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발칵’ 뒤집혔다. 무려 456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살아 돌아온 사람은 고작 14명뿐. 그날 강 밑에서는 거대한 회오리가 휘몰아쳤고 장대 같은 비가 퍼붓고 있었다며 (정부와 언론은) ‘아마도 천재지변’일 가능성을 솔솔 얘기하고 있다.
지난 6월1일, 중국 난징에서 충칭으로 가던 대형 여객선 ‘둥팡즈싱’이 뒤집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4월16일 한국 진도에서 일어났던 ‘세월호 사건’과 비슷해도 너무 비슷한 사건이다. 승객은 대부분 50~80살의 노인으로, 상하이의 한 여행사를 통해 단체 ‘효도관광’을 가던 사람들이다. 세월호 희생자의 대다수가 꽃다운 어린 고등학생이었다는 점과 아주 절묘하게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뒤집힌 배의 선장은 살아남았다. 세월호에서 가장 먼저 구조된 사람들도 선장과 선원이었다. 선장 장순원은 배가 뒤집히자마자 바로 배를 탈출해 헤엄쳐서 뭍으로 올라왔다고 한다. 승객 대부분은 물속에서 ‘몰살’당하고.
사건 발생 닷새 만에 중국 정부는 뒤집힌 배를 전격 인양했다. 이른바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 72시간 내에 더 이상의 생존자가 나오지 않자, 사실상 구조를 포기하고 선체 인양을 결정한 것. 속전속결. 명령하면 따른다. 모든 것은 인민을 위해서.
이번에도 중국식 ‘재난정치’가 빛(?)을 발했다. 대참사의 현장에선 영웅과 악당이 ‘만들어’지는 법. 중국 재해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영웅 서열 1·2위는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최고위급 지도자와 ‘인민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분투하는 인민해방군이다. 2005년 원촨 대지진 참사 때 인민의 뇌리에 가장 강하게 ‘주입된’ 영웅은 원자바오 총리였다.
이번 둥팡즈싱호 전복 사고는 중국 건국 이래 최악의 여객선 참사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악당’은 한 명도 없다. 선장 장순원과 여객회사에 대한 비난 보도가 쇄도할 법한데, 웬일인지 중국 내 모든 언론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문제제기는 없고 사고 뒤 정부의 속전속결식 대응 방안과 인민의 곁에서 슬픔을 함께하는 총리의 사진만 대문짝만하게 보도되었다. 조금 의뭉스럽다.
‘장순원. 1963년생. 올해 52살. 여객선 근무 경력 35년. 2007년부터 ‘둥팡즈싱’ 선장으로 근무. 2014년 우수 직원으로 선정.’ 400명이 넘는 승객을 강가에 버려두고 혼자 헤엄쳐 살아 돌아온 선장 장순원에 대한 중국 언론의 소개 내용이다. 말미에는, 같은 회사 동료가 전하는 그에 대한 평도 곁들여져 있다. “매년 우수 직원으로 뽑혔고 그가 이끌었던 팀원들은 안전과 서비스 등 모든 방면에서 1등을 했던…. 그는 책임감이 강했고 성실했으며 늘 다른 사람들을 잘 돌봤던,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현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베이징(중국)=박현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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