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한편, 책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더해 앞으로 4주에 걸쳐 집중보도합니다. 2015년 4월부터 진행한 세월호 탐사보도의 마지막 매듭입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경비정 123정이 세월호 조타실로 접근하기 직전 해경 지휘부의 지시가 처음 공개됐다. 9시 39분 목포해경 상황실은 TRS로 “긴급 상황 긴급 상황, 잘 들리면 잘 들리면 최대한 대응해가지고 빨리 현장으로 가서 (안 들림) 시키시기 바람”이라고 지시했다. 이 교신 직후 선미 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던 123정은 방향을 바꿔 세월호 선수 조타실로 다가갔고 세월호 갑판부 선원 등 10명을 데리고 나왔다.
이 교신 내용은 해경이 작성한 녹취록에 누락돼 있었다. 작성 주체(해경 본청·서해해경청·목포해경)와 제출 기관(검찰·감사원·국회)에 따라 해경은 서로 다른 녹취록을 5개나 만들었다.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은 음성 파일을 들으며 검증해 모든 녹취록에 빠진 이 교신 내용을 찾아내 책 에서 처음 공개했다.
여객선이 침몰한다는 사고 접수 직후 해경 본청은 세월호 선장을 찾았다. 선장에게 “침몰 가능성을 물어보고” “퇴선 명령을 한다든지 구명조끼를 입게 한다든지” 지시를 하려 했다. 그러나 세월호 선장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09:11 해경 본청 상황실-목포해경해경 본청 선장하고는 교신해봤나요?
목포 해경 예, 아직 못 해봤습니다. 거기 정신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승객이 신고를 한 것입니다.
해경 본청 선장하고 직접 교신을 해봐요.
09:15 해경 본청 상황실-목포해경
해경 본청 선장하고 통화해봤어요?
목포 해경 통화 지금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해경 본청 아, 선장하고 일단 중요한 게 가장 선장하고 봐 가지고 선장이 봐 가지고 아주 위험한 상화이라 하면은… 어… 어….
목포 해경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목포해경 상황실이 9시10분 목포 운항관리실로부터 세월호 선장의 연락처를 알아내 두 번 전화 연결을 시도하지만 실패했다. 상황실이 전화한 사람은 세월호에 탄 교대 선장 이준석이 아니라 휴가 중이던 선장 신보식이었다. 그 시각, 휴가 중이던 선장 신보식은 인천해경 상황실과 통화 중이었다. 목포해경은 뒤늦게 선장 이준석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9시29분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역시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목포해경은 다른 항해사의 연락처는 알아보지 않았다. 1등 항해사 강원식은 청해진해운과 9시15분부터 통화했다.
목포해경서장 김문홍도 선장을 찾았다. 그는 9시14분 목포해경 상황실에 연락해 사고 현장에 도착한 뒤 세월호 “조타실에 가서 선장을 찾아 현장 상황을 파악해 퇴선 명령 등”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누가 봐도 그게 가장 시급한 일이었다.
검사 450명이 탑승한 여객선 침몰 현장에 구조를 위해 출동하여 도착했는데, 탈출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발견했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요.김문홍 제가 만약 지휘관이었다면 배를 접안시켜 대원들을 배로 올려보내서 선장이나 선원을 찾아서 빨리 퇴선을 시키도록 조치를 하고 대공 마이크를 이용하여 경비정 도착했으니 조속히 퇴선하라는 안내방송을 했을 것 같습니다.
(2014년 7월4일 검찰 김문홍 진술조서)
9시34분, 123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123정은 세월호와 100m 이상 거리를 둔 채 나란히 떠 있었다. 9시39분 목포해경 상황실이 TRS로 123정에 지시했다.
“긴급 상황 긴급 상황, 잘 들리면 잘 들리면 최대한 대응해가지고 빨리 현장으로 가서 (안 들림) 시키시기 바람.”123정은 세월호 선수 조타실로 다가갔고 세월호 조타실, 조타수 오용석이 선장 이준석에게 “경비정이 좌현 선미 쪽에서 접근을 한다”고 보고했다. 9시40분이었다. 모든 갑판부 선원들은 좌현 출입문 근처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 접안하는 123정을 본 선원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1등 항해사 강원식이 제일 먼저 나왔고, 조타수 박경남에 이어 선장 이준석이 팬티 바람으로 123정으로 넘어갔다. 123정 정장 김경일은 세월호 선원을 123정에 옮겨태우면서 해경 지휘부에 실시간을 보고했다.
