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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세월호는 여전히 항해하고 있었다?

세월호 항적도 둘러싼 풀리지 않는 의문, 그날 자료 완전한 공개 필요… 기운 배의 머리 방향이 갑자기 틀어지고, 정상 속도로 운행한 것처럼 보인 이유 밝혀야
등록 2016-03-24 08:18 수정 2020-05-02 19:28
이 입수한 기록을 바탕으로 재단법인 ‘진실의 힘’은 2015년 5월 세월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세월호 기록팀을 구성했습니다. 진실의 힘 조용환, 송소연, 강용주 이사와 이사랑 간사가 기획·진행을 맡았고, 박다영씨, 박수빈 변호사, 박현진씨가 자료 분석과 집필을 맡았습니다. 정은주 기자는 과 진실의 힘을 오가며 이 작업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기자상과 민주언론상을 받았습니다. 15만 장 가까운 기록과 3테라바이트(TB)가 넘는 자료를 추적·분석한 결실을 이제 세상에 공개합니다. 700쪽에 이르는 책 (진실의 힘 펴냄)입니다.
은 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한편, 책에 모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더해 4주에 걸쳐 집중보도합니다. 2015년 4월부터 진행한 세월호 탐사보도의 마지막 매듭입니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도를 둘러싼 의혹은 끊이질 않는다. 에서 방영하는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정기 출연하는 김지영 다큐멘터리 감독이 주로 제기해왔다.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AIS의 항적 조작설, 세월호의 지그재그 항해, 앵커(닻) 미스터리(세월호 사진과 영상에서 앵커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현상), 선원이 탈출할 때 갖고 나온 의문의 물체 등에 관한 여러 의혹이다.

특히 김 감독은 지난 1월15일에는 ‘해수부 AIS 기록’ ‘해군 레이더 기록’, 사고 당시 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했던 ‘둘라에이스호의 레이더 기록’을 통합한 ‘새 항적’을 내놓았다. 세월호가 사고 현장 부근 섬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했다는 가설이다. 이 새 항적을 해저 지형도에 겹쳐보면, 세월호가 급격히 방향을 트는 이상한 항적 지점마다 바다 밑에 산 혹은 산맥이 솟아 수심이 낮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닻이 걸렸을 때 세월호의 이상한 움직임이 설명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

AIS를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계속되는 이유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세월호 사건 발생 다음날인 2014년 4월17일 세월호 AIS 항적도를 공개했다. 이 항적도는 해양안전종합정보시스템(GICOMS)에서 추출한 것인데 4월16일 8시48분37초부터 8시52분13초까지(3분36초)의 자료가 누락됐다. 누락 원인은 AIS 중앙서버(대전 GICOMS)에 문제가 발생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4월21일 해수부는 목포VTS의 AIS 원본 데이터를 입수해 2차 항적도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항적도 역시 8시48분37초부터 8시49분13초까지(36초) 구간이 누락됐다. 4월25일 YTN은 진도VTS 관제 영상을 근거로 “세월호 AIS는 한 번도 끊긴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뒤늦게 해수부는 진도VTS의 원본 데이터를 반영한 최종 항적도를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8시48분44초부터 8시49분13초(29초)까지 구간의 AIS 자료는 빠져 있었다.

합동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이 내놓은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 분석 결과 보고서’는 AIS 자체의 시스템 오류로 신호가 일부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해양안전심판원 특별조사부의 ‘여객선 세월호 전복 사고 특별조사 보고서’는 이 시간대에 사고 해역을 운항한 선박 4척의 AIS 항적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두우패밀리호는 정상이었으나 삼양호와 202동경호 두 척은 30초 이상 AIS 위치 자료가 수신되지 않았고, 나머지 한 척인 둘라에이스호에서도 20초 이상 수신되지 않는 구간이 있었다. 해양심판원 보고서는 다른 선박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 것을 보면, VHF 전파 방해나 AIS의 기계적 특성 등에 의해 가끔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결론 냈다.

은 해양심판원이 레이더 항적 데이터(AIS 신호처럼 배의 선수 방향을 알 수는 없지만 대신 배의 이동 방향과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를 이용해 누락된 29초 구간의 항적(위치)을 복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8시49분7초까지의 구간에서는 배의 이동 방향이 눈에 띄게 바뀌지 않았으나, 8시49분9초~8시49분13초 구간에서 11도 정도 오른쪽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양심판원 보고서는 AIS 항적도의 29초 누락 부분을 복원한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29초 누락 부분을 복원했더라도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다.

