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선수 들기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2500t 크레인이 선체에 철재 폰툰을 설치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인양의 첫 단계인 세월호 뱃머리(선수) 들기가 또다시 실패했다. 선체 인양은 8월로 연기됐다. 애초 6월 인양 계획에서 2개월이나 미뤄진 것이다.
“너울성 파도가 와도 별 문제 없다”지만세월호 인양을 맡고 있는 중국의 상하이샐비지는 6월12일 선수 들기 작업을 시작했다. 첫날 상하이샐비지는 5개의 쇠줄(와이어)을 이용해 세월호 선수를 2.2도(해저면에서 약 4m) 들어올렸다. 6m가량 더 들어올리면 선수 들기 작업은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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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6월13일 새벽 2시께 대만 태풍의 영향으로 발생한 150m 길이의 너울성 파도가 인양 작업 중인 곳으로 밀려왔다. 너울성 파도에 세월호 선체를 들고 있던 바지선 ‘다리호’가 상하로 흔들렸다. 100m 길이의 다리호가 너울성 파도에 완전히 올라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와이어 5개 중 2개가 선체를 파고들어 6.5m, 7.1m 길이의 손상을 일으켰다. 세월호가 길게 찢어진 셈이다.
김현태 해양수산부 세월호 인양추진단 부단장은 과의 통화에서 “굉장히 강한 와이어가 세월호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바지선이 흔들려 선체가 찢어진 상황이다. 다만 선체 절단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손상된 부위를 특수보강제로 덧씌울 계획이다. 또 손상된 부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하중을 잘 받는 곳이 있어 그곳에 다시 와이어를 걸어 선수 들기를 시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너울성 파도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월호가 와이어로 들려 있는 상황이 아니면 너울성 파도가 와도 별 문제가 없다. 기상이 좋은 날을 택해 선수를 들고 그 아래 빔을 설치한 뒤 선체를 내려놓으면 안전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6월13일 선수 들기에 실패한 인양추진단은 6월24일 다시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날 기상이 좋지 않아 선수 들기는 6월28일로 다시 미뤄졌다. 세월호 인양의 첫 단추인 선수 들기가 계속 실패하면서 8월 인양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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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은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인양 업체로 중국 상하이샐비지를 선정한 뒤 2015년 8월부터 수중 작업을 시작했다. 애초 인양 시점은 올해 6월이었다. 하지만 인양추진단은 지난해 1월 사전 작업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이유로 7월 말로 인양 예상 시점을 미뤘다.
인양의 첫 단계는 세월호 선수를 들어올린 뒤 선체 아래 철제빔을 깔고 내려놓는 작업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세월호 선미를 같은 방식으로 들어올려 빔을 깐 뒤 내려놓는다. 그 뒤 빔을 서로 엮어 세월호를 원형 그대로 들어올리는 방식이다.
5월부터 인양의 첫 단계인 선수 들기가 계속 실패하고 있다. 인양추진단은 애초 5월28일 선수 들기 작업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월호에 부력을 형성해 가볍게 만드는 ‘폰툰’(대형 에어백)에 문제가 생겨 선수 들기 작업을 6월12일로 연기했고, 이날에는 또 너울성 파도로 실패한 것이다. 6월에서 7월로 미뤄졌던 인양 시점은 다시 8월로 한 달 더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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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들기 등 해상 작업은 바닷물의 흐름이 약한 소조기에 해야 한다. 소조기는 보름에 한 번씩 돌아온다. 이 때문에 선수 들기가 실패할 때마다 인양 시기는 보름씩 늦춰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7~8월에 기상이 좋은 날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소조기에 맞춰 태풍이 작업 해역 인근으로 올라오면 선수 들기 작업을 시도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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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인양 상황을 보면, 선수 들기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선미 들기도 한 번에 성공할 거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인양이 계속 미뤄지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선체 조사도 불가능해진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해수부가 인양 시점을 8월 이후 언제인지 확정하지 않았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인양 시점에 대한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인양 과정에서 선체 손상이 진상 규명 작업을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6월12일 작업 과정에서 선체가 찢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밖에 인양추진단은 잔존유 제거 등을 위해 선체 일부를 절단하기도 했다. 인양추진단 쪽은 선체에서 뜯어낸 철판 등은 세월호가 인양 뒤 거치될 목포신항 야적장에 모두 보관돼 있어 진상 조사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다. 하지만 특조위와 세월호 유가족 쪽은 선체가 계속 손상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또 선체 일부의 폐기나 분실도 우려하는 상황이다.
선수 들기 과정에서 세월호에 남아 있는 기름이 새어나와 해양 오염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목포해양경비안전서가 작성한 ‘세월호 침몰 해역 항공감시 결과 보고’ 문서를 보면 선수 들기가 실패한 6월13일 오후 서거차도 북서 방향 해상에서 길이 10m, 폭 2m의 엷은 기름막이 발견됐다. 방제선이 동거차도 남동쪽 해상에서 길이 100m, 폭 50m 이내의 기름막이 간헐적으로 형성된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모든 게 낙관적인 해수부해수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기름이 수면에 올라와서 팽창해 다소 넓게 유막이 관찰된 것뿐이다. 많은 양이 새어나온 것은 아니고 방제 작업을 모두 했다. 세월호 잔존유 제거 작업을 사전에 했지만 접근이 힘든 곳에 있는 기름까지 모두 제거할 수는 없다. 일부 선체에 고인 기름이 흘러나온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세월호가 선수 들기 과정에서) 충격받아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세를 조금 바꾸는 과정에서 소량의 기름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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