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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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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시즌2 개막 경제 살릴까 헌법 죽일까

일본 7·10 참의원 선거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등록 2016-07-19 18:39 수정 2020-05-03 04:28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왼쪽),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이 7월10일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왼쪽),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이 7월10일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은 역시 선거에 강했다.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한 제2차 아베 내각은 이후 2013년 7월 참의원,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각각 승리했다. 지난 7월10일 참의원 선거에서도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70석을 확보해 승리를 거뒀다. 아베 내각이 2012년 정권 교체에 성공한 뒤, 무려 4번의 국정선거에서 연속적인 승리를 거두며 일본 극우보수 세력의 정권 기반을 견고히 다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참의원(242석)의 절반인 121석을 새로 뽑았다. 자민(56석)·공명(14석)·오사카유신회(7석) 등 개헌파 4개 정당이 77석을 얻었다. 지난 선거에서 확보한 84석(자민·공명·오사카유신회·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을 포함해 161석을 확보했다. 여기에 개헌을 지지하는 무소속 의원 4명을 더하면 개헌파의 참의원 의석수는 165석으로 개헌안 발의 정족수(162석·전체 의석 3분의 2)를 넘기게 됐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2014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도 압승해 이미 3분의 2 이상(317석)인 325석을 확보하고 있다.

개헌 저지선 무너진 7·10 선거

지난해 9월 안보법제 성립 뒤, 아베 내각의 독주를 막고 헌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서 야 4당(민진당·일본공산당·일본사회민주당·야마모토타로와 동료들 당)은 공투를 선언했다. 이들은 32개 1인선거구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뤄내는 등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그러나 결국 야당은 40석(민진당 32석·공산당 6석·사민당1석·생활당 1석)에 그침으로써 개헌 저지선을 지켜내지 못했다. 대를 이어 평화헌법 개정을 궁극적 목표로 설정한 아베 총리가 ‘개헌 발의’라는 칼자루를 쥔 것이다.

