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을 위해 FTA 비준에 앞장선 국회의원들 오랜만에 밥값하셨습니다.” 11월23일 저녁 7시20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선 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내건 펼침막이 칼바람에 나부꼈다. 금세라도 피를 토할 듯한 한 남성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바람을 갈랐다. “정신 차리고 살아, 이 미친 ××들아. 이 한심한 인간들아! FTA에 미래가 있다. 악질 반역자, 김정일 꼬붕들, 친일파한테 왜 놀아나냐? 그 따위로 하니까 취업을 못하지!” 100명 남짓한 참석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2008년 촛불과 유사한 양상
이곳은 애초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이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에 항의하는 합동 정당연설회를 열려던 장소였다. 그런데 어버이연합이 집회 신고를 내버려 연설회는 길 건너편, 스케이트장 공사가 한창인 서울시청 앞 광장 한켠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장소가 바뀐 줄 모르고 대한문 앞에 갔던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르신’에게 한바탕 욕을 얻어먹어야 했다.
건너편 정당연설회장에선 시청 바로 앞쪽에 설치된 3~4인용 텐트 하나가 눈에 띄었다. ‘MB 퇴장 아이 입장’이라고 쓴 팻말이 텐트 입구에 붙어 있었다. 아내,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연설회에 참석한 예대열(36)씨가 설치한 것이다. 예씨는 “날씨가 추우니까, 자녀들 데리고 오신 분은 누구든 들어오시라고 마련했어요. 어제 인터넷에서 12만원짜리 중고를 주문해, 조금 전 이리 오는 길에 받아왔어요”라고 했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를 기록한 이날 그는 왜 굳이 아이까지 데리고 시청 앞에 서야만 했을까. “FTA가 비준되면 나도 피해를 보지만, (삶에 피해를 주는 내용을)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도 피해를 보니까요. 이건 내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의 문제입니다.” 그는 한나라당이 비준안을 날치기한 하루 전날 서울 명동에서 열린 규탄집회에는 혼자 참석했다고 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오지 않더라도 그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촛불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두툼한 방한복, 털모자, 목도리에 장갑까지 ‘중무장’한 촛불은 예씨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안양에서 1시간 넘게 걸려 시청 앞에 도착했다는 한 50대 여성은 “FTA가 발효되면 경제는 물론 사회, 정치, 문화 모든 것이 미국의 속국이 되잖아요. 양극화, 빈부 격차는 또 얼마나 심해질까요? 정치적 성향을 떠나 FTA는 해선 안 되는 거예요”라고 했다. “어제는 너무 분해서 잠도 못 잤다”는 그는 “이명박 정권엔 정의도, 도덕성도, 양심도 없다. 너무 파렴치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악”이라는 격한 말도 쏟아냈다. 대한문 앞에 서 있는 동년배들과 그는 생각이 완전히 달랐다. 촛불은 지하철이 승객을 토해낼 때마다 쑥쑥 늘어났다. 주최 쪽은 1만 명이 모였다고 했다. 포개지다시피 서 있던 시민들은 결국 공사 중인 야외 스케이트장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그랬다. 다시 촛불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은 건 한-미 FTA 비준으로 앞으로 삶에 닥칠 불안, 정부·여당을 향한 불신과 분노였다. 이들은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받아 온몸이 얼어붙으면서도 “비준 무효! 명박 퇴진!” 구호를 멈추지 않았다. 이튿날인 11월24일에도 비준 무효를 요구하는 시민 6천 명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였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이렇게 분석했다. “한-미 FTA 반대 촛불은 기본적으로 2008년 촛불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초반을 지나고부터는 주된 의제가 시장화로 인한 불안 증가에 대한 저항이었다. 한-미 FTA는 일자리 안정과 양극화 등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중요하게 느끼는 경제 문제, 의료 등 복지 문제와 직결된 의제다.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진 않지만 앞으로 도래할 잠재적 위험이 크다고 느끼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불안을 느낀다는 점도 2008년과 유사하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익이나 다수 국민의 공공선을 위해 행동하고 결정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color="#C21A8D"><font size="3">그랬다. 다시 촛불들을 광장으로 불러모은 건 한-미 FTA 비준으로 앞으로 삶에 닥칠 불안, 정부·여당을 향한 불신과 분노였다. 이들은 경찰의 물대포 공격을 받아 온몸이 얼어붙으면서도 “비준 무효! 명박 퇴진!” 구호를 멈추지 않았다.</font></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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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전혀 배우지 못해
