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추정한 지난해 말 기준 지구촌의 인구 분포를 살펴보자. 아시아가 40억여 명으로 단연 수위다. 아프리카가 9억7천만 명을 넘어섰고, 유럽이 7억3천만여 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라틴아메리카가 5억7천만여 명, 북미와 오세아니아가 각각 3억4천만여 명과 340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1월30일 현재 인류의 ‘머릿수’는 67억75만여를 헤아린다.
세계적 인도지원 단체 ‘옥스팸’(oxfam.org)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식량값 폭등에 이은 경제위기로 2009년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가 10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9년 한 해 지구촌에 발 딛고 사는 6명 중 1명꼴로 주린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들게 될 것이란 얘기다. 앞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해 12월9일 내놓은 ‘2008 세계식량불안보고서’에서 ‘임박한 파국’을 경고한 바 있다. FAO는 당시 보고서에서 “2007년엔 지구촌 전역에서 굶주림에 시달린 인구가 9억2300만 명에 이르렀지만, 2008년 들어 추가로 4천만 명가량이 기아 선상으로 내몰리면서 모두 9억6300만 명이 영양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쓰린 일이다.
2007년 초반부터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곡물·육류·유제품 등 국제 식량가격은 2008년 6월 이후 일단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여전히 폭등 이전 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FAO는 보고서에서 “2006년 10월 현재 국제 곡물가는 2006년 10월 현재 곡물가에 비해 28%나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종자와 비료 값이 2006년 대비 2배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가난한 나라의 농민들이 식량 생산을 늘리기는 어려울 게다. 식량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경제위기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일자리는 사라지고, 돈벌이는 줄고, 정부의 지원마저 삭감되고 있다. 배고픈 이들이 버텨내기 어려운 시절이 온 게다.
만성적인 굶주림의 진앙은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아프리카가 아니다. FAO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전세계 굶주리는 인구의 3분의 2가량인 5억8300만여 명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몰려 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2억3600만여 명이 굶주리고 있고,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서도 5100만 명이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99년까지만 해도 두 나라에서 기아 선상에 있는 인구는 1500만여 명에 불과했다. 2008년 말까지 두 나라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는 3700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2004년 수단 다르푸르에서 유혈 분쟁이 시작된 이후 세계식량계획(WFP)은 프랑스만 한 땅덩어리에 흩어진 200만 피난민을 살리기 위해 매달 2만t이 넘는 식량을 공급하느라 허덕이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쓰나미, 폭력은 굶주림을 번식시키는 자양분이다.
배 곯는 어린이 문제 심각유엔의 자료를 보면, 지구촌에서 매일 2만5천 명이 굶주림 또는 영양실조에 따른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3.5초마다 1명이 굶어서, 죽는다는 얘기다. 최대 피해자는 어린이다. 로버트 블랙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팀이 의학전문지 에 기고한 글에서 “지구촌 각지에서 굶주림으로 인한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어린이가 하루 1만6천 명, 5초마다 1명 꼴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한 게 벌써 지난 2003년 6월의 일이다. 국제 인도지원단체 ‘케어’가 최근 누리집에 올린 ‘세계 기아 현황’ 자료를 보면, 해마다 5살 이하 어린이 600만여 명이 굶주림으로 숨진단다. 요행히 살아남은 아이들도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유년기의 굶주림은 온갖 발달장애로 이어지기 마련인 탓이다. 위기의 시대, 그늘이 깊어만 간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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