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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진해운이 ‘가만히 있으라’ 지시했다”

세월호 특조위 2차 청문회 진술, 국정원과 관계 의혹도 커졌지만… 모르쇠 증언 반박할 특조위원 치밀함 부족
등록 2016-04-07 09:53 수정 2020-05-02 19:28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최한 ‘제2차 청문회’가 3월 28~29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 에서 열렸다. 승객을 버리고 도주한 세월호 선장 이준석 등 선원들은 참사 이유를 “모른다”고 변명했고(위쪽) 방청석에 앉은 피해자들은 “왜 모르냐”고 소리쳤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최한 ‘제2차 청문회’가 3월 28~29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 에서 열렸다. 승객을 버리고 도주한 세월호 선장 이준석 등 선원들은 참사 이유를 “모른다”고 변명했고(위쪽) 방청석에 앉은 피해자들은 “왜 모르냐”고 소리쳤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주재한 ‘제2차 청문회’가 3월28~29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제1차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여당 추천 특조위원이 모두 불참했다.

특조위가 참사 당시 청와대 대응을 조사하기로 한 지난해 11월 이후 고영주·차기환 위원은 장기 결석 중이다. 황전원·석동현 위원은 제20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당연 면직 처리됐지만 여당은 후임을 추천하지 않았다. 이헌 부위원장은 사퇴했지만 여당이 당연 면직됐던 황전원 전 위원으로 ‘돌려막기’ 추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호중·이상철 특조위원도 개인 사정으로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1차와 마찬가지로 ‘반쪽 청문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1차 청문회와 달리 2차 청문회에서 특조위 자체 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한 것은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지시 때문이라는 증언이 처음 나왔다. 감사원과 검찰, 법원에서도 나오지 않은 정황이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을 3개월 앞둔 현재 선체 관리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대신 인양 실패를 염두에 두고 보험 가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와 국가정보원의 유착 관계를 의심케 하는 정황도 추가로 확보됐다. 그러나 여전히 증인들의 모르쇠와 거짓말을 반박할 특조위원의 치밀함은 부족해 보였다.

1. 선내 대기 방송은 선사 작품

2차 청문회 첫날인 3월28일 증인으로 출석한 조타수 조준기는 “1등항해사 강원식이 회사(청해진해운)와 통화한 직후 ‘해경이 오기 전까지 선내 대기하자’고 말했고 다른 선원들도 동의했다”고 진술했다. 강원식이 청해진해운 해무팀 대리 홍○○와 통화한 시간은 오전 9시15분이었다.

세월호는 사고 직후 8시55분부터 선원이 탈출한 9시45분까지 최소 12차례에 걸쳐 선내 대기 방송을 했다. 선내 방송을 한 여객부 선원 강○○도 이날 “양대홍 사무장이 ‘나는 조타실인데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다’고 무전했다”고 진술했다. 조준기와 강○○의 진술이 일치하는 셈이다. 양대홍 사무장은 참사 때 사망했다.

“항해사들 중심으로 해경이 오면 안전하게 구조하자고 조타실에서 의견을 모았다. 배는 상명하복이 강해서 선사의 지시를 받은 것 같은 1등항해사가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이 명령처럼 느껴졌다. 나뿐 아니라 다른 조타실 선원도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말을 선사의 명령으로 받아들였다.”(2016년 2월26일 조준기 특조위 진술조사)
“9시26분경 (여객부 선원) 박지영이 (사무장) 양대홍에게 무전이 왔다고 무전기를 건넸다. 그때 양대홍이 CC라고 얘기했다. CC는 사무장이 쓰는 은어로 채널을 5번으로 바꾸라는 의미다. 5번 채널로 바꿨더니 양대홍이 ‘나는 지금 조타실인데 10분 후에 해경이 올 거야. 구명조끼 입어.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어.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려’라고 말했다. 원래 사무장이 핵심만 말하는 스타일이다. 무전 교신이 끝나고 박지영에게 무전기를 채널 7번으로 바꿔 돌려줬다.”(2016년 3월16일 강○○ 특조위 진줄조사)

8시55분 제주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에 “배 넘어간다”고 구조 요청을 한 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해경만 찾았다. 구조를 지원하려고 주변에 대기하던 유조선 둘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이 “일단 탈출시키십시오, 빨리!”라고 소리쳤지만 꿈쩍하지 않았다. 해경이 언제 도착하는지만 진도VTS에 묻고 또 물었다.

9시19분 세월호-진도VTS-둘라에이스호
진도VTS  세월호, 지금 둘라에이스호가 접근 중에 있는데, 얼롱사이드(접안)가 불가능한 상태로 대기 중에 있습니다.
세월호  해경이 오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둘라에이스호  인근에 있다가 인명들이 탈출을 하면 인명 구조하겠습니다.
세월호  본선이 승객들을 탈출을 시키면 옆에서 구조를 할 수 있겠습니까?
둘라에이스호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도 착용시키시고 탈출을 시키십시오, 빨리!
진도VTS 인명 탈출시키는 것은 선장님께서 직접 판단하셔서 빨리 지금 결정하십시오. 경비정이 10분 이내 도착을 할 겁니다.

