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허명주(1학년)·장지영(1학년)·주효원(2학년) 어린이가 4월26일 서울 역촌동 우리동네 작은도서관 ‘초록길’에서 책을 보고 있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친구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비치된 공책에 글과 그림으로 소개한다.
어린이가 책을 권했다. 어린이는 책에서 교훈, 지식, 학습능력, 미래를 구하려고 조바심 내는 어른(기자)과 말이 잘 통하지 않았다. 어른은 재미가 곧 의미인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재미있는 장면에서 어린이의 생각이 펼쳐졌다. 생각을 어른처럼 잘 정리해 말하진 못했지만 어른을 곧잘 생각하게 만들었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주택가 골목길 1층에 위치한 우리동네 작은도서관 ‘초록길’. 그곳에서 4월26일 초등학교 1~4학년 어린이 네 명에게 책을 추천받았다.
두꺼비가 과자를 구워 와서 개구리와 나눠 먹었다. 너 하나, 나 하나. 개구리가 말했다. “두껍아, 우리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 안 그러면 배탈이 날 거야.” 두꺼비는 “네 말이 맞아. 우리 마지막으로 하나씩만 더 먹고 그만 먹자”고 말했다. 그러곤 “우리 정말 마지막으로 하나씩만 더 먹자”고 말하며 또 집어 먹었다. 개구리가 과자를 상자에 담고는 “이제 우리는 과자를 안 먹을 수 있어”라고 말했다. 두꺼비가 “하지만 상자를 열 수 있잖아”라고 말했다. 개구리가 줄을 가져와 상자를 감고 높은 선반에 올려놓았다. 두꺼비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선반에서 상자를 내려서 줄을 끊고 상자를 열 수 있잖아”라고 말했다. 결국 개구리는 상자를 밖에 열어두고 새들이 쪼아먹도록 했다. “이제 우리가 먹을 과자가 한 개도 없구나. 단 한 개도 말이야.” 두꺼비가 풀이 죽어 말했다. 개구리는 “맞아. 하지만 우리에게 의지력이 많이 있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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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1학년) 어린이가 추천했다.
“이제 과자 그만 먹어야겠다고 해서 줄로 꽁꽁 묶어놨는데 ‘끈을 풀고 먹을 수 있잖아’ 했던 거랑 선반에 올려놨는데 ‘사다리 타고 올라가면 되잖아’ 한 게 재밌었어요.”
네, 알아요. 안 먹는 거요.
개구리가 더 좋아요. 개구리는 좀 어른 성격 같고, 두꺼비는 좀 아기 성격 같아요. 저는 어른 성격이 더 좋아요. 개구리는 안 먹으려고 해서 어른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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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간. 베티는 도화지에 아무것도 못 그리겠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한번 시작해보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고 말했다. 베티는 연필을 잡고 도화지 위에 힘껏 내리꽂아 점 하나를 그렸다. “여기요!” 선생님은 “자! 이제 네 이름을 쓰렴”이라고 말했다. 어느 날 베티는 선생님 책상 위에 걸린 금테 액자에 자신의 점 그림이 있는 걸 봤다. 베티는 훨씬 더 멋진 점을 그리고 싶어졌다. 처음으로 수채화 물감을 꺼내 노랑, 초록, 빨강, 파랑, 보라색 점을 그렸다. 점 바깥에만 색칠해서 색칠하지 않은 커다란 흰 점을 만들기도 했다. 얼마 후 학교 미술 전시회에서 베티의 점 그림을 본 한 아이가 베티에게 말했다. “누난 정말 굉장해! 나도 누나처럼 잘 그렸으면 좋겠어.” 베티는 아이에게 도화지를 건네며 “한번 그려봐”라고 말했다. 아이가 비뚤비뚤한 선 하나를 그렸다. 베티가 말했다. “자! 이제 여기 네 이름을 쓰렴.”
장지영 어린이가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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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커다란 네모(도화지)에 색칠을 안 한 데로 점을 만들어서 신기했어요.”
바탕에만 색칠해서 점이 만들어졌어요. 처음엔 공 같아 보였어요.
