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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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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 맛보실래요

원내외에서 활동하는 청년정치인 5명이 말하는 ‘나의 정치’… 자발적으로 당원 모으고 비정규직·창업청년 등 문제 해결 직접 나서
등록 2015-08-27 03:49 수정 2020-05-03 04:28
<font color="#008ABD">청년 실업, 청년 빈곤, 청년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년 정치인’도 있다. 2000년대 대학에 입학한 이들은 학생회 등을 거쳤던 이전 세대와 달리 정당을 통해 처음 정치활동을 경험했다. 1990년대 말 무렵부터 대학 자치활동과 시민사회운동이 급격히 쇠락한 영향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활동하는 정당은 청년을 역량 있는 정치인으로 키울 조직과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20~30대 청년 정치인들은 각 지역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그들이 정당과 어떻게 만나 그 안에서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보고 있는지 들어 봤다. 지난 8월19일과 20일 서울과 경북 구미에서 청년 정치인 5명을 만났다. _ 편집자</font>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이은림(33·새누리당) 서울 도봉구의원은 두 살과 네 살배기 아이들의 엄마다. 어린 자녀를 둔 30대 초반의 엄마의 눈으로 본 문제점들을 의정활동에서 적극 개진한다. 첫째를 출산한 2012년 주민등록등본을 떼려고 들른 구청에 모유수유실이 없었다. 그는 결국 화장실에서 수유를 했다. “주민들이 많이 이용해야 하는 구청에 모유수유실이 없어서 놀랐다.” 그는 2014년 12월 도봉구의원으로서 구정질의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구청은 올해 모유수유실을 설치했다.

“아이를 키우니까 불편한 점들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어르신들도 그런 부분은 모르는 점이 많다. 일상에서 불편한 점을 해결하는 게 정치”라고 그는 말했다. 요즘 그는 장애인용 화장실 표지판을 바꾸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2011년 장애인용 화장실 표지판에 아동과 임산부를 이용자로 포함하라고 공문을 내렸는데 시행하지 않는 곳이 많다. 장애인과 임산부, 아이들이 같이 쓸 수 있도록 표지판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2007년, 김선동 전 한나라당 의원의 총선 지역구 출마 준비를 도우며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젊은 세대에 정치가 많이 개방돼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젊은이들이 활동하는) 차세대 위원회에 있는 분들이 이미 40대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젊은이들에게 좀더 길을 넓혀주길 기대하고 있다. “당 안에서 연령층을 골고루 배치했으면 한다. 연령마다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데 중앙당이든 지역이든 젊은 층이 너무 적다.” 그는 의정활동에 필요한 당의 도움을 ‘개별적으로’ 구한다. “같은 당 지방의회 소속 젊은 의원 4~5명과 수시로 연락해서 타 지역의 조례나 사업의 장단점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중앙당은 알지 못한다.”

박승화 기자

박승화 기자

여선웅(32·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강남구의원은 당직자 신분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2012년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당직자 공채 3기에 합격했다. 의원실 보좌진이나 지방의회 선거 후보와 달리 당직자는 선거 당락 등과 무관하게 정당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정치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그는 당직자를 2년만에 그만뒀다. 대신 2014년 ‘새누리당 텃밭’인 서울 강남구의원 선거 공천을 신청했다. “2012년 대선을 겪으면서 사회가 많이 보수화됐다고 느꼈다. 가장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에서 젊은이들의 고민을 대변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야당 청년 정치인은 생각보다 큰 장벽에 부딪쳤다. 그는 “발언권이 곧 정치력인데 의회나 당에서 관습적으로 나이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는 문화가 있다. 뒤에선 (나를 두고) ‘버릇없다’거나 ‘튄다’는 말도 들린다”고 했다. 2014년 여름께 구의원들이 모두 참여한 행사에서 자신의 자리만 없어 당황한 적도 있었다. “주최 단체가 준비하는 단계에서 생긴 착오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도 별다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중앙 테이블 뒷줄에 앉았다.” 그런 일을 겪었어도 “임기 내에 반드시 강남에서 창업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강남 직장인 당원 모임을 꾸려 그들의 목소리를 의정활동과 당에 반영하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그는 당내 청년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의원 당선 뒤 당내 젊은 지방의원 20~30명과 ‘푸른청년회’를 꾸렸다. 그는 “젊은 당원들은 이 정당 말고는 다른 계파나 조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조직적인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 이들과 당내에서 소신 있고 개혁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임한솔(34) 정의당 서울 서대문구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활동을 거쳐 진보정당 당직자로 정치를 시작했다. 그는 군 제대 뒤 2004년 인터넷으로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2006년 성균관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학생회 활동 경험은 없다. 2009년부터 차례로 진보신당 공보부장, 통합진보당 미디어홍보국장, 정의당 원내대표실 공보국장을 거쳤다. 그는 정치인들이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천받고 국회에 진출하는 정치 문화는 문제가 많다고 본다. “예비 정치인은 철저히 정당 안에서 훈련받고 지도력과 정치력을 대중적으로 검증받고 원내에 진출해야 한다. 그래야 혈세를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탄탄한 정치 구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의당이 청년당원들을 당내 주요 직책에 배치한 결정이 당내 청년 정치인 양성의 시작이 될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 비서실장에 문정은(29) 청년부대표를, 당 부설연구소 미래정치센터 소장에 조성주(37) 전 대표 후보를 임명했다.

