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세월호 특조위) 제2차 청문회가 끝난 지 이틀째 날인 3월31일, 이석태 위원장(사진)은 제3차 청문회를 이야기했다. “특조위가 무엇을 해야 하고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청문회가 더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생겼다.”
1차, 2차 청문회는 이 위원장이 밀어붙인 측면이 있었다. 다른 특조위원과 조사관들은 자체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청문회 개최를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마감시간’(청문회)이 생겨야 자체 조사도 힘있게 진행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2차 청문회에서 검찰과 감사원이 놓치거나 외면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특조위 조사 활동이 차츰 본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시간이 부족하다… 위기감과 각오가 교차
문제는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 예산을 6월30일까지만 배정했다. “절체절명의 증거물”인 세월호 선체를 특조위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는 세월호를 7~8월에 인양할 계획이다.
이석태 위원장은 “비관적인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지만”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착잡하다”고 했다. 1년 전 정부가 특조위를 장악할 의도로 입법 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왔을 때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하던 그였다. “물리적 활동 시간 종료가 점점 다가오니까 비상상황이라는 위기감과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각오가 함께 몰려온다.”
2차 청문회를 평가하면.1차 청문회는 자체 조사가 덜된 상태여서 아쉬움이 많았다. 증인들의 ‘모르쇠’를 날카롭게 반박하며 추궁하지 못했다. 2차 때는 위원들이 “특조위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이라고 말하며 새로운 사실을 드러냈다. 우리가 자체 조사한 내용으로 청문회를 하니까 훨씬 설득력이 생겼다. ‘특조위가 독립적으로 저렇게 조사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국민과 피해자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었다. 위원들도 의욕이 더해져 3차 청문회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시간에 쫓기는 게 문제인데, 종합보고서도 써야 하고.정부 예산은 6월30일까지 배정됐지만 여러 상황으로 볼 때 활동 기간은 더 늦춰질 것으로 예측한다. 1차적으로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활동 기간이 더 확보되면 추가로 더 일을 하면 될 것이다. 3차 청문회를 한다면 특조위의 마지막 에너지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기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종합보고서·백서를 작성하는 계획도 세워야 한다. 이제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 2월 국회에 특별검사 임명 요청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의 외면 속에 사실상 무산된 상태고, 특조위 활동 기간을 명확히 한 특별법 개정안도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은 특조위 활동 기간을 총 1년6개월(12개월+6개월 연장)로 규정했지만 정부는 예산 지급을 차일피일 미뤄 실제 기간은 10개월(2015년 9월~2016년 6월)로 줄었다.
결국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 3월 전원위원회를 열어 참석인원 만장일치로 활동 기간을 3개월 더 연장했다. 세월호 특별법은 종합보고서·백서 작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3개월까지 활동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최소한 9월까지 활동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셈이다.
종합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첫째, 참사 당시 상황과 문제점을 조사한 내용과 그에 대한 특조위의 판단이 들어갈 것이다. 필요하다면 형사처벌 의견도 밝힐 예정이다. 둘째, 참사가 발생한 구조적 원인을 짚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제도적 대안과 입법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검이 끝나면 ‘특검 무용론’이 나오듯, 세월호 특조위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런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특조위라는 게 전례가 없다. 굳이 찾으려면, 오래전 일이지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제헌국회에 설치됐던 특별기구)가 있다. 그마저도 (제 활동을 마치지 못한) 아픈 역사다.
지난해 상당 부분 어려움이 많았지만 특조위는 앞으로 규명한 진상이 무엇인지 드러내고 국민과 피해자의 공감을 얻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 구조 속에서 어느 정도 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면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좌절하기보다는 미흡하더라도 세월호 문제를 푸는 징검다리라도 놓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징검다리라도 놓아야 한다”그동안 세월호 특조위에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특조위원 17명 가운데 새누리당 추천위원 5명이 모두 사퇴하거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11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대응을 조사해달라는 유가족 쪽 신청에 대한 의결을 앞두고 집단 반발한 탓이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조대환(여당 추천) 부위원장이 사퇴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여당 의원의 행동 지침을 명시한 해양수산부의 대응 문건이 언론에 공개됐다. 특히 새누리당은 지난 3월9일 제20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가 예비후보에서 사퇴한 황전원 전 특조위원(비상임)을 부위원장으로 재추천했다.
세월호 특조위의 내부 조사 인력 부족은 더 심각하다. 진상규명국장이 6개월째 공석이다. 특조위는 공모 절차를 걸쳐 검찰 출신 강석정 변호사를 후보자로 추천해 인사혁신처와 청와대 인사 검증까지 마쳤다. 지난해 11월 모든 절차가 끝났는데도 대통령은 임명 결재를 미루고 있다. 공무원도 17명이나 파견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변수가 많아 조직이 안정되지 못하고 많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려면 세월호 인양이 필수다.선체를 건져올려 전문가들과 함께 뜯어놓고 면밀히 조사해야 정확한 침몰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바다 밑에 들어가 사진 몇 장 찍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스웨덴 정부는 333년 만에 침몰한 전함을 인양해 복원력 상실이 사고 원인이라는 걸 밝혀냈는데, 한국 과학기술로 왜 못하겠나.
정부가 단독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것과 세월호 특조위가 함께 결론을 내는 것은 신뢰도가 다를 텐데.당연하다. 만약 특조위 활동 기간이 끝난 뒤에 배가 올라온다면 정부는 사고 원인을 조사할 독립기구를 다시 꾸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책임한 정부가 될 것이다.
특조위가 성과 내야 하는 이유 1년 전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를 한국 사회의 신뢰가 무너진 징표라고 진단했다. 특조위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제 몫을 하고 있나.세월호 특조위가 별 성과 없이 끝나면 세월호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한국 사회의 낮은 신뢰도가 더 깊어질 것이다. 선원과 해경이 국민을 버리고 도망간 사건인데 그 속에서 반성과 교훈을 얻지 못할 테니까. 특조위가 객관적 증거와 사실을 토대로 결론을 내야 신뢰를 복구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녹취 김혜인 교육연수생
① 여기 10가지 진실이 있어요
선원이 승객 퇴선 명령 없이 탈출한 이유
해경이 세월호 조타실에 간 이유 드러났다
진도VTS가 승객 퇴선을 명령하지 않은 이유 드러났다
인천해경이 사고를 먼저 알았나
“객실 문이 잠겨 못 나온다”… 119 신고 전화가 사라졌다
② 왜 못 구했나, 왜 침몰했나
도대체 해경은 왜 못 구했나
세월호는 뒤집힐 준비가 돼 있었다
기울어진 세월호는 여전히 항해하고 있었다?
③ 구할 수 있었다
그날, “전원 구조” 오보의 재구성
국정원과 세월호 관계는 비밀?
“배로 올라가. 이건 명령이야. 가란 말이야!”
④ 세월호 특조위 현재와 미래
“청해진해운이 ‘가만히 있으라’ 지시했다”
“3차 청문회, 종합보고서… 비상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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