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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에 살해된 미궁의 인권운동가

판징후이
등록 2015-12-10 18:57 수정 2020-05-03 04:28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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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8일 이슬람국가(IS)는 중국인과 노르웨이 인질 각 1명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그 전에 이라크에서 발행되는 잡지 (Dabiq) 인터넷판에서는 이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최초의 중국인 인질 이름은 ‘판징후이’라 적혀 있고 수인번호는 ‘05675’였다.

11월19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훙레이는 “중국 공민 판징후이가 IS 극단주의 조직에 인질로 붙잡혔다가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중국인이 IS에 인질로 붙잡혀 살해된 건, 그가 처음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0살. 살해 소식이 전해진 뒤, 중국 언론에는 판징후이의 신상 정보가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소개됐다.

“판징후이(樊京輝), 1965년 3월18일 출생. 직업은 자유 컨설턴트. 베이징시 스징산취에 거주. 6년간 중학교 교사 경력. 이후 광고회사, <cctv>, 등에서 일함.”
이런 기본적인 정보 외에 그에 대한 다른 내용은 공식 매체에서 보도된 적이 없다. 판징후이의 살해 소식을 접한 중국인들은 그가 왜 여행 금지 구역인 시리아까지 갔고, 또 인질로 붙잡혔는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중국 내 각종 소셜네트워크와 블로그 등에서 그에 관한 ‘비공식적’ 정보가 널리 유포되고 있다.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 누가 어디에서 최초로 그 정보를 ‘퍼날랐는지’ 알 수는 없지만,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동일한 내용이 떠도는 것으로 봐서는 비교적 신빙성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판징후이는 ‘신공민운동’의 핵심 인물이었고, 투자의 귀재이자 ‘벤처 신화’를 만든 전설적인 사업가 왕궁취안의 비서를 한 적이 있다. 신공민운동을 이끌었던 유명한 인권변호사 쉬즈융과도 깊은 친분이 있다. 그는 동투분자(중국 신장위구르족 독립운동 단체)와 연계해 그들이 이용하는 밀항 경로를 통해 시리아로 출국했다.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 타도를 위해 자유반군의 군사고문으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중국 내 ‘운동권’ 인사로, 현재 중국 당국에 체포돼 수감 중인 쉬즈융과 함께 중국의 각종 인권 상황 개선과 사회 모순을 개혁하기 위한 사회운동을 이끌었던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 투자기업의 젊은 여사장과 ‘사랑의 도피’를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유명 벤처 사업가 왕궁취안 역시 쉬즈융 등과 함께 신공민운동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2013년 사회 공중질서를 교란한 죄로 쉬즈융 등과 함께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나중에 그는 쉬즈융 등과 관계를 끊고 공민운동에 참여한 것을 후회한다는 ‘반성문’을 쓰고 보석으로 풀려났다.
판징후이가 살해된 직후, 훙레이 대변인은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그가 납치된 뒤 중국 정부는 긴급상황 대응체제를 가동하며 구조 조치를 펼쳤지만 IS는 인간성과 도덕성을 무시하며 잔인하게 그를 살해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폭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한때 중국에서 ‘인간성과 도덕성의 회복을 위해’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진’ 판징후이는 자신이 지키려고 했던 그 ‘인간성과 도덕성’에 배신당하며 잔인하게 살해됐다. 모든 정부는 늘 사후에 폭력과 테러를 ‘규탄’한다고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004년 6월24일,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피살됐던 김선일씨도 그랬다.
베이징=박현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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