그는 2014년 12월과 올해 7월 연이어 서대문구 위원장에 선출됐다. 최근엔 당원들과 함께 가스검침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를 위한 노동상담 안내 활동을 시작했다. 방법과 취지가 색다르다. 서대문구에 살면서 가스검침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 비정규직이다. 1명당 3천 가구 이상을 담당하는데 월급은 130만원이다. 더구나 각 가정에 방문할 때 성폭력 위험에도 자주 노출된다.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가스검침원을 일일이 만나러 다닐 여력은 안 됐다. 대신 당원들 집에 가스검침원들이 오면 위원회가 제작한 물티슈를 건네주고 있다. 물티슈 포장지엔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서 노동상담을 할 수 있도록 안내사항이 적혀 있다.

정용일 기자

정용일 기자

백상진(27) 노동당 서울시당 총무부장은 2014년 말 당내 ‘비공식 행사기획 전문그룹’을 만들었다. 이름은 ‘음기양조’. 음지에서 기획하고 양지에서 조직한다는 뜻이다. 이 그룹 구성원은 그를 포함해 3명이다. 모두 30살이 넘지 않는다. 그들이 기획하는 사업 가운데 ‘당대표 선거 애프터서비스’라는 게 있다. 지난 2월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섭외와 기획을 마친 사업이다. 각 후보들에게 낙선해도 (개표 뒤에 열리는) 이 행사에 참여한다는 약속을 받아뒀다. 행사 내용은 게임과 선물 주기, 민감한 질문 던지기 등이다. “이날 분위기는 확실히 좋았다”고 그는 평가했다.

‘당원되기’라는 행사도 기획했다. 강연을 듣거나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당원들이 당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당원들이 지인을 데려와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일도 생긴다. 결국 이들 청년당원 3명이 자발적으로 당내 교육과 당원 모집 프로그램을 짠 셈이다. 다만 백 부장은 여전히 목마르다. ”이것도 반칙이라고 생각한다. 음기양조 행사는 서울에서만 하고 있는데다 착실한 입당 루트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해봄직한 모델이지만 당원을 광범위하고 영향력 있게 조직할 방법은 아니다.”

그는 2013년 말 고려대학교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키자, 또래 지인들과 함께 각 학교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붙이기 프로젝트를 기획한 적이 있다. “‘안녕들’ 활동을 하면서 각 학교에 가면 노동당 당원들이 많았는데 정작 당은 잘 안 되는 이상한 상황을 느꼈다. 최소한 당이 제2의 거점은 되야 하지 않겠나 싶은 마음에 카카오톡(지금은 텔레그램) 방을 만들어 청년당원들을 불러모았다”고 그는 말했다. 이후 2014년 3월부터 서울시당 당직자로 일하고 있다. “당의 상황이 당장 의회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당의 실험과 활동을 주변 사람들과 쌓아가는 일부터 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김선식 기자

김선식 기자

김수민(33) 녹색당 경북도당 사무처장은 2010~2014년 구미시의원이었다.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는 “무소속은 밖에서 만만하게 본다는 점에서 청년 정치인과 비슷하다. 무소속 출마자는 뜻이나 성향이 없다고들 말하고, 청년 정치인은 ‘뭘 모르는 애’로 치부한다”고 했다. 그는 대학 시절 ‘안티조선(일보)’ 운동을 하다가 민주노동당 당원이 됐다. 나중에 진보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졸업 뒤 라디오 PD와 방송작가 일자리를 구하던 그는 취업이 여의치 않아 고향 구미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는 “고향에서 활동하는 진보 진영 활동가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필요하다면 지방선거 활동에도 참여해볼까 했다”고 말했다. 당시 구미에는 야권 후보가 없어 결국 직접 출마했다.

그는 시의원 활동 4년 동안 주민참여예산제, 환경미화원 비정규직화 저지 등을 위한 조례 가결을 이끌었다. 2012년 녹색당을 창당할 때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평소 풀뿌리 정치에 관심이 있던 그와 녹색당은 잘 맞았다. 2014년 시의회 선거 재선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 그는 낙선했다. 이후 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 겸 경북도당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원내 활동이 전체 사회운동에선 일부지만 오히려 주민들 삶을 직접 결정하는 깊은 세계이기 때문에 원내 경험이 시민사회운동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 역시 청년 정치인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정당이 할 일이 많지만, 비례대표 할당 방식에는 비판적이다. “비례대표가 정당 활동 경력보다는 외부 스카우트를 통해 주는 자리여서 자생적인 청년정치에 궁극적으로 활력을 줄 수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서울·구미=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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