‘오른쪽이’는 똘이의 오른쪽 운동화다. 취미는 ‘툭툭 차기’. 똘이가 다니는 유치원 신발장 옆자리엔 오른쪽이의 친구 ‘빨간구두’가 있다. 어느 날 빨간구두가 물었다. “너 강아지는 차보았겠지?” 말문이 막힌 오른쪽이는 그날부터 똘이네 강아지 ‘동네한바퀴’를 볼 때마다 걷어찼다. ‘깨갱’ 하는 소리가 자꾸 듣고 싶었다. 똘이의 할아버지 생신날. 손님들의 발길에 대문 밖으로 밀려난 오른쪽이. 또다시 어느 운동화에게 뻥 차였고, 뾰족구두에게 찔렸고, 오토바이에게 깔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담벼락 밑이다. 저만치서 동네한바퀴가 다가왔다. 오른쪽이는 이번엔 물어뜯길까봐 겁이 났다. 킁킁 냄새를 맡던 동네한바퀴가 오른쪽이를 덥석 물고 강중강중 달려 집으로 향했다.
장지영 어린이가 추천했다.
“오른쪽이랑 빨간구두랑 얘기하는 게 재밌었어요. 신발마다 다 눈이 달려 있어서 웃겼어요.”
그건 좀… 오른쪽이가 강아지를 찼는데 강아지는 오른쪽이를 집에까지 데려다줬잖아요. 그게 음… 고마운 장면이었어요. 오른쪽이가 2%만큼만 나빴어요.
올빼미 한 쌍과 책 그림으로 11쌍의 반대말을 표현했다.
주효원(2학년) 어린이가 추천했다.
“이 그림(책을 세모 천막 모양으로 세워놓고, 올빼미 하나는 위에, 하나는 밑에 앉아 있는 그림) 보면 부엉이가 위에 있잖아요. 아래에 있는 애가 책에 찌부러질 거 같아서 재밌었어요.”
부엉이가 많이 무겁지 않아요? 아닌가… 책이 넘어(무너)질 텐데. 저는 위에 있는 부엉이이고 싶어요. 밑에 있으면 아플 거 같아요.
엄마·아빠·아들 판다가 목욕탕에 다녀오는 이야기. 판다의 눈 주위와 몸에 있는 검은 털이 검정 옷, 양말, 선글라스, 왁스였다는 ‘무시무시한’ 비밀을 담고 있다.
주효원 어린이가 추천했다.
“판다들이 목욕할 때 옷을 벗는 장면이 웃겼어요. 판다가 원래 그렇게 생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눈도 작고 이렇게 생겨서 웃겼어요.”
저는 눈 말고 몸이 더 재밌었어요. 까만 게 원래 모양(무늬)이 아니라 옷이었어요.
허명주(1학년) 어린이가 추천했다.
“파랑이랑 노랑이가 꼭 껴안아서 초록색이 된 게 재밌었어요. 신기했어요. 웃기는 건 아니에요.”
아니요. 안 슬펐어요. 감동은 없었어요. 그냥 노란색이랑 파란색 섞으면 초록색이 되는 걸 이거 보고 처음 알았어요.
초등학교 5학년 슬구는 서울 청계천 길가에서 뚜껑이 열린 하수도 구멍 속을 들여다보다가 윗도리 호주머니에 넣어둔 오락기를 하수도 안에 빠뜨렸다. 오락기를 찾으러 내려간 지하에서 우연히 같은 학년 먹구를 만났다. 먹구도 지하철 공사장에서 잃어버린 농구공을 찾아 지하로 내려왔다. 슬구와 먹구는 그곳에서 옛날 한복을 입고 인공 태양의 힘을 빌려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그곳을 빠져나온 슬구와 먹구는 또다시 옛날 책 도굴꾼들에게 인질로 잡혀 다시 지하 세계로 끌려가는데….
전채훈(4학년) 어린이가 추천했다.
“(책을 계속 넘기다가) 134~135쪽이 젤 재밌어요. 악당(도굴꾼)들한테 다시 잡혀서 끌려가는 모습이에요.”
교훈이오? 그냥 재밌었어요.
네, 슬구·먹구 시리즈 3권 다 읽었어요.
랑 도요.
그래도 물고기 잡을 때 재밌었어요. 배 옆에 묶어놓을 때요.
재밌어서요. 재밌으면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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