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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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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자는 안철수다”

‘반정치의 정치’에 답하는 안철수 캠프의 금태섭 상황실장… “과거가 어떻게 미래를 이기나, 안은 미래의 상징”
등록 2012-11-15 15:15 수정 2020-05-02 19:27

정치는 대수학이 아니고, 단일화는 그냥 덧셈이 아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일화에 합의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두 후보 지지율의 단순 합산을 넘겠다는 게 두 캠프의 목표다. ‘1+1=2+α’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쟁하되 야권 지지층에 실망을 주지 않고, 뜻을 모으되 야권 지지층에 자극과 감동을 줘야 한다. 어려운 과제다. 이 독자들을 대신해 두 캠프의 선거기획통을 만났다. 문재인 후보 쪽 기획본부장인 이목희 의원과 안철수 후보 쪽 금태섭 상황실장에게 단일화 과정에서 꼭 풀어야 할 숙제 등을 공격적으로 따져물었다. 더 잘희망하려고, 일부러 더 깊이 회의했다. _편집자

“정권 교체와 정치 혁신의 열망을 주도하는 건 안철수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캠프의 금태섭 상황실장은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선은 ‘단일화의 승자’에만 머무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단일화의 승리’보다 ‘승리하는 단일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그를 11월8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철수 캠프 금태섭 상황실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안철수 캠프 금태섭 상황실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금은 공동선언을 준비하는 과정정치 혁신안 논쟁에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 문제에 대해선 비판론도 많았다. ‘새정치 공동선언’에서 두 후보 간의 견해 차이가 좁혀질 수 있을까.

국회의원 100명을 당장 줄이겠다는 건 잘못 알려진 내용이다. 정치권이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자는 차원이었고, 그 문제의식에는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이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차이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쪽이 정치를 축소시키려고 한다거나 ‘반정치의 정치’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전혀 반대다. 당연히 정치가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문재인 후보는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다. 단일화 경쟁에서 안철수 후보가 과연 승리할 수 있나.

누가 누구를 이긴다는 건 적절치 않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기득권 세력을 꺾고 승리할후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먼저 ‘새정치 공동선언’을 하자고 두 후보가 합의한 것도, 문재인 후보가 여기에 동의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선호하는 단일화 방식이 있나.

지금은 그런 논의 자체를 하고 있지 않다. 선호하는 룰이라는 건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찾겠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유불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 두 후보는 ‘새정치 공동선언’을 먼저 내놓고 이후에 다른 논의를 하자고 합의했다. 단일화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공동선언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많은 분들이 단일화 방식을 궁금해한다. 여론조사니, 경선이니, 입당이니, 신당이니…. 논의가 그런 쪽으로 흐르면 정치 혁신 논의가 무의미해진다. 이길 수 없는 단일화는 국민에게 실망을 줄 뿐이다. 지금은 단일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 논의를 그렇게 끌고 가는 것 자체가 이기는 단일화를 만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전략 아닌가.

그렇다면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해야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논리의 근거를 제시해달라.

1년 전 상황을 보자. ‘박근혜 대세론’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 대세론을 깨고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여기까지 만들어낸 당사자가 바로 안철수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의지를 모아낸 것도,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운 것도, 정치 혁신의 문제의식을 주도한 것도 안 후보 아닌가. 단순히 말로 약속한 게 아니라 그 동안의 과정을 통해 보여줬다. ‘과거의 낡은 정치 대 미래의 새로운 정치’라는 구도를 만들었고, 그 결과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정치 혁신이 됐다. 과거와 미래의 가장 선명한 접점은 박근혜와 안철수의 대결이다. 과거가 어떻게 미래를 이길 수 있나. 안철수는 미래의 상징이다.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신당’, 어떤 취지인지 납득 어려워신당 창당과 관련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안 후보가 언급한 대로다. 전혀 논의된 바 없다. 물론 단순히 이번 선거에서 이기려고 단일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나가야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질수는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안 후보는 말하는 대로 해왔다. 지금은 국민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하고, ‘새정치 공동선언’ 이후에 모든 것을 열고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가능성을 닫지는 않은 것으로 이해하겠다.

논의할 수 있다는 거다. 다만 지금 신당 이야기는 우리 캠프가 아니라 주로 민주당 쪽에서 나오는데, 어떤 취지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고, 결국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고 가정해보자. 정당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통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나.

정당정치는 안 후보가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제기한 문제의식을 보라. 중앙당 축소나 강제당론 폐지, 국고보조금 축소 등 모두 정당 혁신과 관련된 것이다. 정당정치를 강조하는 학계, 예를 들어 최장집 교수도 우리 정당들이 국민을 잘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에 변화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안철수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건 다수 국민이 이런 변화의 방향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국회는 정치를 하는 곳이다. 민의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반대로 갈 수 있을까? 현재의 여야 구도가 전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한 사람만 바뀐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안철수 대통령의 탄생은 엄청난 변화일 것이다. 다만 지금 그 구체적인 모습을 거론하기는 어렵고, 앞으로 논의를 통해 충분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경우 과연 민주당을 여당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두 후보가 힘을 합쳐 단일화하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민주당이 여당이다. 다른 어떤 당이 여당일 수 있겠나. 그건 우리와 민주당의 단일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흠집을 내려고 하는 이야기 같다.

단일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뭔가.

단일화를 통한 승리를 반대하고 두려워하는 세력이다. 구체적으로는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이다. 기득권을 갖고 국민적 열망을 왜곡하려는 사람들의 저항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정권 연장에 반대하는 모든 분이 동의하고 합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민주당 내에도 그런 세력이 있다고 보나.

그렇지 않다. 민주당 안의 많은 분들이 오랜 기간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 민주당을 존중한다. 문재인 후보 역시 많은 분들이 존경하는 후보다. 그분들이 가장 원하는 게 바로 정권 교체 아닌가. 다만 좀더 마음을 열고 공동의 목적을 위해 같이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합의가 되자마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거나 “문재인은 서민 후보이고, 안철수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정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총선에서 그런 식으로 패배했다. 또 지고 싶은 건가. 대선에서 2등 해서 뭘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1+1이 2가 아니라 3 이상이 되는 단일화를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지지층과 안철수 지지층이 합쳐진다고 해도 결코 쉬운 선거가 아닐 것이다. 기득권 세력과 우리가 왜 다른지, 정권 교체가 이뤄질 때 무엇이 변하게 될지를 보여줘야 한다.


“‘과거의 낡은 정치 대 미래의 새로운 정치’라는 구도를 만들었고, 그 결과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정치 혁신이 됐다.”

 

민주당 조직이 ‘공멸’을 선택할까안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문 후보 지지층의 이탈을 막을 방안은 뭔가. 본선에서 과연 민주당 조직이 움직이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지지층의 일부 이탈은 있겠지만 일시적일 것이라고 본다. 단일화 이후 곧바로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나. 그 전선이 형성되면 충분히 되돌아올 것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가 선택을 받는다면, 그건 지금 민주당에 있는 분이 가진 정권 교체 염원을 안 후보가 받아 안는다는 의미도 된다. 모든 분들이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 후보도 누가 되고 말고를 떠나 이기는 단일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서로 공격하다가 아무것도 안 되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대선에서 진다는 건 공멸하는 길 아닌가?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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