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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친 충복 다시 불거진 탄핵론

‘트럼프 해결사’ 코언 감형 위해 유죄 인정해 트럼프 궁지로 몰아…

민주당 “조속히 청문회 소집해달라”
등록 2018-09-01 11:57 수정 2020-05-03 04:29
‘이번엔 뭘로 덮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12년 동안 활동했던 마이클 코언이 감형을 전제로 선거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곤경에 처하게 됐다. 연합뉴스

‘이번엔 뭘로 덮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12년 동안 활동했던 마이클 코언이 감형을 전제로 선거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곤경에 처하게 됐다. 연합뉴스

뉴스는 뉴스로 덮는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다른 일을 키워 세상의 관심을 돌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좋아하는 방식이다. 항상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다.

지난 8월15일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비밀 취급 인가’를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담긴 오마로자 매니골트 뉴먼 전 백악관 대외협력국장의 회고록과 관련한 논란이 한창 커지던 무렵이다.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당신의 행동으로 우리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했고, 국제 무대에서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최악인 것은 당신이 우리나라를 분열시킨다는 점입니다.” 윌리엄 맥레이븐 전 미군 특수전사령관은 8월16일 일간지 에 기고한 짤막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그는 2011년 해군 특수부대가 파키스탄에서 벌인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미국에선 전통적으로 고위 정보당국자가 사임하거나 명예롭게 퇴직하면, 5년 단위 심사를 거쳐 비밀 취급 인가를 지속적으로 갱신해준다. 이유는 뭘까? 는 8월16일치에서 “현직 당국자들과 정보 내용을 공유하고 설명과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정부 정책과 관련한 각종 위원회에 참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적 제거 수단 된 ‘비밀 취급 인가’

백악관 쪽은 비밀 취급 인가 취소 이유로 브레넌 전 국장의 “불안정한 행동”과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거론했다. 브레넌 전 국장이 여러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비판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맥레이븐 전 사령관은 기고문에서 “매카시 시절의 수법을 동원해 비판 여론을 억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엄청난 착각”이라며 “대통령께서 내 비밀 취급 인가도 취소한다면 영광으로 여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레넌 전 국장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와 러시아의 연계 의혹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과도 협력하고 있다. 백악관 쪽은 브레넌 전 국장에 이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권한대행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 △앤드루 매케이브 전 연방수사국 부국장 등의 비밀 취급 인가도 취소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모두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뮬러 특검팀 수사에 관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직 중앙정보국장과 국가정보국장 출신 인사 13명이 이례적으로 공동 서한을 내어 “비밀 취급 인가를 내주거나 인가를 취소하는 결정이 정치적 수단으로 쓰인 전례가 없다”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다. 호감과 비호감은 때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좋은 사람도 언제든 싫어질 수 있고, 싫은 사람도 갑자기 좋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불호가 때에 따라 달라지면, 상대방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의 주변에 어제의 친구이자 오늘의 치명적인 ‘적’이 생기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 …나는 언제까지나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한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운영하는 부동산 복합기업 법률팀에 입사한 그는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충성심’을 능력보다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코언은 등 트럼프 대통령이 쓴 책을 모조리 읽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은 건물도 분양받았다. 입사 전부터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팬’이었다는 얘기다.

크고 작은 법적 분쟁을 매끄럽게 처리하면서 신임을 얻은 그는 곧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됐다. 어느덧 회사 안팎에서 그를 트럼프 대통령의 ‘불도그’로 부르기 시작했다. 코언 스스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사’를 자처했다. 그는 트럼프의 대통령선거 출마설이 처음 거론되던 2011년 《A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트럼프 회장님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 회장님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만약 누군가 잘못을 저지르면, 제가 쫓아가서 멱살을 잡고 문제가 풀릴 때까지 붙잡아두죠.”

트럼프 변호사로 지난 대선 깊숙이 개입
‘왼팔도 가고, 오른팔도 가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가운데)이 8월21일 뉴욕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왼팔도 가고, 오른팔도 가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가운데)이 8월21일 뉴욕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서, 코언은 2016년 대선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특히 언론의 공세적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일을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그는 2017년 4월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재정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정치적 날개를 단 셈이다.

모든 게 좋을 순 없었다. 대선 기간 코언이 한 ‘역할’이 문제였다. 2017년 1월 공개된 ‘트럼프 대통령-러시아 연계 의혹 관련 문건’을 보면, 코언은 2016년 8월 말~9월 초 체코 프라하에서 러시아 쪽 관계자들과 만나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해킹 관련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코언은 당연히 이를 부인했다. 그는 “2016년 8월 말에는 로스앤젤레스에 있었고, 9월에는 한 달 내내 뉴욕에만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뮬러 특검팀은 이미 코언이 체코를 다녀온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지 는 지난 4월13일 “코언이 2016년 늦여름 독일 국경을 통해 비밀리에 체코를 다녀왔다는 복수의 증언을 특검팀이 확보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간에는 차량이나 열차를 이용해 국경을 넘을 경우 출입국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서서히 목줄을 죄어오던 뮬러 특검팀은 4월12일 코언의 집과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미 정치 전문매체 은 “코언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통화를 할 때 녹음하는 버릇이 있다”고 전했다. 압수수색으로 특검팀이 확보한 음성 파일만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쪽은 “변호사와 고객이 나눈 대화는 비밀이 보장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언의 관계가 서먹해지기 시작했다.

