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알사예드, 미시간주 경선 승…미국 첫 무슬림 상원의원 탄생할까

미시간주 후보 경선에서 신승… 공화당 ‘열혈 이스라엘 지지자’와 11월 맞대결
등록 2026-08-14 12:48 수정 2026-08-15 12:04
google구글 선호 매체 등록
2026년 8월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전날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압둘 엘사예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8월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전날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압둘 엘사예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8월4일 미국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40대 이집트계 무슬림 진보파 압둘 엘사예드 후보가 승리했다. 그가 11월 중간선거에서 당선된다면 미국 사상 최초의 무슬림 상원의원이 된다. 친이스라엘계 단체들은 민주당 경선에 이어 본선에서도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기세다.

 

빌 클린턴이 ‘선출직 공직자’ 권했던 그 학생

 

압둘라흐만 무함마드 엘사예드는 1984년 10월31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교외 로체스터힐스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무함마드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 유학생으로 웨인주립대학에서 공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간호학 전공자였던 어머니 파텐 엘코미는 이혼 뒤 미주리주로 이주했다. 엘사예드는 아버지와 역시 공학자인 새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엘사예드는 고교 시절 학업은 물론 레슬링, 축구, 라크로스 등 스포츠에도 능했다. 미시간주립대학에 진학한 그는 생물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했다. 2007년 최우등으로 졸업하면서 그는 졸업생 대표로 연설하기도 했다. 미국 매체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2007년 4월4일치에서 당시 졸업식에 축하연설을 하러 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엘사예드에게 ‘선출직 공직자’로 일할 것을 권했다고 전했다. 당시 엘사예드는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 이름이 ‘압둘라흐만’인 건 아시느냐”고 반문했단다. 이듬해 11월 대선에서 40대 민주당 후보 ‘버락 후세인 오바마’가 당선됐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시간주립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엘사예드는 애초 신경외과 전문의를 꿈꿨다. 페루로 의료봉사도 다녀왔고, 지역 무료 진료소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활동도 벌였다. 대학원 2년차에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로즈 장학생에 선발된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오리엘칼리지로 유학해 2011년 공중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뒤 컬럼비아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14년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그는 2026년 8월3일 주간 뉴요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어 의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의대에 가서야 미국의 보건의료 체계가 내가 돌보려 했던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아주 적극적으로 밀쳐내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수련의 과정을 밟을 때다. 뉴욕에 있는 최고 수준의 병원 9층에서 근무했는데, 심장 수술을 받으러 온 외국 귀빈을 위한 피아노 연주자까지 두고 있었다. 그런데 병원 지하층을 이용하는 평범한 뉴욕 시민들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내쫓기기 일쑤였다.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연방 상원 원내대표(가운데)가 2026년 8월4일 워싱턴의 의사당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연방 상원 원내대표(가운데)가 2026년 8월4일 워싱턴의 의사당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공중보건 전문가의 길 선택한 의대생

 

엘사예드는 의사로 일하는 대신 공중보건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2014년부터 컬럼비아대학에서 전염병학 조교수로 일하던 그는, 서른 살 때인 2015년 디트로이트시의 최연소 공중보건 국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맡은 첫 공직이다.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는 미국 제조업의 쇠퇴 속에 2013년 7월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낸 바 있다. 엘사예드는 시정부 파산으로 무너진 공공의료 체제를 복구하려 동분서주했다.

2017년 2월 엘사예드는 미시간 주지사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 공중보건 국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그해 3월27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한 인터뷰에서 “플린트시 수돗물 납 오염 사태와 관련해 오로지 비용 절감에만 골몰하는 주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출마 결심을 굳혔다. 주정부의 무관심 속에 아이 수천 명이 중금속에 중독됐다. 공중보건 책임자로서 그 아이들을 지켰어야 했다. 이 나라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엘사예드는 기업 후원금을 받지 않고, 개인 후원으로만 5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았다.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장을 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진보파 정치인들이 그를 지지했다. 정치 신예임에도 그는 경선에서 약 30%를 득표하며 그레천 휘트머 현 지사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2022년 12월 디트로이트 등 34개 도시가 속한 웨인 카운티 공중보건 국장에 임명된 그는 의료 접근성 확대와 의료비 부채 탕감 등의 정책을 주도했다.

2026년 8월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중심가 광장에서 전날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선출된 압둘 엘사예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6년 8월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중심가 광장에서 전날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선출된 압둘 엘사예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엘사예드는 2025년 4월 공직에서 물러나 미시간주 상원의원 민주당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부자 증세와 함께 그가 내건 으뜸 구호는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 곧 전 국민 의료보장 제도다. 사상 최초의 무슬림 뉴욕시장인 조란 맘다니를 비롯한 민주사회주의자(DSA) 진영이 그를 전폭 지지했다. 정작 그는 이 단체 소속이 아니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7월27일 엘사예드의 말을 따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그저 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자본주의자일 뿐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최대 위협은 정부의 규제가 아니다. 최대 위협은 언제나 독점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주류·친이스라엘 단체의 협공 뚫고

 

미시간주는 이른바 ‘스윙스테이트’(경합주)라고 한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공화당 후보가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은 1994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스펜서 에이브러햄 의원이 유일하다. 이후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2명은 모두 민주당이 독식했다. 민주당 후보로 결정되면 본선에서 유리한 구조란 뜻이다.

