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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시진핑의 애매한 악수

첫 미-중 정상회담, “북핵 문제 중국 역할론” “신형 대국관계 구축” 맞서
등록 2017-04-11 20:47 수정 2020-05-03 04: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플로리다 팜비치 휴양지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플로리다 팜비치 휴양지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이미 오랜 토론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So far I got nothing, absolutely nothing). (웃음) 그러나 우리는 우정을 구축하고 있고, 이후로도 발전해갈 것이다.”

4월6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에 위치한 별장 마라라고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뼈 있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자칫 어색해질 수도 있었을 분위기를 풀어보려 애썼다. 옆에 앉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쪽에 앉은 시 주석에게 악수를 청하는 손을 내밀었다. 정신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속에 두 정상이 웃으며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북핵과 사드 타결 진전 있을까</font></font>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농담으로 속내를 드러냈듯,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에 이뤄진 첫 미-중 정상회담은 ‘앙꼬 빠진 찐빵’ 같은 모습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회담의 정확한 논의 내용과 그것이 향후 국제 정세에 몰고 올 파장은 더 많은 사실 확인과 분석이 필요하지만, 북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 배치’ 논란 등으로 꽉 막힌 한반도 주변 정세에 돌파구를 제시하는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하는 데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관심사는 점점 악화돼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어떤 ‘묘안’을 제시할까였다.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한·중·일 3개국을 순방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3월16일 일본에서 “지난 20년간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튿날인 3월17일 한국에선 “미국은 1995년 이후 13억달러를 북한에 제공했다. 북한은 그에 대한 답으로 핵무기를 개발했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미국과 우리 동맹국을 위협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방치해온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틸러슨 국무장관의 호언장담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접근법을 사용할지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혼미’가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2일 영국 와 한 인터뷰였다.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은 ‘중국 역할론’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우릴 도울지 그렇지 않을지 결정할 것이다. 만약 그들이 우리를 돕는다면 중국에 매우 이익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보다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중국 역할론이었다. ‘중국 역할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8년 동안 채택해온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물론 다소의 차이는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풀지 않겠다면 우리가 하겠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중국의 도움 없이도 “전적으로(totally)”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역시 ‘어떻게’라는 각론에선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4월5일 또다시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진행하자 “미국은 북한에 이미 충분히 말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쳤다.

중국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시 주석이 미국에 꾸준히 요구해온 ‘신형 대국관계’를 받아들이도록 다시 한번 설득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런 중국의 속내는 3월31일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린 정쩌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정 부부장은 이날 “(이번 회담은) 미국에서 새 정권이 탄생한 뒤 이뤄지는 첫 중-미 정상회담이다. 양국 정상은 중-미 관계와 양국이 공통적 관심을 가진 중요한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이해를 깊게 해 양국 협력을 한층 더 추진하고 이후 일정 기간 이뤄지는 발전의 방향성을 명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정 부부장이 언급한 ‘양국이 공통적 관심을 가진 중요한 국제 문제’는 북핵 문제일 것으로 추정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한반도 긴장과 기대 교차</font></font>

중국의 진정한 속내는 다음 문장에서 확인된다. 정 부부장은 “딱 보름 전에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미국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대항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함께 윈윈의 정신으로 대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명확한 의사 표현을 했다. 중-미 관계와 관련해 중국은 예로부터 “중-미의 공통된 이익은 서로 다른 점보다 훨씬 크고 협력만이 유일한 정확한 최선책’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고 말했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11월 취임한 시진핑 주석과 우호적 미-중 관계 형성을 시도한다. 이런 미국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2013년 6월7일 캘리포니아주 휴양지 서니랜드에서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동안 8시간이나 시 주석과 무릎을 맞대고 두 대국의 새로운 관계 구축을 시도했다. 당시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은 ‘신형 대국관계’ 구축이었다. 신형 대국관계는 미-중 양국이 서로 ‘핵심적 이익’을 존중하면서 대립하는 대신 ‘원윈’ 관계를 모색해가자는 개념이다.

처음 시 주석의 제안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만남 뒤 넉 달이 지난 2013년 10월, 중국 국방부는 중-일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의 광범위한 지역으로 방공식별구역(ADZ)을 확대한다는 일방적인 조처를 내놓았다. 이후 미국은 한쪽으로 신형 대국관계를 요구하며 다른 쪽으론 남중국해의 무인도를 매립하고 군사기지화를 추진하는 중국에 냉담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해 가는 대신 미-일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적 선택을 내리게 된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특히 중국은 틸러슨 국무장관의 앞선 발언을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이 거절한 신형 대국관계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중국의 기대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신형 대국관계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는 사드 논란은 단숨에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시 주석의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끌어냈을까. 반대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신형 대국관계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받아냈을까. 북핵과 사드 문제로 외교적 곤경에 놓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직접적 영향을 몰고 올 질문들이다.

길윤형 편집장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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