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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친위체제 강화 뒤 어디로?

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원수’ 칭호 부여 등 김정일의 20년 전 권력 세습 과정 좇아 … 친위체제 강화 뒤 어떤 행보 보일지 주목
등록 2012-07-25 16:18 수정 2020-05-03 04:26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 16일 오후 현병철 후보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한겨레21 김명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지난 16일 오후 현병철 후보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한겨레21 김명진

지난 7월16일 이 짤막한 보도문을 내놨다. 전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가 열려,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는 게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리영호 해임 사유, 건강이 나빠져서?

리영호가 누군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군권 장악을 도우려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9년 2월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위원장 장례식 땐, 김정은 제1비서와 함께 맨 앞줄에서 운구차량을 호위하기도 했다. 그는 올 들어서만 김 제1비서의 공개 활동을 무려 32차례나 수행한 최측근이었다. 하루아침에 모든 권력을 떼인 것을 ‘정상적’이라 하기는 어렵다.

북쪽은 바삐 움직였다. 리영호 해임 발표 다음날인 7월17일 당 중앙군사위와 국방위 명의로 “현영철에게 조선인민군 차수 칭호가 수여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리영호의 총참모장 자리를 현영철이 넘겨받았음을 뜻한다. 7월18일엔 미리 예고한 ‘중대 보도’가 전해졌다. 당 중앙위와 중앙군사위, 국방위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등 북쪽 4대 최고 권력기관 공동명의로, 전날 김 제1비서에게 ‘공화국 원수’ 칭호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는 발표였다. 숨 가쁠 정도로 빠른 행보였다.

리영호가 전격 해임된 이유는 알 길이 없다. 북쪽은 ‘신병’을 이유로 들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권력 서열이 높은 인물들 가운데 건강이 나빠져도 직책을 유지했던 전례는 수없이 많다. 김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친위 엘리트’와 권력 세습 과정에서 떠오른 리영호를 비롯한 ‘신군부 엘리트’ 간의 권력투쟁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리영호 역시 한때 ‘장성택계’로 분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허점은 있다.

돌아보면, 지난해 12월19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김 제1비서는 안정적으로 권력 승계 절차를 밟아왔다. 지난해 12월30일엔 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를 통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됐다. 지난 4월11일 열린 노동당 제4차 대표자회의에선 당 제1비서에, 이틀 뒤인 4월1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에선 국방위 제1위원장에 추대됐다. 군권과 당권, 국가권력을 차례로 공식 접수한 게다. ‘공화국 원수’ 칭호는 이런 권력 승계 절차의 ‘화룡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년 전인 1992년에도 북쪽에선 4월13일과 21일 두 차례 ‘중대 보도’가 예고됐다. 앞선 것은 김일성 주석에게 ‘대원수’ 칭호가, 뒤의 것은 김정일 당시 노동당 비서에게 ‘원수’ 칭호가 수여됐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김 위원장은 1991년 12월24일 ‘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됐다. 이 역시 김 비서보다 꼭 20년 빠른 게다. 2012년 7월 평양에 ‘이상 징후’가 없는 것이라면, 20년 전의 권력세습 과정이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일의 군대’가 ‘김정은의 군대’로

다음은 뭘까? 김 위원장은 20년 전 ‘원수’ 칭호가 내려진 지 사흘 만에 차수 진급자 8명을 포함해 모두 664명에 이르는 장성급 진급자에게 일일이 계급장을 달아줬다. 리영호의 갑작스런 퇴장으로 북쪽 군부는 자연스레 세대교체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 리영호는 70살, 현영철은 ‘60살 전후’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의 군대’가 ‘김정은의 군대’로 바뀌는 과정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7월27일’이 코앞이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그날을 북에선 ‘조국해방전쟁 승전기념일’로 챙긴다. 미국의 (RFA)은 지난 5월14일 “김 제1비서 체제가 등장한 이후 평양에 ‘216’(김정일 위원장 생일) 번호판 대신 ‘727’ 번호판을 단 차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한 바 있다. 북쪽 은 7월20일치 사설을 “승리의 7·27을 앞둔 선군조선의 하늘가에 원수별 빛나는 최고사령관기가 휘날리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시점을 맞춘 건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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