기습적인 직권상정을 통해 비공개로 비준안을 날치기한 한나라당은 이런 여론을 일단 달래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 우선 물대포를 쏜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11월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물대포를 맞은 시위 참가자들의 얼굴에 고드름이 얼고, 옷이 찢기는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 경찰 당국의 자제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물대포 문제는 정책위가 경찰청과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쟁점이 된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재협의 추진 등 협정으로 피해를 볼 사람들을 위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협정 비준안 통과 문제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당 쇄신을 전면적으로 추진해 ‘부자당’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최고위원 등은 당내 쇄신파가 주장한 ‘부자 증세’에 힘을 실었다. 유 최고위원은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재벌과 대기업, 부자 편을 든다는 이미지가 좀더 강해졌다. 한나라당이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부터는 진짜 백지상태에서 당을 쇄신해 정책기조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파 초선모임인 민본21은 부자 증세와 함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한 비정규직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대기업의 성과 배분 효과를 높이는 쪽으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 관련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의원은 한나라당의 ‘얼굴’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잦은 설화에 이어 협정 비준 강행 처리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진 홍준표 대표 대신, 전당대회를 다시 치르든, 비상기구 체제로 전환하든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당을 쇄신하고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한나라당이 달라졌구나. 이명박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는구나’ 이런 걸 보여줄 사람은 박 전 대표밖에 없다. 박 전 대표도 책임지고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내년 총선에서 100% 책임과 권한을 갖고 공천을 제대로 해 이기면 (최근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해) 기사회생할 수 있다.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가 사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노력’이 성난 촛불들을 달랠 수 있을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사실 한나라당이 스스로 ‘무덤’을 판 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장 이명박 정부는 지지율이 50%를 넘나들던 집권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려 했다가 엄청난 촛불의 저항에 부딪혔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대통령이 두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고, 한반도 대운하를 비롯한 핵심 공약과 공기업 민영화 계획 등을 철회해야 했다. 이후 정부는 대대적인 공안몰이를 벌였지만, 대가는 2010년 지방선거 참패였다.
한나라당이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을 때도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가 탄핵에 반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자금 ‘차떼기당’이 무슨 자격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느냐는 비판을 이기지 못한 한나라당은 천막당사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당 지지율은 15%까지 추락했다. 가망 없어 보이던 17대 총선에서 박근혜 대표를 내세워 “개헌 저지선만은 만들어달라”고 호소해 121석을 건졌지만, 굳건히 유지하던 원내 제1당 자리는 152석을 얻은 열린우리당에 내줘야 했다.
엘리트주의에서 나오는 오만
신한국당 때인 1996년 말엔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 6시 복수노조 전면 유예와 쟁의기간 임금지급 금지 등을 핵심으로 한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한 적도 있다. 날치기 계획도 치밀해, 신한국당 소속 의원 154명은 서울시내의 여러 호텔에 분산 투숙했다가 당이 준비한 버스를 타고 본회의장에 출석했다. 6분10초 만에 법안을 처리한 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앞의 한 식당에 모여 축배를 들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청남대로 휴가를 떠났다.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은 장외투쟁에,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돌입했다. 조직노동자는 물론 학생과 일반 시민까지 참여한 노동법 무효화 집회는 1997년 2월 초까지 이어졌다. 한국노총까지 연대한 총파업엔 75만 명이 참가해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여권은 노동법 재개정으로 무릎을 꿇었지만, 40%가 넘던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까지 내리꽂히는 걸 막지는 못했다.
