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최근 ‘신종 사업’이 한창이란다. 특히 활황인 것은 부동산과 천연가스·디젤유 등 난방유 사업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은 6월6일 인터넷판에 올린 현지발 기사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겨냥한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시리아 경제제재가 되레 정권과 밀착한 소수 특권층의 배를 불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사업가인 유세프 카트(가명)는 이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내전으로 치닫는 시리아의 현실을 그저 ‘알와도’라고 표현했다. 아랍어로 ‘상황’이란 뜻이란다. 대부분의 자산을 외화로 보유하고 있는 시리아의 ‘소득수준 상위 1%’는 그 ‘상황’을 즐기고 있다.
“어린이 포함 86명 사망” 다시 벌어진 참극
1유로에 60시리아파운드이던 환율은 최근 85파운드까지 추락했다. 지난 3월엔 한때 125파운드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이후 연료값은 무려 34배나 폭등했다. 여기에 정정 불안과 유혈사태가 장기간 지속되자, 다마스쿠스의 중산층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불안해진 주민들이 헐값에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막대한 현금자산을 바탕으로 부동산 사들이기에 나선 카트는 과 한 인터뷰에서 “한 1년쯤 지나면 사태가 정리될 것”이라고 느긋하게 말했다. ‘티자르 알아즈마’, 위기가 곧 기회인 사람들이다.
참극은 계속된다. 6월6일 중서부 하마에서 다시 학살극이 벌어졌다. 아랍 위성방송 는 6월7일 인터넷판에서 시리아 내부 반정부 활동가들의 말을 따 “정부군의 지원을 받은 친정부 성향의 무장괴한들이 하마의 알쿠바이르 마을에서 학살극을 벌였다”며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적어도 8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훌라의 참극이 전해진 게 불과 보름여 전의 일이다.
쿠바이르 마을의 학살극은 훌라의 학살극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있다. 등 외신들이 전한 현지 활동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에도 시리아 정부군은 무장괴한들이 마을을 덮치기 전 무차별 포격으로 마을을 혼란에 빠뜨렸다. 하마의 반정부 활동가 무사브 알하마디는 와 한 인터뷰에서 “희생자 대부분은 자기 집에서 불에 타 숨졌고, 더러는 칼로 난도질을 당했다”고 참상을 전했다.
시리아 정부는 이번에도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내놓은 공식 성명에서 정부 쪽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하마 지역의 쿠바이르 마을에서 벌어졌다는 일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테러단체가 하마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9명이 희생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학살을 막으라고 국제사회가 현지에 투입한 유엔시리아감독위원회(UNSMIS) 쪽은 어떨까? 현장 접근조차 쉽지 않은 모양새다. UNSMIS는 6월7일 성명을 내어 “시리아군 검문소에서 통행을 제지당하거나, 민간인들이 순찰을 방해하거나, 마을로 들어가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들어야 했다”며 “어려움이 있지만, 현장에 접근해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릴없는 처지인 게다.
“유엔은 죽어가는 걸 지켜보기만 할 뿐”
“유엔은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그저 학살이 벌어진 다음날 찾아와 희생자들의 주검을 촬영하고, 장례식을 지켜볼 뿐이다.” 무사브 알하마디는 와 한 인터뷰에서 “유엔은 우리가 죽어가는 걸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라이(베트남)와 스레브레니차(보스니아), 르완다의 학살로도 부족한 겐가? 은 유엔과 아랍연맹이 공동으로 임명한 시리아 특사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6월7일 유엔 총회에 보고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고백했다고 전했다.
“평화계획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채 실패했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시리아의 앞날은 잔혹한 탄압과 학살, 종족 간 폭력으로 얼룩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전면적인 내전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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