“선수를 여객선에 접안, 접안해가지고 밖에 지금 나온 승객, 승객 한 명씩 한 명씩 지금 구조하고 있습니다.”(9시45분)
“현재 배가 잠시 후에 곧 침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단 저희들이 해상에 (안 들림) 사람이 내리고 있습니다. 먼저 들어오고 나서 계류해야 합니다.”(9시49분)
“현재 승객이 절반 이상이 지금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답니다. 빨리 122구조대가 와서 빨리 구조해야 될 것 같습니다.”(9시52분)
앞서 123정이 처음 구조한 세월호 기관장 박기호는 해경의 요청으로 “관청 사람”과 전화 통화도 했다고 주장했다. “조타실에서 123정의 타를 잡고 운전하는 분”이 소리쳤다. “지금 구조된 사람들 중에 세월호 직원이 있느냐, 책임자 있으면 이 전화 좀 받아보라.” 박기호는 세월호 기관장이라고 밝히고 휴대전화를 받았다. “휴대전화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관청 사람인 거 같았다.”
검사 전화로 상대방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요.박기호 세월호 상태가 어떤지, 승객은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서 저는 3층 통로에 있다가 구출이 되어서 내부 상황은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습니다.
(2014년 6월2일 검찰 박기호 진술조서)
조난당한 여객선에서 승객을 구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선장과 선원들을 찾아야 한다. 복잡한 내부 구조와 승객들의 상황을 잘 알 수 없는 해경이 다짜고짜 승객부터 구하겠다고 나서는 것보다는 가능한 한 선장과 선원들의 협조를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123정이 직접 조타실에 접안해 선장과 간판부 선원들을 찾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선장을 찾으라는 해경 지휘부의 ‘지시’가 줄곧 있었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이제 남은 것은 선장 및 선원들과 함께 세월호에 진입해 승객들을 탈출시키는 일이었다. 배가 계속 기울어지고 있었으므로 시간이 문제였다. 그런데 마침내 승객들을 구조하는 단계로 나갈 조건이 마련된 순간, 123정 정장 김경일은 태도를 바꿨다. 세월호로부터 500m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면서 구명보트로 구해오는 승객을 받기만 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123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세월호 조타실로 향한 이유는 드러났다. 이제 선장과 선원들을 앞세워 승객 구조를 시작해야 할 시점에 123정이 태도를 바꾼 이유를 밝히는 게 향후 진상 규명의 핵심이다. 123정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들었던 것인가. 감사원도, 검찰도 이 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 선박의 위치, 속력 등을 자동 송수신
SSB(어선공동망): 어선이 주로 사용하는 무선통신
TRS(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 해경 지휘부와 함정, 항공기가 교신하는 무선통신
VHF(초단파무선통신): 선박-육상 음성 통신 장치
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 선박 충돌, 좌초 등 위험을 감지하는 24시간 관제센터
문자상황보고시스템: 해경 메신저
발췌·정리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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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2%%]① 여기 10가지 진실이 있어요
선원이 승객 퇴선 명령 없이 탈출한 이유
해경이 세월호 조타실에 간 이유 드러났다
진도VTS가 승객 퇴선을 명령하지 않은 이유 드러났다
인천해경이 사고를 먼저 알았나
“객실 문이 잠겨 못 나온다”… 119 신고 전화가 사라졌다
② 왜 못 구했나, 왜 침몰했나
도대체 해경은 왜 못 구했나
세월호는 뒤집힐 준비가 돼 있었다
기울어진 세월호는 여전히 항해하고 있었다?
③ 구할 수 있었다
그날, “전원 구조” 오보의 재구성
국정원과 세월호 관계는 비밀?
“배로 올라가. 이건 명령이야. 가란 말이야!”
④ 세월호 특조위 현재와 미래
“청해진해운이 ‘가만히 있으라’ 지시했다”
“3차 청문회, 종합보고서… 비상상황이다”
*각 항목을 누르면 해당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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