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인천해경이 사고를 먼저 알았나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진실의 힘’… 15만장 기록과 3테라바이트 자료 추적·분석해 <세월호, 그날의 기록> 탄생
등록 2016-03-19 10:16 수정 2020-05-02 19:28
이 입수한 기록을 바탕으로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2015년 5월 세월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세월호 기록팀을 구성했습니다. 진실의 힘 조용환, 송소연, 강용주 이사와 이사랑 간사가 기획·진행을 맡았고, 박다영씨, 박수빈 변호사, 박현진씨가 자료 분석과 집필을 맡았습니다. 정은주 기자는 과 진실의 힘을 오가며 이 작업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기자상과 민주언론상을 받았습니다. 15만 장 가까운 기록과 3테라바이트(TB)가 넘는 자료를 추적·분석한 결실을 이제 세상에 공개합니다. 700쪽에 이르는 책 (진실의 힘 펴냄)입니다.
은 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한편, 책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더해 앞으로 4주에 걸쳐 집중보도합니다. 2015년 4월부터 진행한 세월호 탐사보도의 마지막 매듭입니다.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펴낸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펴낸 <세월호, 그날의 기록>

인천해경은 지금까지 오전 9시5분경 목포해경 상황실에서 사고를 통보받아 처음 알게 되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9시 이전에 인천해경 상황실이 이미 세월호 사고를 알고 있었다는 진술이 발견됐다.

인천 운항관리실 운항관리사 전정윤은 검경합동수사본부에서 오전 8시55분경 인천해경 상황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8시55분경이라면 목포해경 상황실이 최초 신고자인 단원고 최덕하 학생과 통화 중이었고, 세월호 1등 항해사 강원식이 제주VTS로 막 구조를 요청할 시점이다. 이때 이미 인천해경은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인지하고 인천 운항관리실에 확인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수사관  진술인은 동 선박(세월호)의 침몰 사고에 대하여 최초 알게 된 때가 언제인가요.
전정윤  2014. 4. 16 08:55경에 인천해경 상황실에서 세월호 위치를 물어보길래 운항관리실 안에 설치되어 있는 VMS를 통해서 세월호의 위치를 확인해보니 이 배의 선수 방향이 제주 방향이 아니고 북쪽을 향해 있고 손력이 정상이 아니어서.

전정윤은 인천해경에게 “정상적인 운항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로가 북쪽을 가리키고 있었고, 평소 운항 속력이 아니어서” 그랬다. “세월호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인천해경은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전정윤은 전화를 끊고 선장 이준석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운항관리실은 청해진해운으로 연락했다. 직원이 받아서 해무팀장 박희석을 바꿔줬다. “세월호가 정선이 되어 있습니다. 운항관리실로 한번 와서 확인해주십시오.” 박희석이 전화를 끊는 순간 해무팀 대리 홍○○가 옆에서 소리쳤다. “어, 배 기울었다는데!”

검사  진술인은 언제 본건 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알게 되었나?
홍○○  정확히 기억하는데, 통화 내역상 09:01:33에 강○○(세월호에서 안내 방송을 한 사람, 생존)이 전화가 와 밝은 목소리로 “홍 대리님”이라고 말하여 “잘 갔나”고 물었다. 강○○이 “배가 기울었어요”라고 말했고, 내가 “얼마나”라고 하자 강○○이 “20도, 30도 이 정도요”라고 말하여, 내가 “배가 선 거야”라고 되묻자 강○○이 “예, 배는 서 있고 기울어져 있고 해경 신고는 했고…”라고 말했다. 내가 언제 신고했냐 등 이것저것을 물어보는데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검사  진술인은 강○○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당시 느낌이 어땠나.
홍○○  처음에 목소리만 들어서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해경 신고를 했다는 소리를 듣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서 휴대전화에 소리를 치니까 뒤에 있던 김○○ 부장도 놀랐고, 동시에 박희석 차장도 전화를 끊으면서 “배가 서 있단다”라고 말했다.
(2014년 5월8일 검찰 홍○○ 진술조서)

은 인천해경이 9시5분에 목포해경을 통해 사고를 인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운항관리자 전정윤의 진술대로 인천해경이 8시55분에 전화를 걸었다면 가장 먼저 세월호 사고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검찰과 감사원은 인천해경이 언제, 어떻게 세월호 사고를 인지했는지 조사하지 않았다.




용어  설명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 선박의 위치, 속력 등을 자동 송수신
SSB(어선공동망): 어선이 주로 사용하는 무선통신
TRS(주파수공용무선통신시스템): 해경 지휘부와 함정, 항공기가 교신하는 무선통신
VHF(초단파무선통신): 선박-육상 음성 통신 장치
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 선박 충돌, 좌초 등 위험을 감지하는 24시간 관제센터
문자상황보고시스템: 해경 메신저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발췌·정리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진실의 힘’ 응원하기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IMAGE2%%]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