첫째, 선수 방향에 대한 의문이다. 공개된 AIS 자료를 보면, 세월호는 사고 뒤 9시4분13초까지 선수 방향이 244도 내외를 유지하며 남서쪽을 향하다가 점차 남쪽으로 돌아가 9시14분에는 187도가 된다. 다시 말해 병풍도를 등진 채 거의 남쪽을 바라본다는 얘기다. 그 뒤 조류에 밀려 후진해 북쪽으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심판원, 29초 누락 부분 복원 비공개

운항관리자 전정윤은 오전 8시55분 인천해경 상황실의 전화를 받고 VMS를 확인해보니 세월호의 선수 방향이 북쪽을 향하고 속력도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세월호의 선수 방향은 남서쪽(247도)이었다. 세월호의 선수 방향이 북쪽을 가리킨 일은 4월15일 밤 9시 출항부터 침몰 직전인 4월16일 오전 10시13분까지 한 번도 없었다. 전정윤의 진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의문은, 해경이 본 세월호 AIS는 18노트로 이동 중이었다는 사실이다. 해경 본청뿐 아니라 목포해경 VMS에도 9시5분까지 세월호가 여전히 운항하는 것처럼 나왔다.

9시3분 해경 본청-목포해경 해경 본청(상황실장 황영태)   세월호 지금 현재 18노트 이동 중인데요?
목포해경   아 예, 그런데 계속 거기서 전화가 오니까요.
9시3분 해경 본청-목포해경 해경 본청(상황부실장 한상윤)  거, 실제 침몰인가요? 지금 보니까 18노트로 나와 있어서.
목포해경   그러니까요. 저희 여기 AIS에는 그렇게 찍히네요. 지금 현재 뭐 기울었다고 하네요.

목포해경은 오전 9시4분 세월호 여객부 선원 강○○의 122 신고를 접수할 때도 세월호의 AIS 신호를 보며 “우리가 파악할 때는 속력이 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세월호는 1.7노트의 속도로 조류에 밀려 서서히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해경의 부정확한 AIS가 사고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게 한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해경 지휘부는 ① 침수인지 침몰인지 정확하지 않고 ② 선박의 경우 내부 기관에 의해 문제가 생기더라도 배수펌프가 작동해서 금방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고 ③ 큰 배가 한두 시간 만에 침몰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휩싸여 있었다. 해경 AIS에 세월호가 정상 속도로 이동 중이라고 나타난 것도 이런 낙관론을 부추겼을 것으로 보인다. 해경 AIS에 세월호가 이동 중이라고 나타난 원인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해경 AIS를 공개해야 하는 이유

따라서 해경 상황실을 비롯한 구조 세력이 파악한 세월호 AIS 자료의 전면 공개가 필요하다. 사고 지점 부근의 제한된 시간대만이 아니라 4월15일 밤 9시 출항부터 사고 뒤 최후 시점까지의 세월호 AIS 자료와 평소 세월호의 AIS 자료를 모두 검토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AIS 관련 의혹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월호의 사고 원인, 해경의 대처가 실패한 이유 등을 밝힐 단서까지 발견할 수 있다.




2014년  4월26일  해양수산부가  최종  발표한  항적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최종 항적도에는 각 지점마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자료가 적혀 있다. ‘연도-월-날짜 시간:분:초 : 속력 : 선수 방향 : 위도 / 경도’ 순이다. 예를 들면 ‘2014-04-16 08:49:36 : 16 :178 :N34° 9′ 38″ / E125° 57′ 56″’이라고 적힌 것은 세월호가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49분36초에 시속 16노트로 남쪽으로 운항 중이었으며 그 지점의 위도는 북위 34도 9분 38초, 동경 125도 57분 56초라는 뜻이다.
세월호는 8시49분부터 회전 속도가 빨라져 1초에 최대 2도를 도는 속력이 나오다가 8시49분44초, 45초, 47초 지점에서 선수 방향이 199도, 213도, 191도로 바뀌었다. 1초에 15도, 14도, 그리고 반대로 11도를 도는 이상 항적을 보인 것이다. 자문단 보고서는 이 구간이 세월호가 원심력에 의해 크게 기울어져 화물이 쏟아진 시점이라고 봤다.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발췌·정리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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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펴낸 <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이 펴낸 <세월호, 그날의 기록>




세월호 추적보도  4부  연재  순서


① 여기 10가지 진실이 있어요
선원이 승객 퇴선 명령 없이 탈출한 이유
해경이 세월호 조타실에 간 이유 드러났다
진도VTS가 승객 퇴선을 명령하지 않은 이유 드러났다
인천해경이 사고를 먼저 알았나
“객실 문이 잠겨 못 나온다”… 119 신고 전화가 사라졌다
② 왜 못 구했나, 왜 침몰했나
도대체 해경은 왜 못 구했나
세월호는 뒤집힐 준비가 돼 있었다
기울어진 세월호는 여전히 항해하고 있었다?
③ 구할 수 있었다
그날, “전원 구조” 오보의 재구성
국정원과 세월호 관계는 비밀?
“배로 올라가. 이건 명령이야. 가란 말이야!”
④ 세월호 특조위 현재와 미래
“청해진해운이 ‘가만히 있으라’ 지시했다”
“3차 청문회, 종합보고서… 비상상황이다”
*각 항목을 누르면 해당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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