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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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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더불어 오른쪽으로?

중도 ‘산토끼’ 포용 나서 “반대층을 비지지층으로”

홍준표·유승민, 안후보 단일화 가능성 높지않아

심상정 왼쪽으로 차별화 “정치인생 걸고 완주”
등록 2017-04-11 18:11 수정 2020-05-03 04:28

본선이다. 19대 대선을 향한 5강 대진표가 확정됐다. 특히 원내 정당 가운데 가장 늦게 본선 레이스에 합류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상승세가 만만찮다. 안 후보의 부상과 함께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대선 정국도 요동치고 있다. 그에 따라 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셈법’도 분주해졌다. 중도확장론과 연대론, 그리고 타 후보와 자신을 구별짓는 차별화까지 유권자의 표심을 저격할 후보들의 전략적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5월 ‘장미 대선’은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중도 확장이냐 vs ‘촛불’ 집중이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부상과 함께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대선 정국도 요동치고 있다. 4월3일 서울 고척동 돔구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후보 수도권역 선출대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부상과 함께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면서 대선 정국도 요동치고 있다. 4월3일 서울 고척동 돔구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후보 수도권역 선출대회에서 문재인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기자

가장 마음이 조급한 쪽은 역시 대세론의 주인공이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된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던 문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양자 구도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견고하던 대세론이 균열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30%대로 급격히 상승하면서 압도적 대세를 확인한 민주당 경선의 ‘컨벤션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안 후보의 부상에 맞설 문 후보의 전략은 우선 ‘산토끼’ 공략으로 모아지고 있다. 문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통합보다 적폐 청산을 강조하며 기존 민주당 지지층인 ‘집토끼’의 표심 다지기에 몰두했다. 그러나 본선에선 중도표 확장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4월5일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며 정국 구상을 한 뒤 6일 전남 광양제철소와 광주 5·18 민주묘지를 잇따라 방문하며 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광양제철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광양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온 상징이고 광주 5·18 묘역은 민주화의 상징이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통합을 말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앞선 4월4일 민주당 대선 후보의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움직임이다.

30~40%에 묶인 지지율, 안 후보와 팽팽히 맞서는 양자 구도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층을 끌어안는 일도 필수적이다. 문재인 후보는 5일 이재명 시장에게 직접 전화해 “도와달라”는 뜻을 전했고 7일에는 충남도청을 찾아 안 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8일에는 최성 고양시장을 포함한 당내 경선주자 4명이 비공개로 ‘호프 타임’을 갖기로 했다.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반목을 해소하고 ‘통합’ 기치를 함께 내건다는 취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4월5일 과 통화에서 “양자 구도에 가까워질수록 문 후보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는 점이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안 후보와 보수 세력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견제해나가는 한편,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받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진보층의 지지를 받은 이재명 시장 쪽 인물을 영입하거나 두 주자의 주요 공약을 수용하는 등 중도와 통합으로의 확장을 줄곧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안철수의 부상은 그동안 문재인에게 쏠린 박근혜 심판론과 보수 몰락의 반사이익이 반감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문 후보는 이제 본인이 주도하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적임자임을 내세우는 안 후보에 맞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정감과 ‘더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i>“안철수의 부상은 그동안 문재인에게 쏠린 박근혜 심판론과 보수 몰락의 반사이익이 반감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문 후보는 이제 본인이 주도하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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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에게 드리워진 ‘패권주의’ 프레임을 깨기 위해 예전과 다른 ‘행동’ 변화도 요구된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은 민주당에 없던 산토끼들을 데려왔다. 산토끼들에게 ‘나도 안희정처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그게 없으면 산토끼들이 민주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반대의 정도, 비토의 정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과 악성 댓글에 대해 문 후보가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 비유한 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극성 지지자와 거리를 두면서 포용적인 자세로 반대층을 비지지층으로 바꿔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문 후보의 중도 확장 움직임이 촛불 시민 등 기존 지지층의 반발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는 4월5일 페이스북에서 “정권 교체는 당면의 긴급 과제이나 그 자체가 시대정신은 아니다. 반드시 공정, 균등, 안전이라는 촛불의 민심을 바탕에 깔아야 한다. 마치 촛불이 없었던 것처럼 중도 확장, 자기방어, 상대방(안철수) 흠집잡기 등 선거공학에 몰두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는 대선 몇 달 앞당기려고 촛불을 든 것이 아니다. 대선은 촛불혁명으로 가는 정거장이다. 이 정거장을 거치지 않고서는 목적지로 갈 수 없으나, 정거장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선거공학이 아닌 ‘촛불’ 민심에 더욱 집중하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연대론이냐 vs 자강론이냐

한편 양자 구도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와 접전하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안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지금으로선 단일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홍·유 후보 모두 완주를 다짐하며 안철수 후보와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이른바 연대론보다는 자강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윤희웅 센터장은 “안 후보가 옛 여권인 자유한국당 보수들과 연대를 시도할 경우, 안 후보의 지지 기반인 야권 성향이 강한 호남과 정권 심판 기류가 강한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그 때문에 단일화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문 후보와의 격차가 줄지 않을 경우 지지층이 어느 정도 견고해졌을 때 바른정당과의 간접적 연대 등 보수층과 추가적 연대를 고민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양강 구도에 정의당 긴장

안철수 후보가 상승세를 타며 ‘문·안 양강 구도’가 형성될 조짐을 보이자 정의당도 긴장하고 있다. 이번에는 끝까지 완주하고 ‘의미 있는’ 득표율을 얻어 진보정당으로서 존재감을 회복하자는 정의당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탓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4월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양강 구도’는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퇴행적인 정치공학의 산물”이라며 “기득권 세력이 이번 대선을 ‘문재인 대 안철수’라는 양강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국민의당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며 “저의 사퇴는 촛불 시민의 사퇴다. 제 정치 인생을 걸고 완주하겠다고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네 정당 모두 정의당의 오른쪽에 자리하는 대선 이념 지형에서 문재인·안철수와의 차별화를 통해 진보층의 지지를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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