심이 없었던 국가를 향해 절망스런 심경을 드러냈다. 그사이 국민이 죽어갔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최씨가 국정을 컨트롤하고 있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손을 놓고 있었던 ‘세월호 잃어버린 7시간’에 최씨와 관련된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백남기 농민은 누가 죽인 것일까? 한-일 위안부 합의는 어찌된 것일까? 시민들은 참담함을 호소하고 있다.
누가 책임집니까? 누가 떠난 이와 남은 이를 위로해줍니까? 너무 많은 이가 죽었고, 너무 많은 억울함이 남아 있습니다. 어떤 사죄를 해도 씻겨나가지 않을 죄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국가가 맞습니까?” -김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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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정체불명의 개인이 국정을 좌지우지하는데도, 정부·여당이 이를 제어할 어떤 시스템도 작동하지 못한 대목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사회 정의와 양심이 무너져내릴 것이란 점을 서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일개 개인에 불과한 대통령의 잘못으로 힘들게 쌓아올린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회복할지 우려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런 말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졸업하고, 자격이 되지 않아도 대학에 합격하고, 거짓으로 출석해도 엄마가 달려가서 학점을 받아주고. 대통령과 가깝다고 줄을 대는 그 수많은 꼴값들의 모습을 보고는 더 이상 그런 말을 못하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정의와 양심, 사회에 대해 뭐라고 가르쳐야 할까요? 참으로 무섭고 슬픈 현실입니다.” -성명희
사람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한다. 수치스런 대통령을 뽑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견도 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대통령 하야’나 ‘박근혜 탄핵’ 같은 말이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누리꾼 고재빈씨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해하려면 그 현실과 소통하고, 세상에 외쳐야 한다고 배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지성은 침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라며 ‘행동하는 시민’이 되자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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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분석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은 능동적인 참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역사를 직접 보고, 공감하며, 다시 그 역사의 한 조류에 동참할 줄 아는 그런 지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역사는 역사로 심판해야 합니다. 후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가 그 심판의 선례가 되고 싶습니다. 평범한 사학도 한 명이 이렇게 외칩니다. 우리나라를 부끄럽게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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