대통령 선거 결과는 엇갈렸다. 2016년 대선 때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2020년 대선 때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시간에서 승리했다. 2024년 대선 때는 다시 트럼프 후보가 미시간을 차지했다. 당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단 1.42%포인트(8만103표)였다. 해리스 후보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과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무슬림 인구가 많은 미시간주에서 민주당 지지세를 갉아먹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2024년 2월 실시된 미시간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바이든 행정부의 맹목적인 이스라엘 지원을 비판하며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언커미티드) 쪽에 표를 던진 유권자가 약 13%나 됐다.(제1532호 참조)

2026년 8월4일 연방 상원의원 후보 선출을 위한 미시간주 민주당 경선에서도 ‘이스라엘’은 최대 변수 가운데 하나였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맬러리 맥모로 미시간주 상원의원이 7월 초 후보 사퇴를 선언하면서, 경선 판도는 양자 대결로 바뀌었다. 엘사예드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건 4선 현역 연방 하원의원인 헤일리 스티븐스다. 민주당 ‘온건파’로 통하는 그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등에 업었다.

미국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 출마한 헤일리 스티븐스 현역 연방 하원의원이 2026년 8월4일 투표를 마친 뒤 디트로이트의 한 호텔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 출마한 헤일리 스티븐스 현역 연방 하원의원이 2026년 8월4일 투표를 마친 뒤 디트로이트의 한 호텔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스티븐스는 선출직 경험이 없는 엘사예드의 ‘본선 경쟁력’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에 대한 비난전을 배후에서 지원한 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이익단체’로 불리는 ‘미국-이스라엘 홍보위원회’(AIPAC·에이팩)다. 이번 경선에서 이 단체는 스티븐스 후보 지원에 3200만달러(약 453억원)를 쏟아부었다. 이유는 자명하다.

하원 입성 첫해인 2019년 8월 스티븐스는 동료 의원 41명과 함께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이스라엘 방문은 미국에서 주류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코스’다. 스티븐스는 2019년 9월12일 ‘디트로이트 유대인 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당시 방문을 통해 자신이 “계몽됐다”고 말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차별 정책에 반대해 국제사회가 벌이는 ‘불매-투자철회-제재’(BDS) 운동을 두고 “이스라엘의 존재할 권리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후 ‘자랑스러운 친이스라엘 민주당원’이자 ‘의회 내 가장 강력한 이스라엘의 우군’을 자처한 그는 내리 4선에 성공하며 ‘주류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6년 임기의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면, ‘주류 중의 주류’가 될 터다.

 

“모든 무기는 살상용… 방어용은 없다”

 

“모든 무기는 기본적으로 살상용이다. 그러니 방어용 무기란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 엘사예드는 경선 다음날인 8월5일 시엔엔(CNN)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선 결과는 말 그대로 초박빙이었다. 엘사예드와 스티븐스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단 0.9%포인트, 1만4998표 차로 엘사예드가 승리했다. 그는 “상원에 진출하면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군사지원을 중단시킬 것이냐”는 방송의 질문에 이렇게 덧붙였다.

“특정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 군사지원에 반대한다. 이스라엘은 물론 부모님의 모국인 이집트에 대한 무조건적 군사지원에도 반대한다.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미시간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대부분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외국 군대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 미시간 주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의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2026년 8월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전날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압둘 엘사예드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한 뒤 부인 사라 주카쿠와 함께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8월5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전날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압둘 엘사예드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한 뒤 부인 사라 주카쿠와 함께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11월3일 중간선거에서 엘사예드의 경쟁자는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후보다. 형사법 전공자로 군복무를 거쳐 연방수사국(FBI) 요원으로 일했던 로저스 후보는 미시간 주의회를 거쳐 재선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2024년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다가 얼리사 슬롯킨 민주당 후보에게 단 0.34%포인트(1만9006표) 차로 석패한 바 있다.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친이스라엘 단체 향해 “본선 때도 돈 낭비하라”

 

에이팩 쪽은 미시간주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성명을 내어 “11월 중간선거에서 미시간주 유권자가 엘사예드 후보와 그의 과격한 반이스라엘 정책을 거부하도록 만들겠다는 우리 단체 구성원들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로저스 후보는 하원의원 시절부터 ‘열혈 이스라엘 지지자’를 자임해왔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8월5일 엘사예드 후보의 말을 따 이렇게 전했다.

“에이팩 쪽에 전한다. 경선 때 미시간에서 돈을 낭비한 것처럼 본선 때도 와서 또 낭비하시라. 그대들이 돈을 낭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함께 토론해보자. 정부를 어떻게 운영할지, 미국의 외교정책이 외국의 이익에 맞춰 결정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 말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