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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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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보다 부자는 없으니까”

제일의 푸얼다이 왕쓰충(王思聪)
등록 2015-08-12 15:59 수정 2020-05-03 04:28

급속한 경제발전 덕에 세계적인 갑부가 가장 많기로 유명한 중국에서는 최근 ‘푸얼다이’(富二代·재벌 2세)나 ‘관얼다이’(官二代·고위급 관료의 자제) 등과 같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새로운 유형의 금수저 인종이 속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왕쓰충(王思聪)은 최근 중국에서 가장 ‘핫’한 푸얼다이다. 그의 아버지는 중국 최고의 갑부이자 세계 10대 부호인, 완다그룹의 총수 왕젠린이다. 중국에서는 왕쓰충을 가리켜 ‘중국 제일의 푸얼다이’라고도 부른다. 세상의 모든 신데렐라들이 꿈꾸는 남편감이라는 의미에서 ‘국민남편’이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다.

왕쓰충 웨이보

왕쓰충 웨이보

그런 왕쓰충이 자주 언론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1988년생으로, 올해 불과 27살인 ‘혈기방장한’ 나이 탓인지는 몰라도 그는 자주 ‘인종 간 화합’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그는 자신의 애견 왕커커에게 우리 돈으로 약 1500만원에 상당하는 애플워치 골드를 2개나 채운 사진을 자신의 웨이보(블로그)에 올렸다. 발 4개에 다 채우면 졸부처럼 보일까봐 그랬다며 “너희는 있냐?”고 대놓고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1400만여 명의 팔로어를 가진 영향력 있는 블로거이기도 한 그는 연예인들에 대한 뒷담화도 거침없다. 톱스타 판빙빙을 향해 “변변찮은 작품도 없으면서 레드카펫을 밟으려고 영화제에 참석하는 ‘카펫녀’”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친구를 사귈 때 돈이 있고 없고는 신경 쓰지 않는다. 어쨌든 나보다 돈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라는 글을 남겨,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런 ‘어쨌든 나보다는…’ 흉내내기가 유행한 적도 있다. 27살 생일 파티를 휴양도시 싼야의 리조트 전체를 빌려서 하면서, 우리나라 걸그룹 티아라를 초청해 축하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아버지 왕젠린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들은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자라 사고방식이 (우리와) 다르다”고 평했다. 왕쓰충은 어릴 때 외국으로 나가, 영국 런던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으로 돌아왔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중국 최대 그룹인 완다의 이사 중 한 명이 되었고, 아버지가 물려준 회사 주식만 1천 주 이상이다.

중국에서는 왕쓰충 같은 푸얼다이들이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해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면서 시진핑 주석이 관련 부서에 ‘푸얼다이를 교육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얼마 전 푸얼다이들이 베이징 시내에서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를 몰며 질주 경쟁을 벌이다 큰 사고를 일으켰는가 하면, 공공연하게 마약을 하고 섹스파티를 벌이는 등 용납 가능한 한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푸얼다이들은 점점 더 ‘공공의 적’이 돼가고 있다.

베이징=박현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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