아베 총리는 7월10일 저녁 개표 진행 중 <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선 현행 헌법의 특정 조항에 대한 개헌을 놓고 ‘그렇다, 아니다’를 말하는 건 너무 이르며 의미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한편으론 “당대표 임기가 아직 2년 남았다. 개헌은 자민당의 목표인 만큼 조용히 추진하고 싶다”며 개헌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아베 내각의 실질적인 지지 기반이자 정책 브레인 역할을 하는 일본회의(극우정치조직)의 회장 다쿠보 다다에는 7월14일 “천재일우의 기회가 도래했다. 전국적인 개헌 캠페인을 대중적으로 전개해나갈 것이다”며 개헌운동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선거 승리 ‘과잉 보도’에 가려진 유권자 속내는
아시아·태평양 전쟁에서 2천만 명의 희생 끝에 만들어진 일본 평화헌법은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동아시아의 평화 유지에 일정한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1947년 5월3일 공포 이후 처음으로 일본 평화헌법은 실질적 위기에 직면했다. ‘평화헌법 개정과 군국주의 일본의 부활’이 이번 참의원 선거 결과 현실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로서 2018년 9월에 임기가 끝난다. 현행 자민당 당규로는 재선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베 내각이 남은 임기 안에 헌법 개정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인가?
아베 내각은 이전 선거에서도 안보법제 추진을 공약으로 거론하지 않았음에도 선거 승리 이후 불도저처럼 안보법제 실현을 주도해왔다. 헌법 개정도 ‘막가파 스타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일본의 참의원 선거 결과를 좀더 냉철하게 분석하면 아베 내각이 참의원 선거 결과만으로 헌법 개정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일부 미디어가 ‘이번 참의원 선거를 자민당의 대승리’라고 과잉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첫째, 이번 참의원 선거는 헌법 개정보다 대내외적 경제위기 속에 아베노믹스를 확대 추진하기 위한 국민의 신임을 묻는 성격이 강했다. 참의원 선거 뒤 이 실시한 전국여론조사(7월13일)를 보면, 헌법 개정에 찬성한 사람들(35%) 중에서도 아베 내각이 중점적으로 실시해야 할 정책으로 사회보장제도(32%), 경기 회복 및 고용정책(28%), 외교 및 안전 보장(13%), 교육(12%)에 이어 헌법 개정(4%)은 5순위였다.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내각 및 자민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은 헌법 개정에 대한 불안보다, 선거 직전에 발생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엔고 현상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훨씬 동요했다. 또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테러로 일본인 7명이 이슬람국가(IS) 추종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 중국 대두, 북핵 위협도 대중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유권자는 ‘매력도, 구체적 대안도 없는 야당’(의 여론조사 71%) 대신 강력한 연립여당을 다시 한번 밀어주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아베 총리는 숙원사업인 헌법 개정을 위해서도, 헌법 개정보다 경기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둘째,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을 저지하려는 4개 야당의 공투가 어느 정도 억지력을 발휘했다.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단독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결국 자민당 혼자 법안을 처리할 수 없기에 항상 공명당이나 다른 정치세력의 협조가 필요하다. 공명당은 이번 선거에서 역대 최다인 14명(지역구 7명, 비례대표 7명)을 당선시키며 대승리를 이루었다. 기존 11석을 더해 25석을 가진 공명당은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 자민당에 대한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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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연합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특히 미군기지 부담 문제로 본토와 대립하는 오키나와에선 아베 내각의 현직 각료인 시마지리 아이코(51) 오키나와·북방 문제 담당상이 야권 단일후보인 이하 요이치(64) 전 기노완 시장에게 패배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이로써 오키나와에선 국회의원 6석(중의원 4석, 참의원 2석) 중에서 집권 자민당이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하는 ‘올(All) 오키나와’를 실현했다. 전통적 여당 지역에서 아베 내각과 중앙정치에 대한 대반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이번 참의원 선거는 도쿄도지사 선거 결과에 의해 그 성격이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참의원 선거 도쿄 선거구에선 국회의원 6명이 선출됐는데, 결과적으로 여당 3명(자민당 2명·공명당1명), 야당 3명(민진당 2명·일본공산당 1명)이었다. 양쪽의 득표율까지 37%로 동등했다. 결국 도쿄 유권자들은 아베 내각과 자민당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보기 어렵다.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가 부패 문제로 사임한 뒤 세 번째 보궐선거를 하는 7월31일의 도쿄도지사 선거는, 참의원 선거의 연장선상에서 도쿄도의 민심을 확인하는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7월14일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된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4개 야당은 유명 언론인 도리코에 타로를 연합 단일후보로 지지하기로 했다. 도리코에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을 저지하려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네 번째로 이번 참의원 선거의 투표 성향이 아베 내각과 자민당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에선 18살 투표권이 처음 인정됐는데, 이들 가운데 51%가 투표에 참여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자민당에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전체 투표율은 54%로 역대 4번째로 낮았다. 특히 19살 투표율은 39.66%에 불과했다. 30~50대 유권자도 평균 이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일본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투표율이 감소하는 것은 일본 시민사회에서 정치 참여 의식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베 내각이 등장한 뒤 실시된 4번의 선거 투표율이 대부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아베 내각의 일방적인 정치행위에 일본 국민들의 정치 불신감이 늘어나고 있음을 반영한다. 고등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한 첫 선거에서 이들이 보수적 정치의식을 보여줬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이들이 자민당에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였지만, 한편으로 이들에게 헌법 개정 의식 조사를 해보면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과반수다.
헌법 개정 완성을 향한 몇 가지 시나리오
아베 내각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했고, 야당의 개헌 세력을 포함해 개헌 발의안 3분의 2 이상 의원을 확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아베 내각이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헌법은 개정 항목 하나하나에 각 당들의 의견이 다양하다. 자민당이 제출한 초안은 당내에서조차 반발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개헌 발의안이 제출되더라도 국민 속에 개헌 반대 의견이 더 많은 상황에서 국민투표로 가결되기도 쉽지 않다.
이 지난 5월 발표한 일본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 반대가 55%, 찬성이 37%였다. ‘개헌 논의가 아직 미흡하다’는 의견이 62%였다. 자위대를 군대로 승격시키려는 헌법 제9조 개정에는 찬성 27%, 반대 68%였다. 아울러 국가 긴급시에 자위대를 투입하기 쉽게 만드는 긴급사태조항을 헌법에 신설하자는 자민당 안에 대해서도 찬성 33%, 반대 52%로 나타났다.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아베 내각은 섣불리 헌법 개정을 추진하기보다 2018년 여름까지 불황을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 부양과 함께 국민의 지지가 굳어지면 경제정책 성과와 헌법 개정을 쟁점으로 해산총선거(현재 중의원은 2018년 12월까지)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할 경우, 2019년 여름에 참의원 선거를 실시한다. 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당규를 변경해 2021년 9월까지 자민당 총재의 임기를 늘리려고 할 것이다. 만약 이후 실시된 2019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세력이 두 번째 3분의 2를 획득한다면 남은 2년 기간 내에 헌법 개정을 완성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이다.
평화헌법 개정 궤도에 올라선 폭주기관차
이번 참의원 선거는 아베 내각이라는 폭주기관차가 ‘헌법 개정’이라는 본궤도에 올라선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폭주기관차를 멈추든 달리든 선택하는 것은 일본 시민들이라는 사실도 변함없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학 교수·국제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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