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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가짜뉴스 전파에도 관여했나

국정원 여론조작 활동 미지의 영역, 카카오톡 등 메신저…

십알단부터 알파팀 설립단체 활동까지 수상한 정황들
등록 2017-08-15 14:32 수정 2020-05-03 04:28
‘십알단’을 운영한 윤정훈 목사가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카카오톡으로 전파한 내용의 일부다.

‘십알단’을 운영한 윤정훈 목사가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카카오톡으로 전파한 내용의 일부다.

국가정보원의 여론 조작 방식은 진화해왔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이후인 2009년 주요 무대가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였다면, 이후 각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 중소 커뮤니티, 트위터 등으로 확대됐다. 이 활동의 일부는 2013년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있다. 메신저다.

카카오 유사 이름 도메인 사들인 이유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가짜뉴스’가 가장 활발하게 유포됐던 매체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였다. 세월호 참사 비방이나 야당 비난 글이 원작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통신망을 타고 확산됐다. 메신저 특성상 수사기관이 가짜뉴스의 흐름에 따라 휴대전화를 일일이 압수해 출처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원작자가 누군지 특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정원이 가짜뉴스의 배후에 있을 것이란 의혹은 컸지만, 제대로 실체가 밝혀진 적은 없다. 의심할 만한 대목은 있다. 연결고리는 국정원이 설립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자유연합’이다.

한국자유연합을 설립한 이는 국정원 민간 여론 조작 조직 ‘알파팀’의 리더인 김성욱씨다. 김씨 외에 주인공이 한 명 더 있다. 한국자유연합에 사무실을 제공한 학원 원장 홍아무개씨다. 이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한국자유연합 법인설립허가신청서를 보면, 홍씨는 한국자유연합 발기인이자 법인 재산 7353만원 중 5천만원을 부담한 핵심 인물이다. 2016년 가을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시위 때 ‘노컷일베’라는 인터넷 매체를 만들어 탄핵 반대 여론 조성에 힘쓰기도 했다.

하지만 홍씨가 당시 만든 것은 이미 알려진 노컷일베만이 아니었다. 홍씨는 가 2016년 9월20일치 1면에서 최순실이 ‘케이스포츠재단’에 연루됐다는 첫 보도를 내놓은 지 보름 뒤쯤부터 카카오톡 이름을 딴 홈페이지 도메인을 여러 개 등록한다. 2016년 10월5일 kakaonews.org, kakaonews.kr, kakaonews.or.kr, cacaonews.com 등 4개의 도메인을 자기 이름으로 한꺼번에 등록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10월6일 노컷일베(nocutilbe.com) 도메인을 등록했다.

홍씨가 카카오톡 이름을 본뜬 도메인을 여러 개 등록한 것은 탄핵 정국 때 박근혜 전 대통령 옹호 뉴스가 카카오톡에서 활발히 유통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홍씨가 국정원이 설립을 지원한 한국자유연합의 핵심 인물인 만큼 이 과정에서 국정원 개입 여부도 규명할 부분이다.

홍씨는 과의 통화에서 “카카오뉴스 도메인은 내가 샀다. (하지만) 그것으로 무슨 여론 조작을 하냐. 문재인 캠프에도 댓글부대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과 전혀 무관한 일이다. 국정원은 공무원 집단이지 작전 세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카톡 대화방 여러 개 운영한 윤정훈 목사

탄핵 정국 때 절정을 이뤘던 카카오톡을 통한 여론 조작 수법이 처음 확인된 것은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맞붙은 2012년 말 제18대 대선 당시 ‘십알단’으로 활동했던 윤정훈 목사 사건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목사의 1심 판결문을 보면, 그는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 카카오톡 대화방 여러 개를 운영하며 평균 1300명에게 수시로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글을 전파했다.

십알단 역시 국정원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다음 아고라에서 시작해 트위터 등 여론 조작 대상을 넓혀온 국정원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을 가능성은 높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론 조작의 핵심 도구가 메신저였던 만큼 가짜뉴스 전파에도 국정원이 개입했는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와 검찰이 꼭 밝혀내야 할 ‘핵심 의혹’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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