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노동에 대해 정직한 대가를 지불할 때 경제가 강해집니다.”
지난 2월12일 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의회에 출석해 신년 연설을 했다. 60분 남짓 이어진 이날 연설이 중반을 넘어설 무렵, 화제는 경제문제로 모아졌다. 그는 “오늘, 미국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최저임금은 연평균 1만4500달러(약 1572만5천원)에 그치고 있다”며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리는 두 자녀를 둔 가정은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덧붙였을 때, 의사당 안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2.13~10.55달러, 주마다 천차만별
“오늘 밤, 다 같이 이렇게 선언합시다. 지구상의 가장 부유한 국가에선, 정규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단 한 사람도 빈곤선에서 생활해선 안 된다고 말입니다. 연방정부의 최저임금 기준을 시간당 9달러까지 인상하도록 합시다.”
미 연방정부가 정한 현 최저임금 기준은 2009년 7월24일 결정된 1시간에 7.25달러다. 각 주정부에선 연방정부의 기준을 참고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남부 아칸소주가 4인 이상 사업장의 최저임금을 연방 기준치보다 1달러 적은 6.25달러로 정한 반면, 서부 워싱턴주는 9.19달러로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다.
같은 주 안에서도 지역과 직종에 따라 최저임금 기준이 달라진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시간당 8달러지만,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올해 1월1일부터 시간당 10.55달러로 기준을 대폭 높였다. 2007년 9월 시간당 7.25달러를 기준으로 제시한 유타주에선, 봉사료(팁)를 따로 챙기는 직종에 대해선 최저임금 기준을 2.13달러로 크게 낮춰놨다. 천차만별이란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매체 는 지난 2월13일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분분한 탓에, 올해 안에 의회가 상응하는 조처를 취할지는 의문”이라며 “(중간선거를 치르는) 2014년께나 가닥이 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다음날인 2월13일 뉴욕 증시에선 ‘저임노동’에 기댄 기업 상당수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맥도널드의 주가가 이날에만 1.2% 떨어진 것을 비롯해 버거킹·파파존스 등 패스트푸드 업체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는 증시 분석가들의 말을 따 “최저임금 인상은 패스트푸드 업체의 이윤 하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상승이 패스트푸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반면 “패스트푸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결국 당분간은 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을 개별 기업이 고스란히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게다.
하루 10시간씩 273년을 일하면
‘8.25달러의 사나이 대 875만달러의 경영자.’ 지난해 12월12일 은 맥도널드 내부의 임금 격차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시카고의 맥도널드 매장에서 20년째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타이리 존슨(44)은 일리노이주 최저임금 기준인 시간당 8.25달러를 받는단다. 반면 이 업체의 최고경영자(CEO) 짐 스키너의 연봉은 875만달러였다.
하루 10시간씩 하루도 쉬지 않으면, 1년에 3650시간을 일할 수 있다. 존슨이 스키너의 연봉 정도를 벌려면 대략 273년을 쉼없이 일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새, 맥도널드의 주가는 2월21일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연설 이전 수준(95달러)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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