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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이혼을 삼세번 말하면…

등록 2005-07-07 00:00 수정 2020-05-03 04:24

[세상에 이런 법이_인도]

▣ 델리= 우명주 전문위원 greeni@orgio.net

델리에서 전화교환원으로 일하는 무슬림 여성 아미나는 어느 날 저녁 집에 와서 남편이 다른 여성과 껴안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남편은 그녀에게 “이혼, 이혼, 이혼!”이라고 소리쳤고 아미나의 6년간의 결혼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문명의 발달은 새로운 이혼의 형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라하트 이크발은 8년 전에 결혼했다. 남편은 결혼한 지 한달 만에 미국으로 가면서 20일 내에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초청장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8년 만에 받은 것은 ‘이혼’이란 단어가 세번 쓰인 이메일이었다. 올해 초, 델리의 한 여성은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로 남편에게 이혼당했다.

남편이 ‘이혼’이라는 단어를 세번 말하면 아내는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고 바로 이혼당하고 마는 것이 인도 이슬람 법이다. 이혼이라는 뜻의 ‘탈라크’라는 단어를 세번 말한다고 해서 ‘트리플 탈라크’라고 일컫는 이 관행은 인도 사회에서 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슬림 여성활동가들은 인도에서 무슬림들에 관한 법률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전인도무슬림인적법률위원회(AIMPLB)에 이 ‘트리플 탈라크’ 관행을 불법화할 것을 요구해왔다. 또 많은 이슬람 율법 학자들은 트리플 탈라크는 코란법의 일부가 아니고 가부장적 사회에 의해 왜곡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는 마호메트가 죽고 나서 몇 세기 뒤에 무슬림 지배층들이 당시의 가부장적 성격에 비추어 구성한 법률 전집이라는 것이 진보주의적 무슬림들의 주장이다. 더구나 인도에서는 영국 식민지 당시에 소송 당사자가 무슬림인 경우 코란의 법을 적용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발달한 영국계 이슬람 법이 샤리아의 일부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코란 2장 226절은 아내와 이혼을 원하는 남편은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관행은 이웃 나라인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터키, 튀니지, 알제리, 이라크, 이란, 인도네시아 같은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 법에 의해 금지됐다. 인도에 이 관행이 존재하게 된 이유는 인도의 거의 80%의 이슬람들이 따르고 있는 하나피법(수니 이슬람의 4가지 법학파의 종교법 중 하나)이 트리플 탈라크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교육 수준은 무슬림 남성에 비해, 그리고 힌두 여성들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낮다. 이는 무슬림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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