이렇게 한나라당을 재기 불능에 가까운 상태로 만든 결정적 사건이 ‘자해’였던 건, 이들이 자신의 선택이 불러올 후폭풍을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판단을 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장광근 의원이 문화방송 에서 한 발언은 한나라당이 다른 ‘별’에 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장 의원은 “이건(탄핵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 대통령의 정략이다. 탄핵을 기다리며 버티기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알면서 왜 (탄핵을) 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장 의원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가 과거 사례들처럼 정권을 내리막길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됐듯 이미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대선 전망이 밝지 않고, 이 때문에 당 내부의 위기감이 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 안에서 “이미 더 나빠질 수도 없을 만큼 나쁜 상황이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거엔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매우 높았다는 것도 지금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비판 강도가 얼마나 높을지 예상치 못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적잖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며칠 동안 계속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누가 다치고 실려가는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집회는 며칠 가다 잠잠해질 거다. 생각보다 반발 여론이 거센 것 같지 않다”고 희망섞인 평가를 내놓는다. 이와 관련해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체제 변화와 관련되기 때문에 다수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설마 하던 일이 이젠 자신에게 해가 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더구나 날치기라는 처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이런 FTA 반대 여론이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정서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반발은 잠깐이고,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라는 뿌리 깊은 엘리트주의적 사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촛불이 꺼져도 효과는 남는다
실제로 가시적인 ‘거리의 촛불’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비준안 날치기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가 누구냐, 이 비판 여론이 어떤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냐다. 신진욱 교수는 “광범위한 불안을 표현하기 위한 집단행동(촛불)은 비준안을 되돌릴 수 있는 구체적인 쟁점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심판할 수 있는 저비용의 제도적 통로, 즉 내년 4월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이 있기 때문에 이 여론은 총선 때 더욱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잠깐은 촛불이 소강상태를 맞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불안과 분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이는 내년 총선 때 한나라당에 촛불보다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가 11월22~23일 비준안 통과와 관련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40대의 부정 평가는 전체 평균인 41%보다 훨씬 높았다. 20대에선 부정 평가가 60.6%로 긍정 평가(31.2%)의 두 배에 가까웠다. 30대에선 부정 평가가 47.5%로 긍정 평가(34.3%)보다 13.2%포인트 높았고, 40대에선 47.8%로 41.6%인 긍정 평가보다 6.2%포인트 높았다. 또한 20~40대의 긍정 평가는 전체 평균(47.2%)보다 낮았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가장 높은 반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안철수·박원순 열풍을 만들어낸 세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촛불이 잠잠해지고, 한나라당이 쇄신을 부르짖는다 하더라도 이들이 분노를 잊고, ‘새로운 정치’의 열망을 접으리라 예상하기는 힘들다. 11월2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만난 이주봉(37)씨는 “2008년 촛불은 민영화 저지와 지방선거 야당 승리라는 현실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당장은 아무것도 얻어낸 게 없는 듯 보일지 몰라도, 박원순·안철수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상하게 되고, 진보세력에게 자극을 주게 된 것은 바로 그 힘”이라고 말했다. 임아무개(34)씨는 “국회를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물갈이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을 앞으로 닥칠 절망에서 구해낼 수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협정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야권의 기득권 세력인 민주당이다. 야당들 사이에 협정 무효화 운동과 정권 퇴진 운동으로 의견이 나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의 자중지란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의원 필참’이라는 지도부의 요청에도 11월2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협정 무효화 요구 집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은 소속 의원 87명 가운데 20여 명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11월22일 한나라당의 날치기에 항의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곧바로 보수파가 반기를 들었다. 한나라당과 합의해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정장선 사무총장은 11월24일 SBS 라디오 에서 국회 복귀를 주장했다. “총선과 대선이 있고, 서민층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산을 여당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와 야당으로서 확실한 역할을 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 의견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지역구 예산을 의식해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민주당 의원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오래 끌지는 못할 것”이라며 별다른 긴장감을 보이지 않는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color="#C21A8D"><font size="3"> “한-미 FTA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 체제 변화와 관련되기 때문에 다수 국민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설마 하던 일이 이젠 자신에게 해가 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더구나 날치기라는 처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이런 FTA 반대 여론이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정서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font></font>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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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는 민심은 어디로 갈까
더구나 민주당은 비준안을 날치기당한 직후인 11월23일 중앙위원회에서 야권 통합 추진 방안도 합의하지 못했다. ‘혁신과통합’ 등과 12월 통합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당 지도부의 방침에 통합에 부정적인 이들이 격렬하게 맞선 탓이다. 이런 모습은 반한나라당 정서가 아무리 높아도 민주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으로 귀결된다. ‘대체재’로서의 매력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생길지 안 생길지도 모르는 ‘안철수 신당’에 여론이 쏠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것도, 민주당의 변화를 압박하는 것도 민심이다. ‘한나라당은 싫지만, 찍고 싶은 사람도 없는’ 2007년 대선 상황이 반복되길 원하는 이도 많지 않다. 그것이 누구를 웃게 만들고, 누구를 울게 만들었는지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슴속 촛불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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