5월 들어 ‘코언은 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가 아니다’란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잘라냈다는 게다. 코언은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었다. 5월23일 영국의 《BBC》 방송은 코언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을 주선해준 대가로 40만~60만달러(약 4억5천만~6억7천만원)를 받아 챙겼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코언도 이를 부인했다. ‘결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트럼프 지시로 범법” 폭탄 발언

지난 6월 코언은 공화당전국위 재정위 부위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사임 서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7월엔 성인 잡지 표지 모델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성추문이 있었던 캐런 맥두걸의 입막음용으로 돈을 건네자는 대화 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이 일간지 를 통해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언의 대화였다. ‘각자도생’이 시작된 게다.

코언은 8월21일 뉴욕 연방법원에 자진 출두해 탈세와 선거자금법 위반 등 8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선거자금법 위반과 관련해선 “공직에 출마한 후보자의 지시에 따라 한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수행한 일이 법에 저촉됐다는 얘기다. 코언이 유죄면, 이를 지시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유죄일 수밖에 없다. 어떤 내용일까?

2016년 대선 막바지에 트럼프 대통령과 성인영화 배우 스테파니 클리퍼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추문이 터졌다. 코언은 곧 클리퍼드의 변호사를 만나 ‘침묵의 대가’로 13만달러를 주기로 합의했다. 이 사실이 1월 미국 경제지 을 통해 공개되자, 코언은 클리퍼드 쪽에 건넨 돈은 선거자금이 아니라 자신이 개인적으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은 3월5일 후속 보도에서 “코언이 선거운동 막판에 워낙 바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해 클리퍼드 쪽에 돈을 주기로 한 날짜를 두 차례나 어겼으며, 당선 이후엔 왜 자신이 준 돈을 되갚아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물론 당시 코언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코언은 2016년 10월 워싱턴에 인접한 델라웨어주에 ‘에센셜 컨설턴츠’란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를 통해 클리퍼드 쪽에 입막음용 돈이 전달됐다. 이후에도 코언은 이 업체를 적극 활용했다. 수상한 덩치 큰 자금이 업체 계좌로 밀려들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미국의 거대 통신업체 AT&T는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모두 20만달러를 에센셜 컨설턴츠 계좌로 입금했다. 업체 쪽은 “새 정부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컨설팅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코언은 이 업체에 “새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알려주겠다”고 접근해, 1년간 한 달에 5만달러씩 따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코언은 타고난 거짓말쟁이”
같은 날 워싱턴 연방법원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 출신인 폴 매너포트도 탈세 등 8개 혐의에 유죄평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같은 날 워싱턴 연방법원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 출신인 폴 매너포트도 탈세 등 8개 혐의에 유죄평결을 받았다. 연합뉴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도 에센셜 컨설턴츠의 고객이었다. 이 업체 쪽도 “새 정부의 의료·보건 정책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120만달러를 냈다”고 주장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입금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쪽이 15만달러를 낸 명목이 ‘비용 회계 기준에 대한 조언’으로 돼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에센셜 컨설턴츠로 들어온 자금이 언제,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전해졌는지는 추가로 밝혀져야 한다.

“코언은 뮬러 특검팀이 흥미를 가질 만한 특정 주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는 특검팀이 원한다면, 아는 모든 내용을 흔쾌히 전달할 것이다.”

코언이 유죄를 인정하던 날, 그의 변호사인 래니 데이비스는 여러 언론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데이비스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이던 1996~98년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일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과 관련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던 의회가 탄핵소추와 재판을 한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코언의 변호인 선택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데이비스가 코언의 법률 비용 마련을 위해 개설한 ‘마이클 코언 진실 펀드’(michaelcohentruthfund.com)는 하루 만에 15만달러가량을 모금했다.

코언이 유죄를 인정한 8월21일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을 한 폴 매너포트가 탈세 등의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8월21일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대통령은 잘못한 게 없다. 대통령에게 어떤 혐의도 제기되지 않았다”는 두 문장만 반복했다.

“폴 매너포트와 그의 훌륭한 가족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겠지만, 마이클 코언과 달리 매너포트는 굽히기를 거부했다. 말을 지어내 형량을 줄이는 쪽을 택하지 않았다. 그의 용기에 경의를 보낸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22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전날 극도로 말을 아낀 것과 달리 그는 이날 코언을 비난하고 매너포트를 옹호하는 트윗을 여러 건 올렸다.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 쪽의 방어 논리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첫째, 코언은 형편없는 변호사이자 타고난 거짓말쟁이다. 둘째,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 셋째, 이는 탄핵할 정도의 중대 사안이 아니다.

민주당 “코언 증언 직접 들어야”

코언이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한 혐의는 성추문에 연루된 여성 2명에게 입막음용 돈을 “공직 출마 후보자의 지시에 따라” 전달했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불법행위를 공모했다고 볼 만하다. 코언의 유죄 인정 이후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란 책을 쓴 조슈아 매츠는 8월22일 인터뷰에서 “미국 제헌의회가 가장 크게 우려한 것은 불의한 방법으로 대통령에 선출되는 것”이라며 “헌법에 탄핵 조항을 명문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코언의 선고 재판은 중간선거 다음달인 12월에 열린다. 최대 65년형에 처해질 수 있었지만, 감형받는 조건으로 유죄를 인정해 3~5년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매너포트는 7가지 추가 혐의에 대해 9월에 또 다른 재판을 받게 된다. 이번 재판의 혐의에는 사법방해죄와 자금세탁 등의 혐의가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 쪽에 좀더 가까이 다가선 내용이다. 미 의회는 8월 한 달 휴회한다. 엘리자 커밍스(민주당) 하원 정부 감독·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은 트레이 가우디(공화당)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렇게 요구했다. “공개된 사안의 위중함에 비춰, 코언의 증언을 직접 들을 수 있도록 가능하면 이른 시일 안에 청문회를 소집해달라. 만약 백악관 주민이 민주당 소속이었다면, 위원장이 지체 없이 청문회를 소집했으리란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같은 기준을 이번에도 적용해주기 바란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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