조준기가 당시 상황을 2차 청문회에서 처음 공개 증언했다. “진도VTS와 교신한 직후 (울고 있는) 3등항해사 박한결을 제외하고 항해사 3명이 한참 동안 의견을 나누었다. 승객들을 물속에 빠뜨릴 경우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많은 사람 중에 수영을 제대로 못할 수 있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보다는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선장 이준석은 제대로 말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1등항해사 강원식은 청문회에 나와 이 사실을 부인했다. “9시15분에 통화한 해무팀 대리 홍○○에게 ‘선내 대기하라’ ‘해경 기다려라’는 지시를 받은 것도 (없고), 다른 항해사와 승객 퇴선에 대해 논의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조위원들은 청문회 둘쨋날인 3월29일 증인으로 나온 홍○○에게 선원들에게 선내 대기 방송을 지시했는지 직접 추궁하지 않았다. 홍○○는 강원식과 통화할 때 “무슨 일이 있어도 상황 전파 등 방송을 해야 되지 않느냐라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진술했다.

2. 선체 인양 뒤 조사 계획 없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2차 청문회에서 검찰과 감사원이 놓치거나 외면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특조위 조사 활동이 차츰 본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2차 청문회에서 검찰과 감사원이 놓치거나 외면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특조위 조사 활동이 차츰 본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참사 원인을 밝혀줄 주요 증거물인 세월호 선체를 인양한 뒤 어떻게 관리할지 정부가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청문회 둘쨋날 권영빈 위원은 증인으로 나온 연영진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 단장 등에게 해수부 공문을 제시했다. 해수부는 3월10일 “세월호 선체 인양 후 관리에 대한 상세계획 및 업무분장은 추후 수립할 예정”이라 적고 있다. 해수부는 “인양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다. 지금 선수를 들기 위한 어려운 작업이 마무리되면 상세히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장완익 위원   계약서를 보면 해수부는 2016년 3월31일까지 세월호 지정 장소를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
김현태(세월호인양추진단 부단장)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권영빈 위원   (선체 인양을 맡은) 상하이샐비지와 2015년 8월 계약 체결해 이제 6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뭐했나.
김현태   연초부터 검토에 들어갔다.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 실패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도 인양 실패를 대비한 보험 가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과 정황이 나오자 즉답을 회피했다.

장완익 위원   인양 실패하면 문제가 큰데 해수부가 대책 세운 게 있나.
연영진(세월호인양추진단 단장)  누가 봐도 지금 추진하는 인양 방법은 상당히 안정성이 있는 방법이다.
장완익  실패할 리가 없다? 무조건 성공할 거다?
연영진   그렇게 보고 있다.
권영빈  보험에 대해 한번 보겠다. 2016년 1월 세월호 선체 인양 관련 가입 추진 자료를 만들어서 2월3일 결재가 됐던데.
연영진   알고 있다.
권영빈  이 자료를 보면 ‘실패’라는 단어를 8번이나 썼다. 또 2016년 예정 공정은 기술적으로 상당한 난이도가 있다고 표현했다. 특히 기술적 불가능이 무엇인가.
연영진   청문회 끝나고 정리해서 제출하겠다.

상하지샐비지로부터 모든 공식 문서 및 보고서는 국문본과 영문본을 동시에 제출받도록 계약을 맺었지만 상하이샐비지가 영문본만 제출하고 있다고 해수부가 밝혔다. 김현태 세월호인양추진단 부단장은 “계약서를 본 적이 없지만 그렇게 쓰여 있다고 알고 있다”거나 “12월 말 용역이 끝나야 국문본을 달라고 할 수 있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3. 국정원과 밀접한 관계

청문회 둘쨋날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이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새롭게 나왔다.

특조위는 2002년 청해진해운이 일본에서 세월호(나미노우에호)를 사들이던 당시 세월호 매입 과정에 관련한 기관 담당자를 정리한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서 ‘운항관리규정 심의’와 관련해 국정원 서○○ 실장이 포함돼 있다. 국정원은 운항관리규정을 심의하는 기관이 아니다.

또 청해진해운이 국정원 관계자를 접대한 기록과 인천항 여객터미널의 보안경비(월 475만원)를 부담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그러나 홍○○가 국정원 담당으로 지목한 기획관리팀장 김재범은 이를 부인했다. 김재범은 참사 당일 9시33분과 38분에 사고 소식을 국정원에 전했다. 국정원 직원과 2분1초간 통화도 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의 국정원 담당자가 아니라고 부인한 김재범에게 ‘그렇다면 누가 국정원과 접촉해왔는지’ 특조위원은 추궁하지 않았다.

박종운 위원   국정원 담당인가.
김재범   아니다. 서○○ 실장도 모른다.
박종운   국정원과 만나야 하는 자리에 자주 갔던 것은 맞나.
김재범   자주 같이 갔다. 연안 터미널 주변 식당에서 먹다보면 서로 얼굴을 마주친다. 국정원이 주로 밥을 사고, 그러면 나도 나중에 한 번씩 샀다.
박종운   우연히 만나서?
김재범   그렇다. 공식적으로 국정원의 요청이 올 때는 3개 선사 여객담당자와 운항관리실장을 불러서 밥을 사주고 했다.
박종운   밥을 사줬다고? 나중에 조사를 더 깊이 해보겠다.

해수부가 세월호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도를 발표하면서 위·경도(위치)가 같지만 시간, 속도, 선수 방향이 다른 경우 이를 중복 데이터로 판단해 임의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AIS 자료를 수집한 조기정 GMT 연구소장은 “움직이는 선박에서 다른 시간에 동일 좌표(위치)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AIS에 프로그램적 오류가 있지 않았나 판단된다”고 말했다. 권영빈 위원은 “정부가 발표한 AIS 항적이 어떤 의도로 편집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있다. 더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해 참사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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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펴낸 <세월호, 그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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