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당이 된 PML-N의 자파르 알리 샤 부의장
[파키스탄 총선 르포]
▣ 이슬라마바드=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킹 메이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무슬림리그(PML-N)는 예상을 뒤엎고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며 제2당으로 떠올랐다. 2월20일 이슬라마바드 중심가 ‘G7 구역’의 자택에서 자파르 알리 샤 PML-N 부의장을 만났다. 그는 “무샤라프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도 남을 독재자”라며 “지금으로선 ‘설마’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그가 선선히 물러나진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40여 분 동안 이어진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 사건으로 인민당(PPP)이 동정표를 얻지 못했다면, 우리가 제1당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샤 부의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결과에 만족한다, 그러나 조작 냄새가 난다
우선 축하한다. 이번 선거 ‘최대의 승자’로 불리는데.
=부토 전 총리 암살 사건이 컸다. 아무래도 인민당은 동정표를 많이 얻었으니…. 2등을 하긴 했지만, 사실상 제1당은 우리라고 본다.
선거 결과에 만족하나?
=선거 당일 일부 폭력 사태가 있었지만, 다행히 피해 규모가 크진 않았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작의 냄새가 풍긴다. 어떤 정당도 압도적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손을 댄 흔적이 엿보인다.
선거 결과에 만족한다면서도 ‘조작의 냄새’가 난다고 말하니 조금 헛갈리기도 하는데.
=애초 당 지도자인 샤리프 전 총리의 출마를 금지시켰음에도 PML-N이 이번 선거에 참여한 이유가 있다. 무샤라프 정권의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결정이 옳았다. 파키스탄 국민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이끈 정당에 참패를 안겨줬다.
PML-N의 선거 구호는 ‘사법부 복원’이었다. 하지만 제1당이 된 인민당의 태도는 조금 모호한데.
=인민당 쪽이 주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연정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사임 문제에 대해서도 두 당이 조금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인민당이 명확한 의견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자르다리 당 의장은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무샤라프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운영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 많은 게 분명해졌으니, 두 당이 공동 대응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선 PML-N의 선거공약이 ‘사법부 복원’ 외엔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한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사법부 복원’이 워낙 중요한 문제여서 여타 공약이 주목을 덜 받은 것뿐이다. 사법부가 죽은 마당이니, 선거부정이 있더라도 조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아니었나. 그래서 더욱 ‘사법부 복원’을 강조했던 게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이를테면 의회 해산 같은….
=(의회 해산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다. 무샤라프는 정치인이 아니라 독재자다. 독재자는 무슨 짓이든 하는 법이다. 옳든 그르든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서라도 갈 데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강경책을 꺼내든다면?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는 등 확실하게 저항할 것이다. 문제는 그가 선선히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키스탄 정국에 일대 혼란이 올 것이란 점이다.
이슬람 무장세력의 발호는 파키스탄이 직면한 중대한 도전과제다. 2007년 7월 붉은 사원 무력진압 이후 빈발하고 있는 테러에 대한 대책이 있나?
=지난 2001년 9·11 사태 이후 테러가 끊이지 않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해법은 군사적 방법이 아니다. 군을 동원한 강경책은 민간인 피해만 키울 뿐이다.
미 전투병력 투입은 결단코 용납 안 돼
대화와 협상으로 테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가?
=왜 안 된다고 생각하나. 지난 7년간 조지 부시 행정부와 무샤라프 정권이 주도한 전쟁이 성취한 게 하나라도 있는지 되묻고 싶다.
미국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파키스탄 국경지역에 전투병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주권국가의 허락도 없이 전쟁을 벌이겠다는 건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일부에선 PML-N이 이슬람 무장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한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그런 일 없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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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주의 세력, 강경 이슬람 무장세력과도 대화할 수 있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PPP 의장은 한껏 여유를 부렸다. 2월19일 저녁 7시30분께 이슬라마바드의 부유층 집단거주지인 ‘F8/2 구역’의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무샤라프 정부가 인민당에 많은 고통을 안겨줬지만, 이번 선거에 참여한 건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자르다리 의장의 부인)가 민주주의를 믿었기 때문”이라며 “그가 이 자리에 없어 선거 승리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제1당이 됐다. 차기 총리는 누가 되는 건가?
=당 중앙위원들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다.
연립정부 구성에 대한 구상은?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가 이끄는 PML-N을 비롯해 모든 민주세력과 연대할 것이다. 또 펀자브·신드는 물론 북서 변경주와 남부 발루치스탄까지 모든 지역의 정치세력이 참여하는 거국 연정을 구성할 계획이다. 선거에 불참했던 정치세력과도 대화를 해나갈 것이다. 샤리프 전 총리 쪽과는 이미 몇 가지 이견을 보이던 부분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 군이 다시는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활동에도 나설 것이다.
샤리프 전 총리 쪽은 사법부 복원에 대해 확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우선 강력하고 권위 있는 의회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법부의 독립성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언론을 포함해 여타 민주주의적 기구들의 자유를 보호할 것이다. 무샤라프 정권이 언론자유 탄압과 사법부 독립 훼손을 노리고 도입한 각종 제도는 새 의회에서 모두 제거해나갈 것이다.
선거 직전까지 폭탄테러가 나는 등 남부 아프간 국경지대(발루치스탄)에서 분리주의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발루치스탄 산악지대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른바 ‘분리주의’ 단체와도 언제든 만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북서부 변경지역에서도 이슬람 무장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테러에 대해선 명확히 반대한다. 하지만 강경파 이슬람 무장세력 문제도 (탄압 일변도로 나갔던 무샤라프 정권과 달리) 우리는 대화로 해결해나갈 의지를 갖고 있다. 부토 전 총리를 암살한 건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통해 시스템을 바꿔나갈 것이다. ‘인민’의 힘을 믿는다.
샤리프 전 총리 쪽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주장하고 있다.
=그 문제는 의회가 판단해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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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권력을 잡으면,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선거 다음날인 2월19일 오후, 이슬라마바드의 중앙당사에서 만난 굴람 무스타파 말릭 PML-Q 대변인은 선거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초상집 분위기의 당사를 지키며 일일이 찾아오는 취재진을 응대하긴 했지만,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마지못해 말을 이어갔다.
의석을 많이 잃었다.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예상 못했다는 건, 예상보다 의석을 많이 잃었다는 뜻인가?
=당 의장조차 지역구 의석을 잃은 마당이다. 전통적인 지지 기반에서도 의석을 많이 잃었고….
투표 전반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선거 부정을 말하는 건가? 그런 건 없었다. 증거도 전혀 없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를 약속했고, 또 이를 실천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들도 자신들이 약속한 대로 사법부 복원 등 공약을 이행하길 바란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무너뜨린 사법부의 복원에 동의한다는 뜻인가?
=우리가 동의한다거나 그렇지 않다거나 하는 얘기가 아니다. 자기들이 그렇게 유권자에게 약속했으니 그대로 실행하라는 말이다.
선거 참패의 원인이 뭐라고 보나?
=사법부 문제도 컸고, 언론통제와 붉은 사원 강제 진압,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 등 일련의 모든 사건이 우리 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국정운영 실패를 인정하는 건가?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한 번 더 권력을 장악한다면 다시는 그런 실수 안 한다.
국정운영을 놓고 당과 무샤라프 대통령 사이에 이견이 있는 부분이 있었나?
=모든 결정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혼자 한 것이다.
그나마 남부 발루치스탄에선 제1당 자리를 유지했다.
=우리는 발루치스탄의 분리주의 운동을 인정하지 않는다. 선거 결과가 말해주는 건, 그 지역 유권자들이 여전히 우리의 이런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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