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아편중독의 기억’ 부활 속 가정 파괴에 정부는 마약 소탕 인민전쟁 선포
일회용 주사기로 정맥에 투입하다 에이즈 환자도 폭증</font>
▣ 베이징=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중국 서부 지역 닝샤 웨이저우쩐에 사는 ‘생과부’ 리샤오샤는 결혼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남편이 마약 복용으로 수감됐다. 그의 시아버지 역시 마약 복용과 판매 혐의로 사형됐으며, 남편의 나머지 네 형제도 마약 관련 범죄로 감옥에 수감 중이다. 집안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들, 10살짜리 조카만 남았다. 리샤오샤의 이웃집은 상황이 더욱 참담하다. 이웃집 ‘과부’의 남편은 마약 판매로 총살되고 큰아들과 둘째, 셋째, 넷째아들 역시 현재 마약 판매죄로 복역 중이다.
닝샤에 위치한 웨이저우쩐과 샤마콴쩐은 속칭 ‘과부촌’으로 불리는 마을이다. 이 두 마을에는 ‘생과부’들이 유난히 많다. 과부들 외에도 이 마을 주민 대다수는 노인이거나 어린아이들이다. 젊은 남자들 대부분은 마약 복용이나 판매 혐의로 감옥에서 형을 살고 있다. 그 중 상당수는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때문에 이 두 마을은 ‘마약촌’으로도 널리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 마을 절반 정도의 가정이 ‘백색가루’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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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저우쩐에서만 68명 사형
2003년 말까지 웨이저우쩐에서는 총 68명이 마약 관련 혐의로 사형됐고, 14명이 마약 복용으로 사망했다. 현재 마을 주민 173명이 마약 관련 범죄로 수감 중이다. 이웃한 마을 샤마콴쩐에서는 46명이 사형됐고, 15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165명에 달한다.
<난팡르바오>의 한 사진기자가 2000년 초에 공개한 마약중독자의 사진은 충격적이다. 그는 약 한달 동안 광저우 기차역에서 이들을 찍었다. 아직 걸음마도 하지 못하는 ‘최연소 아기 중독자’를 안고 있는 마약중독자 어머니, 9살 때부터 마약을 피기 시작한 12살의 어린 소년, 농촌에서 돈 벌러 왔다가 윤락업소에서 마약을 알게 된 아가씨 등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가 눈부신 경제 발전의 뒤안길에 가려진 ‘그림자’들이다. 사진 속의 광저우 기차역은 20세기 초반 중국을 몰락으로 이끌었던 ‘아편 천국’의 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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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국가 마약퇴치위원회를 설립하며 서서히 마약과의 전쟁을 준비해오던 중국 정부는 1990년대 말 이후 마약 단속을 부쩍 강화했다. 그러다 올해는 마약과의 ‘인민전쟁’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향후 3년간 사력을 다해 마약과의 한판 전쟁을 벌이기로 했으며, 이 전쟁에 총 10억위안가량의 정부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지난해 10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중국 각지에서 마약 퇴치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취할 것과, 이를 위한 대규모 ‘인민전쟁’을 벌일 것을 요구한 바 있다.
6월26일에는 ‘국제 마약 퇴치의 날’을 맞아 베이징 등 중국 전역에서는 정부가 주관하는 마약 퇴치를 위한 각종 선전활동이 벌어졌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부분의 대도시에서는 시민들의 거리 행진과 각종 마약 화형식 등이 이루어졌다. 베이징에서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 베이징 내 대학교 학생들과 사회 각계 마약퇴치 지원자들이 위안밍위안(圓明園)에서 ‘마약퇴치 만인 장정’ 출발식을 갖고 약 2시간 동안 베이징 시내를 행진하며 마약퇴치 홍보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인민전쟁’이 선포된 뒤, 현재 중국 각 지방에서는 마약 퇴치를 위한 여러 방법들이 경쟁적으로 동원되고 있으며, 술집과 윤락업소 등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단속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 공안부는 이를 위해 마약 퇴치 전담반을 설치하기도 했다.
골치아픈 ‘골든 트라이앵글’
중국에 다시 ‘아편 중독의 기억’이 스멀스멀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개혁개방 직후인 1980년대부터다. 먼저 부자가 된 동부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술집과 윤락업소 등이 번창하면서 헤로인 등의 마약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945년 건국 초기 15%에 이르던 아편 중독 환자를 일소하고 ‘마약 없는 나라’로 이끌며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부해오던 터였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중국 전역의 마약복용자는 79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6.8%가 증가했으며, 이 중 35살 이하의 청소년이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관계 당국에 공식 등록된 마약복용자 수는 114만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국에 등록한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등록하지 않은 중독자 수까지 포함하면 중국 내 마약복용자 수는 이보다 몇십배는 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6년 시행을 목표로 마약과 관련된 포괄적인 ‘마약금지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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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 정부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역은 서부 윈난 지방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황금삼각주와 중국 신장과 국경을 접하는 황금초생달 지역이다. 중국 경내로 유입되는 헤로인 중 90%가 라오스와 버마 사이 국경 부근의 황금삼각지를 통해 들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 등과 국경을 접한 신장의 황금초생달 지역으로 유입되는 마약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부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 지역에 양귀비 대체작물을 재배하도록 격려하는 정책을 마련해놓고 있으며, 조만간 중국 내 100여개 기업들이 시범적으로 이 지역에 들어가 대체작물을 재배할 계획이다.
마약 문제가 ‘인민전쟁’화한 배경에는 에이즈 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 내 전체 에이즈 환자 중 약 70%가량이 정맥주사 마약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마약복용자들이 1회용 주사기를 돌려가며 정맥에 마약을 투입하기 때문에 에이즈 환자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 많은 전략문제 전문가들은 21세기 중국을 위협하는 ‘적’으로 마약과 에이즈 문제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아편이 근대 초기 중국의 몰락을 가져왔듯이, 21세기에도 마약은 여전히 중국인들의 정신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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