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6일 새벽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결승전이 있었다. 시작되자마자 미국의 맹공에 일본 여자축구 대표팀은 수세에 몰렸다. 후반까지도 판세를 역전시키지 못한 채 씁쓸한 패배를 맛봐야 했다. 실망스러운 경기였지만 많은 일본인들은 밤을 새워 경기를 시청했다.
일본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일본 여자축구 대표팀은 속칭 ‘나데시코 재팬’이라고 불린다. 나데시코는 패랭이꽃이라는 뜻인데, 이조차도 낯설다. 패랭이꽃이 어떤 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왜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꽃 이름을 붙여 부르는 걸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선 ‘야마토 나데시코’(大和撫子)를 알아야 한다.
패랭이꽃은 고대부터 일본에 자생하는 들꽃이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일본산 패랭이꽃을 외래종과 구분해 ‘야마토 나데시코’라고 지칭한다. 야마토는 일본 나라현의 예전 지명이다. 나중에 이곳이 수도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전체를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야마토 나데시코’는 들에 피어 있지만 기품 있고 사랑스러운 꽃으로 흔히 표현된다. 그리고 정숙하고 청초한 일본 여성에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언제부터 나데시코를 일본 여성에 비유하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일본의 가장 오래된 시집이라고 할 수 있는 (万葉集)에도 나데시코와 여성을 연결짓는 시적 표현이 등장한다. 그 뒤에도 여러 문헌에서 나데시코는 ‘내·외면이 아름다운 일본 여성’에 대한 찬사로 쓰인다.
이런 해석에 조금 변화가 생긴 것은 19세기 후반부터다. 일본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메이지유신 이후, 나데시코는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항상 남편을 따르며 때로는 강한 뚝심으로 생계를 돕는’ 현모양처를 일컫게 됐다. 자유분방한 서양 여성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래서 더욱 나데시코의 덕목이 일본 여성의 상징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2차 세계대전까지 이어졌다. 참전한 남편을 기다리며 희생하는 여성상을 사회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가 끌려간 한 위안소에는 “몸과 마음을 바친 ‘야마토 나데시코’의 서비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한국 처녀들을 강제로 연행해 일본의 순종적 여성들의 대체품으로 이용한 것이다.
일본 여자축구 대표팀의 이름은 2004년 일반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2700건이나 응모됐다고 하니 대표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선정된 것이 ‘나데시코 재팬’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라는 의미에서 ‘야마토 나데시코’ 대신 ‘나데시코 재팬’으로 했다고 한다. 이제 나데시코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강하고 아름다운 일본 여성을 상징하기 시작했다.
코모레비(필명) 일본 전문기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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