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비서실·국가안보실·경호실 등 ‘3실 체제’다. 직제와 정원은 우여곡절 끝에 정부조직법이 통과된 직후인 지난 3월23일 제정된 대통령령 제24426호~24428호에 규정돼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비서실의 정원은 장관급인 실장과 차관급인 9명의 수석비서관 등 모두 443명이다. ‘대통령 및 법이 정한 경호대상에 대한 경호업무’를 맡은 경호실도 장관급 실장과 차관급 차장 등 모두 486명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를 직무로 하는 국가안보실(이하 안보실)이다.
정부는 그간 안보실 신설 이유에 대해 “중·장기적 안보 전략과 국가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밝혀왔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가 맡았던 임무다. 이 때문에 인수위 시절부터 “사실상 NSC 사무처를 부활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대통령령 제24427호에 딸린 ‘국가안보실 공무원 정원표’를 보면, 장관급 실장 1명과 국제협력비서관·정보융합비서관·위기관리센터장 등 고위 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 4명을 포함해 단 13명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NSC의 정원은 60명 안팎이었다. 차이가, 제법 많이 난다.
대변인 “대화 제의라기보다” 해프닝
한 가지 더 살펴보자. 청와대 직제표를 보면, 비서실장 휘하에 모두 9명의 수석비서관이 있다. 그 가운데 1명이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다. 직무 범위는 “현안 업무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점검하는 등 대통령의 국가안보정책을 보좌”라고 돼 있다. 수석비서관 아래로 국방·외교·통일비서관도 따로 두고 있다. 보고는 비서실장에게 한다. 국가안보 관련 업무가, 두 갈래로 나뉜 셈이다.
보완책이 없는 건 아니다. 대통령령으로 안보실 차장을 외교안보수석이 겸직하도록 규정해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소통’의 고리를 만들어둔 셈인데, 그것으로도 ‘두 갈래 안보’의 명분을 삼긴 어려워 보인다. 참여정부 NSC 출신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NSC 시절엔 비서관이 4명이었지만, 지금은 안보실에 3~4명, 외교안보수석실에 3명 등 비서관이 되레 많아졌다”며 “하지만 직무영역을 (현안과 중·장기 전략 등) 지극히 관념적으로 나눈 탓에,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4월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대북 성명을 둘러싼 ‘해프닝’을 예사로 넘기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류 장관은 성명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북쪽이 제기하는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고 밝혔다. 완곡하긴 했지만, 분명 북쪽에 ‘대화’를 제의한 게다.
잠시 뒤, 기자들과 만난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류 장관의 성명은)대화를 제의했다기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대내외로 천명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대화를 제기했다기보다는”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외교안보 라인 가운데 ‘누군가’, 대화 제의를 ‘섣부르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의 ‘해프닝’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과 한 만찬에서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무마됐다.
군 장성들 “인질 구출작전” 등 발언
외교안보 라인을 군 출신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출범 이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실제 김장수 안보실장, 김관진 국방장관, 남재준 국정원장 등 외교안보 관련 장관회의의 참석자 가운데 절반이 군 장성 출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위기 국면에서도 △개성공단 인질 구출작전 △(핵공격 징후가 있으면) 북 선제타격 등 ‘강성 발언’이 여과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NSC 사무처장 출신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국가 전략을 다루는 사람은 언어를 절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