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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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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뱃머리를 돌렸나

변침할 지점에서 방향 전환 급격
운전 미숙했거나 평형수 균형 문제로 돌렸을 수도
등록 2014-04-22 17:59 수정 2020-05-03 04:27
세월호 탑승객의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 4월17일 새벽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부두에 앉아 구조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 탑승객의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 4월17일 새벽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부두에 앉아 구조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첫 조난 신고가 들어오기 3분 전인 4월16일 아침 8시48분37초. 4시 방향으로 향하던 세월호는 오른쪽으로 급히 방향을 바꿨다. 이렇게 배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배 몸체는 왼편으로 기울어진다. 3분여 뒤인 8시52분13초. 세월호는 8시 방향으로 400m가량 이동해 있었다. 세월호는 또다시 오른쪽으로 회전해 12시 방향 북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10여 분 만에 이뤄진 너무나 급격한 방향 전환이다. 그렇게 항로를 이탈한 채 4.3km가량을 표류하다 결국 침몰한다.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세월호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자료다.

적재물 풀어지며 왼쪽으로 쏠려

세월호는 왜 갑자기 뱃머리를 돌렸을까. 침몰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4월18일 방향을 전환한 지점이 변침(배가 진로를 바꾸는 것)을 할 위치였다고 설명했다. 선박의 ‘변침’은 자동차 핸들을 꺾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타기를 돌려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방향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졌는지, 일반적 수준인지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해수부 자료를 검토한 항해사 최희철(53)씨는 “능숙한 항해사는 천천히 방향을 돌린다. 운전이 미숙하거나, 어선 같은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나는 등의 이유로 조타기를 한번에 큰 각도(최대 35도)로 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고 당시엔 당직 근무 중인 3등 항해사가 조타를 지휘하고 있었다. 선장이 24시간 내내 일할 수 없으므로, 항해사가 돌아가면서 당직을 선다. 다만 선장들은 기상 상황이 나쁘거나 항해사 가운데 경력이 가장 짧은 3등 항해사가 당직을 설 경우 특별히 신경을 쓴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뱃머리를 갑자기 돌린다고 해서 바로 배가 침몰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으로 흐트러진 균형을 회복할 수 없게 만든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선체가 왼편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배에 고정돼 있던 적재물이 풀어져 왼쪽으로 쏠리면서 복원력을 회복하기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사고 당시 180대의 차량과 1157t의 화물이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항해사 출신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항 시간이 짧기 때문에, 제주도로 가는 화물은 결박을 잘 안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4월18일 세월호 화물 선적을 담당한 ㅇ통운도 압수수색했다. 세월호에 실린 차량과 화물의 무게가 적정했는지, 화물이 제대로 결박됐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선체 내부의 결함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세월호에 근무했던 한 기관사는 4월17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전 평형수 탱크에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물을 채워두면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평형수란, 배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사용하는 물이다. 선박 바닥 좌우에는 평형수를 담아두는 탱크가 있는데, 물을 좌우로 이동시켜 균형을 잡는다. 양원 목포대 해상운송학부 교수는 “평형수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지니까 항해사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배를 돌리고 이 과정에서 화물 등이 왼쪽으로 쏠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 변경 뒤 복원성 시험에선 별 문제 없어

선체가 인양돼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파공(구멍)으로 인한 침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사고 초기, 항로 이탈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세월호가 애초 선사에서 제출한 항로로 운항했다고 밝혔다. 사고 지점은 암초가 없는 해역이라, 암초 충돌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청해진해운은 2012년 일본에서 세월호를 들여오면서 객실 등을 증축했다. 이에 따라 무게가 6586t에서 6825t으로 239t 늘었다. 이러한 구조 변경이 이번 사고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도면 변경 이후 한국선급이 실시한 복원성 시험에선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1008호 주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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