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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VTS가 승객 퇴선을 명령하지 않은 이유 드러났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진실의 힘’… 15만장 기록과 3테라바이트 자료 추적·분석해 <세월호, 그날의 기록> 탄생
등록 2016-03-19 05:42 수정 2020-05-02 19:28
이 입수한 기록을 바탕으로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2015년 5월 세월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세월호 기록팀을 구성했습니다. 진실의 힘 조용환, 송소연, 강용주 이사와 이사랑 간사가 기획·진행을 맡았고, 박다영씨, 박수빈 변호사, 박현진씨가 자료 분석과 집필을 맡았습니다. 정은주 기자는 과 진실의 힘을 오가며 이 작업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기자상과 민주언론상을 받았습니다. 15만 장 가까운 기록과 3테라바이트(TB)가 넘는 자료를 추적·분석한 결실을 이제 세상에 공개합니다. 700쪽에 이르는 책 (진실의 힘 펴냄)입니다.
은 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한편, 책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더해 앞으로 4주에 걸쳐 집중보도합니다. 2015년 4월부터 진행한 세월호 탐사보도의 마지막 매듭입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한겨레 김태형 기자

진도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는 세월호와 교신한 유일한 해경이다. 목포해경 상황실과 서해해경청 상황실에서 세월호와 교신하라는 연락을 잇따라 받은 진도VTS는 9시5분부터 9시35분까지 30분간 세월호와 교신했다. ① 선체가 한쪽으로 계속 넘어가고 있고 ② 승선 인원이 500명 정도이며 ③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대기하라고 했으나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또 ④ 배가 좌현으로 50도 이상 기울어져 이동이나 탈출이 어려워 승객들이 선실 내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고 ⑤ 선원들이 움직일 수 없어서 조타실에 모여 있다는 정보도 확인했다. 그런데도 승객 퇴선을 명령하지 않았다.

특히 9시 22분 세월호 조타사 박경남은 “본선이 승객들을 탈출을 시키면 옆에서 구조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진도VTS 센터장 김형준은 서해해경청 상황실로 전화를 걸었다. “세월호에서 승객 퇴선 여부를 묻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서해해경청 상황담당관 유연식은 “퇴선 여부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선장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09:23 세월호-진도VTS 교신
진도VTS  세월호, 진도연안VTS입니다. 인명 탈출시키는 것은 선장님께서 직접 판단하셔서 빨리 지금 결정하십시오.
세월호  잘 안 들립니다. 천천히 다시 한번 반복해주십시오.
진도VTS  저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님께서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셔서 승객 탈출시킬지 빨리 결정을 해주십시오.
세월호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하면 바로 구조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진도VTS  경비정이 10분 이내 도착을 할 겁니다.
      

세월호와의 교신은 진도VTS 관제사 정영민이 도맡았다. 배가 침몰하는 긴급한 상황에서도 세월호에 승객 퇴선을 권하지 않은 이유를 정영민은 감사원 조사에서 밝혔다. 이 처음 공개하는 내용이다.

감사원  진도VTS 감사장에서 “왜 세월호 선장에게 승객들을 퇴선시키라고 지시하지 않았느냐?”는 감사원 질문에 “지금에 와서는 결과만 놓고 보기 때문에 당시에 세월호 선장에게 승객들을 퇴선시키라고 지시했어야 한다고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반대로 진도VTS에서 세월호 선장에게 승객을 퇴선시키라고 지시했는데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결국 진도VTS의 지시에 따라 퇴선한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고 가정할 때 그때 책임은 누가 지겠나?”라고 반문을 한 사실이 있나?
관제사  예, 감사원님의 질문에 대해 제가 그런 반문을 한 사실이 있다.
감사원  그렇다면 결국 나중에 책임질 것이 두려워서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선장에게 승객들을 바로 퇴선시키라고 지시를 안 했다고 봐야 하나?
관제사  (곰곰이 생각하다가) 나중에 책임질 일이 두려워서 판단을 세월호 선장에게 미룬 것이 아니고, 선장으로 하여금 퇴선 여부를 빨리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진도VTS에서 조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감사원  세월호와 약 30분 동안 교신을 하였는데 세월호 선원들에게 승객들이 어디에서 대기하고 있는지 단 한 차례도 물어보지 않았는데 그 사유가 무엇인가?
관제사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선장이라면 당연히 승객들을 갑판으로 대피시켜서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조치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세월호와 교신할 때 승객들이 어디에 있는지 따로 물어보지 않았다.  
(2014년 5월24일 정영민 감사원 문답서)

종합하면, 나중에 책임질 일이 생길까 두려워 해경이 승객 퇴선을 지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검찰은 진도VTS 관제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관제사가 “근무를 소홀히 한 정도를 넘어 자신이 담당하는 구체적인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용어  설명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 선박의 위치, 속력 등을 자동 송수신
SSB(어선공동망): 어선이 주로 사용하는 무선통신
TRS(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 해경 지휘부와 함정, 항공기가 교신하는 무선통신
VHF(초단파무선통신): 선박-육상 음성 통신 장치
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 선박 충돌, 좌초 등 위험을 감지하는 24시간 관제센터
문자상황보고시스템: 해경 메신저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발췌·정리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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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펴낸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펴낸 <세월호, 그날의 기록>




세월호 추적보도  4부  연재  순서


① 여기 10가지 진실이 있어요
선원이 승객 퇴선 명령 없이 탈출한 이유
해경이 세월호 조타실에 간 이유 드러났다
진도VTS가 승객 퇴선을 명령하지 않은 이유 드러났다
인천해경이 사고를 먼저 알았나
“객실 문이 잠겨 못 나온다”… 119 신고 전화가 사라졌다
② 왜 못 구했나, 왜 침몰했나
도대체 해경은 왜 못 구했나
세월호는 뒤집힐 준비가 돼 있었다
기울어진 세월호는 여전히 항해하고 있었다?
③ 구할 수 있었다
그날, “전원 구조” 오보의 재구성
국정원과 세월호 관계는 비밀?
“배로 올라가. 이건 명령이야. 가란 말이야!”
④ 세월호 특조위 현재와 미래
“청해진해운이 ‘가만히 있으라’ 지시했다”
“3차 청문회, 종합보고서… 비상상황이다”
*각 항목을 누르면 해당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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