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마지막 달,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는 무리가 있다.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이하 재특회)이다. 재특회는 2007년 창립된 이래 꾸준히 재일 한국·조선인이 갖는 ‘특권’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다. 일본 안팎에서 극우 쇼비니즘 조직으로 간주되는 단체이기도 하다.
약 한 달 전, 야스쿠니신사 폭발음 사건의 용의자로 한국인이 체포되자, 요코하마 한국 총영사관에 재특회 이름으로 인분 상자가 날아들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도쿄 한인타운에서 벌어진 혐한 시위의 중심세력도 이들 재특회였다.
재특회 수장은 야기 야스히로(八木康洋)다. 초대부터 4대까지 8년간 회장직에 있었던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에 이어, 2014년 12월1일 5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야기는 1974년생으로 알려져 있으며, 도쿄공업대학을 졸업해 도쿄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유명 화학업체에 근무하며 특허 발명자로 등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계층의 사람이 우울증과 피해의식을 분출하지 못해 ‘넷우익’이나 우파 활동가가 된다”는 가설의 반박 케이스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는 재특회 회장이 되기 전 본부 운영, 이바라키 지부장, 부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교토 조선학교 헤이트 스피치 사건’ 때 ‘활약’한 것이 요인이었다. 2009년 12월, 수업 중인 교토 조선제일초급학교에 재특회 등이 찾아가 난동을 벌였다. 교토 조선학교가 부당하게 공원을 사용한다며 항의하고 “조선인을 보건소에 처분하라” “북조선 스파이 자식” 등의 증오 연설을 퍼부은 것이다. 야기는 이때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다음해 1월과 3월에 같은 취지의 시위에 참가해 연설했다. 이 연설 때문에 손해배상 명령을 받았지만, ‘넷우익’의 전폭적인 지지도 받게 된다. 이후 전 회장이 체포됐을 때 회장 대행을 맡으며 강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회원과 지지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재특회의 활동은 같은 우익들마저 ‘팀킬’을 한다고 거리를 두게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2015년 12월 말에는 재특회의 전 회장이 일본 법무성으로부터 더 이상 혐오시위를 하지 말라는 권고도 받았다. 한국에서는 특유의 ‘찌질한’ 언동이 놀림감이 되곤 했다.
그러나 야기가 회장을 맡은 이후, 이들은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게다가 정세도 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 사건, 야스쿠니신사 사건 등이 연달아 퍼지면서 일본 내 혐한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들의 활동을 웃어넘길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재특회의 위험성을 직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길주희 객원기자·인권연대 간사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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